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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OOO다", 당신의 OOO은 누구입니까

파인텍 고공농성 소재 연극 <이게 마지막이야>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편의점 점원 정화, 공장 노동자 명호, 학습지 교사 선영, 아르바이트 노동자 보람.

지난 27일 서울 종로 연우소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이게 마지막이야>에 등장하는 인물의 면면이다. <이게 마지막이야>는 세계 최장 고공농성 기록을 두 번 갈아치운 파인텍 고공 농성을 소재로 삼았다. 그러나 등장인물에서 추측할 수 있듯 농성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극의 등장인물은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을'이다. 고공 농성자의 아내이자 주인공인 편의점 점원 정화는 점주에게서 원하지도 않았던 매니저 직책을 부여받으며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 공장 노동자 명호는 고공 농성자인 정화의 남편과 싸움을 함께한 동지다. 학습지 교사 선영은 상사에게서 끊임없이 수금을 독촉받는다. 아르바이트 노동자 보람은 N개의 '잡'을 뛴다.

극 속 을은 끊임없이 서로 다툰다. 정화는 굴뚝에서 내려온 뒤 방 안에 틀어박힌 남편의 현재 삶이 명호 탓이라고 여기며 다시는 찾아오지 말 것을 요구한다. 명호는 정화에게 갑자기 정화의 남편에게 돈을 빌려줬었다며 이를 갚으라고 한다. 선영은 정화에게 밀린 학습지 대금을 받아야 한다. 정화와 같은 편의점에서 일했던 보람은 임금체불 내역이 담긴 문서를 편의점주에게 전해줄 것을 정화에게 부탁하지만,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다투던 을들은 모종의 사건을 겪으며 서로의 처지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같은 자리에 앉는다. 오래된 말을 빌리자면, 계급의식 비슷한 무엇이 싹트는 과정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을 빌리자면, "내가 OOO이다"의 OOO에 어떤 말이 어울리는지 깨닫는 과정이다.

<이게 마지막이야>의 제작진은 노동 문제를 둘러싼 싸움과 개개인의 일상을 연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다 위와 같이 투쟁 당사자가 아닌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그리는 방식을 택했다.

대본을 쓴 이연주 작가가 주목한 것은 "사회는 크고 작은 약속의 안전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정화의 남편이 다니는 회사가 깨뜨린 복직 약속은 정화의 삶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 속에서 학습지 대금, 임금체불 내역 문서 전달 등 정화와 주변 인물이 주고받은 약속은 연이어 깨지며 등장인물이 다투는 원인이 된다.

연극 <이게 마지막이야>는 극단 전화벨이울린다가 기획했다. 상영 기간은 10월 13일까지다. 티켓 값은 2만 원이다. 아르바이트 노동자와 장기투쟁 노동자는 무료로 볼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예술인에게는 50% 할인이 적용된다.

▲ 연극 <이게 마지막이야>

연극 <이게 마지막이야>의 배경인 파인텍 투쟁


사측의 정리해고와 공장가동 중단으로 촉발된 파인텍 투쟁에는 두 번의 고공농성이 있었다. 두 번 모두 세계기록을 세웠다.

차광호 파인텍지회 지회장은 파인텍의 모기업인 스타플렉스의 정리해고 및 공장가동 중단에 반발해 2015년 5월 27일부터 2015년 7월 8일까지 408일간 경북 구미 공장 굴뚝에 올랐다. 농성 이후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는 공장 정상화 및 단체 협약을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홍기탁 파인텍지회 전 지회장과 박준호 파인텍지회 사무장은 2017년 11월 12일 스타플렉스 본사가 보이는 75m 높이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다시 올랐다. 고공농성 426일째인 2019년 1월 11일까지 사측은 공장 정상 가동과 복직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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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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