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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 전투는 이기고 전쟁에선 패배"

英 정부신뢰도 BBC보다 3배 낮아, 블레어 신뢰도 하락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전투에선 이기고 전쟁에서는 진 꼴이 됐다. 8개월에 걸친 BBC와의 사투에서 간신히 승리했지만 영국 국민들은 블레어 총리에 오히려 차가운 눈길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허튼 보고서 발표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블레어 총리에 대한 신뢰도는 오히려 하락하고 영국 정부의 신뢰도는 BBC보다 세배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지 여론조사, 영 정부보다 BBC 신뢰도 세배이상 높아**

영국의 가디언지가 여론조사 기관인 ICM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5백32명을 대상으로 28일(현지시간) 조사해 30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31%는 "영국 정부보다 BBC를 더 신뢰한다"고 답해 "정부를 더 신뢰한다"는 응답비율 10%보다 세배이상 높게 나왔다.

또 양쪽을 모두 신뢰한다는 응답비율은 7%인 반면 응답자 가운데 절반은 양쪽을 모두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해 이번 파문으로 이득을 얻은 쪽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여론 조사는 영국 정부의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정보 조작 의혹을 놓고 블레어 총리에게 완벽한 면죄부를 부여한 허튼 보고서 발표 이후 실시된 것이다.

"자살한 데이비드 켈리 박사를 BBC와 영국 정부가 정당하게 대우했냐"는 질문에서도 영국민들은 영국 정부를 더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BBC가 그렇지 못했다"는 비율은 49%인 반면, "영국 정부가 그렇지 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60%를 보인 것이다.

영국 일간지 타임즈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BBC뿐만 아니라 블레어 총리에 대한 신뢰도가 동반 하락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블레어 총리가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오히려 국민적 지지를 잃어가고 있어 더 큰 정치적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와 관련,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BBC와 벌인 8개월간의 갈등에서 승리했지만 대중의 존경을 잃게 됐다”고 평하기도 했다.

***BBC 82년 역사 통해 감내하기 힘든 ‘치욕’ **

하지만 BBC 방송으로서는 이번 파문으로 커다란 상처를 입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오보 파문에 책임을 지고 그레그 다이크 사장과 개빈 데이비스 이사장이 물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BBC 방송은 블레어 총리의 공식 사과 요구를 받아들여 BBC 이사장 직무대행인 리처드 라이더 경이 성명을 통해 “우리의 실수와 그로 인해 타격을 입은 개인들에게 주저없이 무조건적으로 사과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큰 파문을 불러일으킨 허튼 보고서의 주요 내용 가운데 하나는 "영국 정부가 잘못인 줄 알면서도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려고 이라크 WMD 정보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앤드루 길리건 기자의 보도는 근거가 없다"는 결론이다.

또다른 하나는 BBC 이사회가 길리건 기자의 보도가 나가는 것을 막지 못했으며 이의가 제기된 뒤에도 보도 내용의 오류를 확인하지 못해 이를 정정하지 않는 ‘운영 체제의 결함’을 노출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은 82년 역사를 지니고 영국 모든 가정에서 매년 1백16 파운드의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영국내에서는 영국의 자부심으로, 해외에서는 성공한 공영 방송의 모델로 인정받던 BBC로서는 감내하기 힘든 ‘치욕’이다.

***블레어 신뢰도 오히려 하락, “BBC 사장보다 블레어 총리 사임해야”**

이런 내용만 본다면 물론 블레어 총리로서는 그동안 짓누르고 있던 부담을 털고 일어날 호기를 맞이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나 국민의 지지를 오히려 잃어버림으로써 국정수행에 큰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영국 정부의 신뢰도 조사 이외에도 이번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블레어 총리에 대한 신뢰도는 38%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비율 55%보다 17% 포인트나 낮았다. 이같은 수치는 15% 포인트 차이나던 일주일 전 조사보다도 더 악화된 것이다.

또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BBC 방송의 그레그 다이크 사장이 이번 파문으로 사임하긴 했지만 오히려 블레어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는 응답이 더 높게 나오기도 했다. 다이크 사장이 사임해야 한다는 응답비율은 35%였으나 블레어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는 비율은 37%로 나온 것이다.

이번 보고서의 주요 관심 대상 가운데 하나인 이라크 전쟁에 대한 지지도도 일주일 전의 53%보다 6% 포인트 하락한 47%로 조사됐다. 반면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는 응답비율은 41%에서 5% 포인트 상승한 46%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가 바로 블레어 총리가 BBC와의 갈등에서 승리했다고 희희낙락만 할 수는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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