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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법률공포' 개념, 대통령의 '법률 재의요구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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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법률공포' 개념, 대통령의 '법률 재의요구권' 침해

[기고] 마침내 "오래된 오해"가 풀리고 있다

필자가 법률 용어인 '공포'에 주목하면서 연구를 해온지 10년이 넘었다. 그간 우리는 '법률 서명'과 '관보 게재'라는, 명백히 구분되는 두 행위를 '공포'라는 하나의 행위로 뭉뚱그려 혼동해왔다.

참으로 "오래된 오해"였다. 그런데 마침내 이 "오래된 오해"의 실마리가 풀리고 있다. 최근 김동훈 헌법재판소 연구관은 <법률신문>에 필자의 주장과 논문을 언급하면서 필자의 견해에 동의하고 지지하는 "법률 공포에 관한 우리의 오래된 오해"라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일본에서도 법률공포 개념이 혼동되던 때가 있었다"

잘 알다시피 동아시아에서 근대 시기에 서양의 모든 법률 용어나 법률 제정 과정은 일본에 의해 도입됐다. 당연히 '공포'라는 개념도 일본방식 그대로 도입돼 적용됐다.

그런데 이런 일본에서 "뜻밖에도" 이미 '공포'의 개념이 정리돼 있었다. 일본 국회도서관 입법고사국의 코바야시 키미요(小林公夫)는 2014년 <주요국의 헌법개정 절차>라는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법률의 '공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심서(審署, 프랑스어의 promulgation, 독일어의 Ausfertigung, 일본에서 서명 대신 '심서, 審署'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법률에 대한 단순한 서명 행위가 아니라 법률에 대한 일종의 심사 과정이니 타당성이 있다)'의 개념에 대해 프랑스와 독일 양국에 있어서의 논의들이 일본에도 소개됐고, 전전(戰前) 시기에 법률을 국민들이 알 수 있는 상태로 한다는 것을 뜻하는 '공포' 또는 '공시(프랑스어의 publication, 독일어의 Verkundung)'과 혼동되기도 했었지만, 오늘날에는 이 두 개념이 개념적으로 구별되고 있다(小林公夫, <主要国の憲法改正手続>, 2014년 8월)."

법률서명 개념의 실종, 대통령의 법률 재의요구권을 침해한다

'법률 서명'이란 중요하고도 대통령의 엄숙한 국법행위이다. 서구 각국의 법률은 법률 서명일자를 명기하고, 법률명은 그 서명일자를 앞에 붙여 "0000년 00월 00일의 '×××× 법률'로 표기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중요한 일자와 절차는 완전히 실종되고 말았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그 출생 신고를 동사무소에 하는데, 신고일자만 남고 정작 출생일자는 없어져 버린 것과 같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고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명백하게 제한하게 된다. 우리 헌법은 법률안이 정부에 이송돼 15일 이내에 공포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실무상 관보 게재는 발행일 3일 전까지 요청하도록 돼 있다. 결국 대통령의 재의요구를 위한 심사기간은 12일 정도로 제한됨으로써 필연적으로 대통령의 재의 요구 판단을 위해 필요한 시간이 줄어들게 되고, 그 권한은 '명백하게' 침해받게 된다.

지금의 잘못된 "법률 공포" 개념은 일제 잔재다

일본은 천황 칙령 6호 공식령(公式令) 제12조에 "법령의 공포는 관보로써 한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1946년 이 공식령은 폐지됐다. 정작 우리는 일본 강점기 시대에 적용됐던 '공포' 개념을 아무런 변화 없이 지금까지 유지한 채 적용시키고 있다. 전형적인 일제 잔재이다.

또 지금의 '공포' 개념은 '사실(fact)'에 위배되고, 엄정해야 할 대통령의 국법행위가 기본적 문서작성조차 뒤틀리고 있다. '법령 등 공포에 관한 법률'제5조는 "법률 공포문의 전문에는 국회의 의결을 받은 사실을 적고, 대통령이 서명한 후 대통령인을 찍고 그 공포일을 명기해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공포일자"를 대통령이 명기해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명백히 '사실(fact)'과 위배된다.

현재 '공포'를 '관보 게재'와 동일시하면서 공포 관련 실무는 대통령이 법률안에 서명함에 있어 서명일자를 기재하지 않고 이후 실무선에서 관보 발행일의 날짜를 '공포일'로서 기재하고 있다. 대통령이 법률에 1월 1일에 서명하면서도 일자는 1월 4일로 기재되는 것이다. 대통령의 '법률 서명'이라는 엄중한 국법행위가 이래서는 안 될 일이다.

잘못된 '법률 공포'에 대한 우리의 오래된 오해는 하루바삐 바로잡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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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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