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WMD로 다시 곤경에 처했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색출을 위해 이라크에 파견했던 이라크서베이그룹(ISG)의 전 단장이 이라크내 WMD 존재를 부인하고 미 정보당국의 해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 맞물려 존 케리 등 민주당 대선 후보들도 공세 고삐를 바작 죄고 있고, 부시 정부내에서조차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최초로 이라크내 WMD 존재에 대해 의문을 표시해 부시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리는 양상이다.
***케이 전 ISG 단장, “이라크 WMD 없어”-“미 정보당국 진실 밝혀야”**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색출을 위해 이라크에 파견된 이라크서베이그룹(ISG)의 단장직에서 23일(현지시간) 물러난 데이비드 케이 전 단장은 25일 미국 라디오방송인 NPR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에는 WMD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미 정보당국은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하기전, 왜 이라크가 금지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이 전 단장은 “우리는 무기가 아니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 수색작업을 벌였다”며 “우리는 이제 현실과 정보 사이의 차이에 대해 알아야 하며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이 전 단장은 지난 달 이라크에서 귀국한 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상당량의 WMD 프로그램과 관련된 활동을 해왔고 이라크 지도자들은 이런 활동을 계속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며 이라크는 침략 당할 당시 그런 무기 생산을 할 것이라고 결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후 이라크의 혼돈 상황으로 이라크가 그런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기는 이제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해 이라크에서의 WMD 색출은 이제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케이 전 단장 후임으로는 찰스 듀얼퍼 전 유엔 무기사찰단원이 임명됐으나 이들의 활약상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다.
듀얼퍼 신임 단장도 임명 직후 “내 목표는 이라크의 무기 프로그램과 관련,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는 했으나 지난 9일 PBS의 “News Hour”와의 인터뷰에선 “현 시점에서 이라크에서 생화학 무기를 찾아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밝힌 바 있어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한스 블릭스 전 유엔 무기사찰단 단장도 25일 AP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은 지난 해 전쟁을 시작할 때 정보 당국이 제출한 정보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이 틀림없다”며 WMD 관련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또 “만일 당신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기차를 타고 있다면 다음 역에서는 내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 WMD로 인한 타격 불가피**
한편 케이 전 단장은 ‘부시 대통령이 미국 국민에게 전쟁 명분으로 이용한 정보와 현실을 통해 밝혀진 WMD 부재 사이의 차이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부시 대통령이 국민에게 설명할 의무라기보다는 정보 당국이 대통령에게 그 차이를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말해 CIA 등 미 정보당국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케이 전 단장의 주장과 관련 CIA 내 한 관리는 “케이 단장은 지난해에는 금지된 무기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고 항변하기도 했으나 CIA는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백악관도 WMD 등 금지된 무기가 이라크에서 발견될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으나 케이 전 단장의 이날 주장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CIA나 백악관 모두 이처럼 반응을 보이지 않고 케이 전 단장도 화살을 부시 대통령보다는 CIA 등 정보당국에 돌렸으나 부시 대통령은 이번 케이 전 단장의 진술로 상당한 타격을 입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이에 앞서 지난 20일 가진 국정연설에서 케이 전 단장의 내부보고를 인용, “조사단이 이라크에서 무기와 관련된 수십건의 프로그램을 발견했으며 만일 미국이 후세인 정권을 축출하지 않았다면 이같은 프로그램들이 지속됐을 것”이라며 “미국은 대량파괴무기를 제거하기 위해서 이라크에 들어갔다”고 이라크 전쟁을 재차 합리화했었다.
***파월, 처음으로 이라크 WMD 존재 의문 표시. 민주당 공세 강화 **
이같은 WMD에 대한 의혹은 부시 정부내에서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처음으로 이라크에 WMD가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파월 장관은 미하일 사카쉬빌리 그루지야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가는 길에 전용기에 동승한 기자들과 인터뷰를 갖고 “이라크가 그런 무기를 보유했었는지, 했다면 얼마나 많은 양을 보유했는지, 만일 그들이 보유하지 않았다면 어째서 사전에 그런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는지는 모두 밝혀지지 않은 의문”이라고 한 걸음 물러섰다.
그는 또 지난해 2월 안보리 연설에서 자신이‘이라크가 WMD를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던 것과 관련애서도 “그 당시 이라크가 WMD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변명하기도 했다.
한편 케이 전 단장의 진술은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부시 행정부에 대한 비판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승리를 거둔 후 뉴햄프셔 여론조사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는 폭스 TV에 출연, “케이 전 단장의 진술은 본인이 오랫동안 주장해왔던 사실을 확인해줬다”고 공세를 강화했다.
그는 “우리는 정보당국을 통해서도 오도됐고 대통령이 우리를 전쟁으로 몰고 갔던 방식에서도 잘못된 길로 인도됐다”며 “여기에는 엄청난 과장과 기만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시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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