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6~10일 방북한 미국 민간 대표단에게 영변 핵 시설과 재처리된 플루토늄 등을 공개한 것으로 확인돼 그 공개 배경과 파장이 주목된다. 북한이 핵무기 제조의 핵심물질인 재처리된 플루토늄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북한의 핵무장 능력이 실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북, 방북 미 민간 대표단에 영변 플로토늄 공개”**
워싱턴포스트는 11일(현지시간) 미국 관리들을 인용, “북한은 지난 주 방북한 미국 비공식 대표단에게 북한이 그동안 재처리했다고 주장해온, 핵무기 제조를 위한 주요 물질인 플로토늄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와 관련, “이번 공개는 북한이 밝혀온 재처리 핵심물질 생산을 처음 확인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미국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미국 당국은 방문단으로부터 초기 보고만을 받았으며 아직 방문한 시설과 물질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있지 못하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북한 당국자들은 방북 대표단에게 ‘핵 억제력’을 공개하면서도 “북한은 위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핵 프로그램을 ‘동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도 이와 관련, “방북 대표단은 실제 핵무기라기보다는 플루토늄 등의 핵연료 제조시설을 둘러봤다”는 부시 행정부 관리의 말을 전했다. 신문은 또 미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회견을 통해 미국 대표단에게 보여줬다는 핵 억제력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는 실제 핵무기에는 크게 못미치는 것들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 영변 시설 공개 확인**
이같은 영변 핵시설 공개 사실은 방북 이후 중국 베이징으로 돌아와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 출신 핵 군축 전문가 존 루이스 명예교수에 의해서도 확인됐다. 그는 이날 “방북 기간에 영변 핵시설을 비롯한 여러 시설을 둘러보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 등이 전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10일 방북단의 영변 핵시설 방문을 공개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방북한 미국 스탠퍼드 대학 존 르위스 교수와 로스 알라모스 국립핵연구소 전 소장 지그프리드 헥커 일행에게 영변 핵시설의 ‘핵 억제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영변 핵시설을 ‘특례적’으로 돌아본 대표단과 관련, “대표단의 영변 핵 시설 방문은 사찰이 아니라 우리의 초청에 의한 참관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변 핵 시설 공개 이유에 관해서는 “핵 활동과 관련한 억측보도와 모호성으로 당면한 핵 문제 해결에 지장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 사람들이 직접 자기 눈으로 현실을 확인할 기회를 줌으로써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투명성을 보장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방문이 우리 핵 활동의 모호성을 없애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였다면 금후 그것이 조-미 사이의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실제적 기초로 될 것이라고 간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방북단의 방문으로 “타협책으로 북한이 제시한 동결 방안을 부시 행정부가 받아들이라는 국제적, 국내적 압력이 높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WP, “핵시설 공개, 차기 6자회담 앞두고 미국 압박용”**
워싱턴포스트도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공개한 이유에 관해서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 “차기 6자회담을 앞두고 부시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고위 관리는 이와 관련, “우리는 북한이 이번 방북단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안다”며 “그것은 과거와 똑같은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도 북한이 영변 시설을 공개한 북한의 의도와 관련, 방북단으로부터 초기 보고를 받은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 “이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포기시키려는 부시 미국 대통령의 노력이 실패했음을 미국에 전달하고 북한도 파키스탄이나 이스라엘처럼 핵보유를 공개적으로 선언하지 않았지만 핵보유국임을 미국이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보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BBC도 이날 북한이 공개한 의도와 관련, “북한은 미국에게 자신들의 핵 능력이 부풀려지지 않은 것임을 입증하려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핵 능력은 그동안 미국의 정확한 정보 부재와 미국의 직접 대화 거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BBC는 이어 또 다른 분석기사를 통해, “북한은 미국과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더욱 상황을 긴급하게 이끌려 하고 있으나 이는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미국내에서는 아직도 북한에 대한 태도와 관련, 양분돼 있고 행정부내 영향력 있는 인물들은 북한과의 대화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는 여전히 체제 변화를 유일한 해결책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방북한 미국 대표단은 11일 서울에 도착, 13일까지 머물며 청와대와 외교부를 방문해 방북 결과를 성멸할 예정이다. 이들은 또 다음주 워싱턴에서 부시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방북 결과를 상세히 설명하고 오는 20일에는 상원외교관계위원회에 출석, 증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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