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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천주교 "4대강 사업 반대"…교황청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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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천주교 "4대강 사업 반대"…교황청까지도?

"300만 명 서명 운동 받겠다"…4대강 사업 반대 전면 재점화

천주교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주교회의(의장 강우일 주교)가 4대강 사업에 반대 입장을 12일 공식 천명했다. 지난 8일 1100여 명의 사제가 4대강 사업 반대 선언을 한 것에 이어, 이번에는 천주교 조직 전체가 4대강 사업 저지 의사를 공식화한 것으로, 앞으로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놓고 종교계와의 전면전이 예상된다.

주교회의는 이날 춘계 정기 총회를 마친 직후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천주교의 모든 주교들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4대강 사업이 이 나라 전역의 자연 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교회의는 이어서 "우리 산하에 회복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대규모 공사를 국민적인 합의없이 법과 절차를 우회하며 수많은 굴삭기를 동원해 왜 이렇게 급하게 밀어붙여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며 정부의 4대강 사업 강행을 질타했다.

이들은 "우리는 무분별한 개발로 단기간에 눈 앞의 이익을 얻으려다가 창조주께서 몇 만 년을 두고 가꾸어 오신 소중한 작품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며 "정부 당국자와 국민 모두가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에게 책임있고 양심적인 길을 택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주교회의는 지난 8일 4대강 사업 설명회를 시작으로 11일까지 춘계 정기 총회를 통해 4대강 사업에 대한 주교들의 찬반 의견을 들었다. 앞서 8일 열린 사제단의 양심 선언에도 이미 5명의 주교가 참가해, 이번 주교회의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이 천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천주교가 공식적인 반대 의사를 밝히고 본격적인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에 돌입했다. 사진은 4대강 사업 구간인 경기도 팔당 유기농 단지에서 '생명·평화 미사'를 봉헌하는 천주교 사제들. ⓒ농지보존·친환경농업사수를위한팔당공동대책위원회

주교회의 강우일 의장은 이날 발표가 한국 천주교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교황청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지만, 한국 천주교에는 교황의 환경에 대한 가르침을 한국이라는 지역 사회에 적용하는 임무가 맡겨져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 의장은 이번 발표가 교황청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주교회의의 결정에 따라 교황청 차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천주교 내의 조심스러운 관측이다.

이번 주교회의의 방침을 이끌어 내는데 앞장선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천주교 연대)' 조해붕 신부는 지난 9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천주교 주교회의 정기 총회에서 4대강 문제와 관련해 천주교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이 나올 수 있다. 공식 입장이 나오면 로마 교황청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암시했었다.

전 세계 12억 명의 천주교 신자들에게 지도력을 행사하는 로마 교황청까지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할 경우, 4대강 사업은 국내적인 차원을 떠나 국제적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11월 'G20 정상 회의'가 예고된 상황에서 그 동안 '녹색 성장' 등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가 망신살이 뻗칠 수 있다.

한편, 천주교 연대는 애초 100만 명으로 정했던 '4대강 사업 저지 서명 운동' 목표를 300만 명으로 대폭 높이고, 이례적으로 지방선거에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후보를 지지할 것을 선언하는 등, 4대강 사업 저지에 대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애초 100만 명으로 예상했던 서명 운동 목표를 300만 명으로 늘린다는 것은 500만 명 천주교 신자의 절반 이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한국 천주교의 지도자인 주교들까지 가세하면서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의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교회의 역시 오는 9월께 환경과 개발에 대한 백서 두 권을 각각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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