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독도 우표' 발행 중단 요구가 거부되자 독자적으로 '다케시마(竹島) 우표'를 발행하기로 하는가 하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망언’을 하고 나서는 등 일본의 준동이 나날이 노골화돼, 범국가 차원의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아소 일본 총무상 “일본도 독도 우표 발행 검토해야”**
아소 다로 일본 총무상은 9일 각의에서 “한국의 독도 우표 강행에 대항해 일본 우정 공사가 기념우표를 발행할지 여부는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지만 각의에서 감히 상의하고 싶다”며 "일본도 다케시마(일본인들이 독도를 부르는 명칭)를 주제로 한 우표 발행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교도(共同) 통신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소 총무상은 이어 “외유중인 가와구치 요리코 일본 외상이 귀국한 후 외무성과 재차 협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도 각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오늘 저녁 중동에서 귀국하는 가와구치 요리코 외상과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소 총무상은 각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국제우호관계의 긴밀화 등을 규정하고 있는 만국우편연합의 헌장 전문을 거론하며 “이번 한국의 우표가 이 정신에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한국측을 비난했다.
그는 그러나‘한국의 독도우표가 붙은 우편물 처리를 거부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문제이기에 상당한 일손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혀, 다소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아소 총무상은 지난해 6월 노무현 대통령의 국빈방일을 앞두고 일제때 조선인에게 강제된 창씨개명이 마치 조선인들이 원해서 이뤄진 것처럼 발언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한 극우인사다.
자민당 정조회장인 아소는 노대통령 방문 일주일 전인 지난해 5월31일 도쿄대학에서 “당시 조선인들이 일본인의 여권을 받으면 이름에 ‘김(金)’이라든가 하는 (조선 이름이) 쓰여 있었다. 이것을 본 만주 사람들이 ‘조선인이네’라고 말해 일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조선인들이) 성씨를 달라고 한 것이 원래 (창씨개명의) 시발이었다”고 역사날조 망언을 했었다. 아소는 이어 “한글 문자는 일본인이 가르쳤으며 의무교육 제도도 일본이 했다”면서 “옳은 것은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는 게 좋다”는 말도 주장했었다.
***고이즈미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
일본의 지지통신은 이날 회의에서는 아소 총무상의 발언 이후 다른 각료들도 “이는 단순한 우표 이야기가 아니며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대응 조치를 요구하는 의견이 잇따랐다고 전했다.
이같은 일본내 분위기에 관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도 동참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다. 무슨 이유로 다케시마 우표가 나오는지 사정을 모르겠다”고 말해 독도 우표는 물론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강조하기도 했다.
고이즈미의 이같은 발언은 신년초 전범들을 추모하는 신사참배에 이어 나온 망언으로, 이런 망발이 잇따르는 것은 그동안 우리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었던 데 기인하는 만큼 이번에는 노무현 대통령 등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다수 국민여론이다.
***한국 우정사업본부, 독도 우표 발행키로**
이에 앞서 주한 일본대사관은 우리 정부의 '독도 우표' 발행에 관해 지난해 8월 외교통상부를 통해 항의를 전달하고 9월에는 재검토를 요청한 바 있고, 일본 총무성도 지난해 9월 우정사업본부장에게 우표발행 재검토를 요청하는 등 집요하게 우표 발행 중단을 요구해 왔다.
한국의 우정사업본부는 그러나 8일 “우표 발행과 유통은 기본적으로 해당 국가 우정당국의 고유권한”이라며 예정대로 16일 ‘독도우표’ 2백24만장을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가 이번에 발행하는 독도 우표는 갯메꽃, 왕해국, 슴새, 괭이 갈매기 등 독도의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4가지 종류의 우표로 국내 3천4백여개 섬중 국내외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는 섬의 생태계와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시리즈로 우표를 발행키로 한 결정에 따라 발행되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독도의 자연우표 발행은 독도의 빼어난 자연환경 등을 소재로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발행되는 것”이라며 “만국우편연합협약이나 권고안의 취지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독도를 배경으로 하는 우리나라 우표는 지난 54년 11월 이승만 정권 당시에도 우리 영토임을 재확인하는 뜻에서 ‘독도풍경 보통우표’ 3종이 발행됐었다. 이 당시에도 일본 외무성은 항의서한을 보낸 바 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우표도감에는 "당시 일본은 독도우표가 붙여진 일본행 한국 우편물을 반송시키는 과정에서 독도우표에 먹칠을 해서 보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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