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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은행의 반란, 한국에 긍정적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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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은행의 반란, 한국에 긍정적 신호"

LG카드 해법 둘러싼 정부-민간은행 대립 호의적 평가

LG카드 사태의 주범은 당연히 LG그룹이다. 그러나 정부는 정작 LG카드 문제에 대해 "나 몰라라" 배짱을 부리고 있는 LG그룹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면서 애꿎은 채권단에 추가부담을 강요하고 있어 새해 벽두부터 국내외적으로 '관치금융'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이처럼 채권단에 대해 닥달을 하는 배경에는 4월 총선이라는 정치일정을 의식, 본질적 해결책 대신 일단 발등의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기도 하다.

***재경부 "은행 집단이기주의", 국민은행 "LG그룹 잘못을 왜 우리가?"**

지난해말에 이어 새해 벽두에도 LG카드 처리문제는 여전히 금융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지난달 11월 정부가 금융채권단에 압박을 가해 2조원을 신규지원해줬으나, 밑빠진 독에 물붙기식으로 연말에 모두 소진되자 추가로 채권단에 4조8천여억원의 추가지원과 출자전환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논란은 정부가 산업은행, 우리은행, 농협, 국민은행 등 4개 대형금융기관에 동일규모의 출자와 공동관리를 요구하면서 '정부 대 국민은행'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말이 좋아서 4개 금융기관 공동관리이지, 산은, 우리은행, 농협은 사실상의 정부계 은행이고 민간은행은 국민은행 한 곳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처럼 지난연말 정부 보유지분 9.1%를 매각함으로써 완전민영화된 국민은행을 끌고 들어간 것은 산은 등 정부계 3개은행으로만 관리할 경우 경제시민단체 및 국내외투자가들로부터 '관치논란'에 휩싸일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은행이 국내최대 선도은행인만큼 '당연히' 시장 안정과 정부 정책에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지난해 11월초 "LG카드 위기는 끝났다"고 호언했다가 또다시 발발한 LG카드 위기로 곤욕을 치루고 있는 김진표 경제부총리의 경우 국민은행을 겨냥해 "은행의 집단이기주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재경부는 또 "LG카드가 부도나면 26조7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며 제2의 대우사태가 발발할 것"이라며 "만약 이런 사태가 발발하면 모든 책임은 국민은행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은행 반응은 "택도 없는 소리"이다. "왜 LG그룹이 잘못해 발생한 손실을 엉뚱하게 국민은행 주주들과 고객이 떠맡아야 하느냐"는 항변이다. 한 관계자는 "LG카드 사태는 금융시장의 단기안정이 문제가 아니라 금융구조조정이 '원칙'대로 단행될 것이냐 아니냐가 문제"라며 "왜 한 상인이 잘못한 것을 옆가게 상인이 책임져야 하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측은 "정부가 정 LG그룹에 맡겨 LG카드 문제를 처리할 수 없다면 산업은행이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산은이 LG카드 지분의 절반을 맡아 주도적으로 책임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이 이처럼 대차게 대응하자 신한-조흥 등 여러 민간은행들도 "우리도 국민은행 입장에 동의한다"며 반발, '정부 대 민간은행' 대립으로 발전하고 있다. 국민은행을 비롯한 여러 민간은행들은 5일 현재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NO"라는 입장에 흔들림이 없다.

***외국계 "LG카드 사태는 하이닉스 사태의 재연"**

LG카드 사태는 지난해말부터 "곧 해결될 것"이라는 정부의 호언과는 달리 국민은행 등 민간은행들로 대표되는 '시장'의 거센 저항에 직면해 진통을 거듭하고 있고, 이번 사태는 당연히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투자가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 예로 홍콩의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5일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이번 LG카드 정상화안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부실 기업에 대해 정부가 납세자들의 돈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 제기되고 있는 우려는 정부가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공적 기관을 이용하거나 지속적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 보호자같은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추측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 저널의 지적이다. 이들은 특히 정부의 이같은 지원으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기업
체질이 약해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신문은 심지어 일부 경제학자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산업은행의 역할을 '한국의 진공 청소기'나 정부가 부실 기업 청산에 직접 나서지 못할 때 대신 악역을 맡는 기관으로 비유하고 있다고 소개하기까지 했다.

요컨대 이번 LG카드 사태는 '하이닉스 사태'의 재연이라는 게 외국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외국계 반응 "긍정적 신호"**

이처럼 국민은행이 단호하게 대응하자 당초 산은이 LG카드 지분의 19%를 맡고 나머지 국민은행등이 31%를 분담하기를 요구했던 정부는 산은이 30%까지 맡는 타협안을 내놓았으나, 국민은행은 산은지분을 최소한 33%까지 높여 LG카드 문제를 사실상 정부가 주도하고 국민은행등에 대해선 더이상 추가부담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줄 것을 요구하는 등 막판까지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대립을 보는 시장의 반응은 생각밖으로 긍정적이다.

한 외국계 펀드매니저는 "한국의 금융시장이 한단계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는 "과거 IMF사태 전에는 영업실적이 좋은 은행에 부실기업을 떠안겨 동반부실시켜온 게 관행이었다"며 그런 예로 부도난 한양그룹을 상업은행에 떠안겨 상업은행이 곤욕을 치룬 예를 들기도 했다.

그는 "IMF사태후 한국이 1백50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얻은 귀중한 성과는 시장의 법칙으로 부실기업을 처리해야 한다는 교훈"이라며 "그런 면에서 LG카드 사태를 LG그룹에 맞겨 청산해야 마땅함에도 정부가 시간만 끌다가 그렇지 못한 점은 유감이나 국민은행등 애꿎은 민간은행을 물귀신처럼 끌고들어가려다 시장의 반발로 좌절한 것은 그만큼 시장이 성숙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금융산업에 대한 신인도는 높아질 게 분명하다"며 "정부가 보다 신인도를 생각한다면 LG그룹 대주주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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