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기 하루 전인 지난 1일 6개월 체류 예정으로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져, 김회장이 의도적으로 검찰수사를 피해 해외로 나간 게 아니냐는 검찰의 의혹을 사고 있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건물에 있는 구조조정본부 사무실과 여의도 63빌딩에 위치한 김 회장 집무실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벌인 대검 중수부의 문효남 수사기획관은 "김 회장에 대해 지난 2일 출금 조치했으나 그 전날 출국한 사실을 오늘 압수수색 과정에서 알게 됐다"며 "김 회장이 책임있는 그룹 회장이라면 조만간 귀국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김회장의 조기 귀국을 촉구했다.
문 기획관은 또 이날 압수수색과 관련, "한화에 대한 압수수색은 정치권에 건넨 불법 정치자금을 밝히기 위한 비자금 수사 차원에서 실시된 것"이라고 말해, 그동안 한화그룹에 대한 내사를 펼쳐온 검찰이 상당한 증거를 잡고 압수수색을 단행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공항에 김회장 `입국시 통보' 조치를 하는 동시에, 회사측과 변호인 등을 통해 조기 귀국을 설득키로 했다.
한화 구조본 관계자는 이와 관련, "김 회장은 한.미교류협회 회장 자격으로 미국 스탠퍼드대학에 경영자 과정 연수차 6개월 일정으로 출국했다"며 "이번 연수는 작년 10월부터 준비해 11월에 최종 결정된 것으로, 결코 검찰 수사를 회피하려는 목적이 아니며 도피 의혹은 오비이락격 오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측 요청이 있으면 김회장이 일시 귀국하지 않겠냐"고 덧붙였으나 아직 김회장과는 연락이 닿지 않은 상태로 알려지고 있어 김회장의 조기 귀국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회장 해외 출국과 관련, "그룹 총수가 자사에 대한 불법대선자금 수사가 한창인 예민한 시점에, 그것도 해외연수를 이유로 6개월씩이나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라며 "아무래도 불법대선자금 수사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또한 재계 일각에서는 김 회장 귀국시기가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점인 4월 총선이후에나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김 회장의 대응이 주목된다.
검찰은 그동안 최상순 한화 구조조정본부장 등을 소환해 그룹에서 조성한 비자금 가운데 지난 대선때 여야 정치권에 건넨 불법자금의 규모 등을 밝히기 위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온 결과 상당 부분 혐의를 잡은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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