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중국 경제 전망과 관련, 주요 경제학자 및 연구기관들은 2003년과 마찬가지로 장밋빛 예상을 내놓고 있으나 중국 국책연구기관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높은 실업률과 위앤화 평가절상 압력, 소비 위축과 수출 감소 및 경제 비용 상승 등으로 경제 성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전망은 2004년 우리경제의 앞날을 정확히 읽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일독해야 할 가치가 있다.
***“중국 역사상 전대미문의 실업률로 경제 발목”**
중국 공산당 당교 연구실의 저우텐용(周天勇) 연구원은 29일 중국경제시보(中國經濟時報)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2003년 중국 경제는 급성장 기조를 유지했지만 2004년 중국 경제는 성장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냉각될 가능성마저 있다”고 주장했다.
저우 연구원은 이같이 주장하며 10가지 이유를 들어 중국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국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가장 큰 이유로 그는 우선 '도시 지역 실업문제'를 꼽았다. 실제로 중국도시지역의 2002년 취업률은 1990년에 비해 7% 포인트가 하락했으며 2002년 2억8천만명에 달하는 도시지역 노동력 가운데 구직에 실패한 인구가 3천5백15만명에 이르러 실업률은 12%까지 상승했다.
이같은 추이는 2003년에도 이어졌다. 올 해 중국 도시부문의 노동인구는 약 6백50만명이 증가했고 농촌 부문의 잉여인력 가운데 직장을 구하기 위해 도시로 몰려들고 있는 인구는 1천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밖에 직장을 잃고서 재취업을 원하는 인구는 4백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2년에 직장을 구하지 못한 3천5백만을 더한다면 총 구직자는 5천5백만에 이른다.
저우 연구원에 따르면 아무리 낙관적인 수치를 잡더라도 이 가운데 직장을 잡은 인구는 1천만명에 불과해 4천5백만명은 2003년도에도 다시 구직에 실패했다. 총 2억9천만명에 달하는 2003년도 구직 인구 가운데 4천5백만명이 실직함으로써 2003년도 실업률은 2002년도 12%에서 15.4%로 상승하게 됐다.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2004년도 실업률은 18.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수치정도라면 저우 연구원의 표현을 빌리면 “중국 역사상 전대미문의 실업률”인 것이다. 거시경제지표를 보더라도 이같은 추세는 오히려 지속될 가능성이 많다고 저우 연구원은 주장했다.
***일반 국민의 소득 증가 둔화와 이에 따른 소비 지출 감소**
두 번째로 지적한 중국경제성장 장애 요인은 도시와 농촌 모두 소득증가율이 빠르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선 소비가 증가해야 하고 소비가 늘어나기 위해선 소득이 증가해야 하지만 경제 수요를 창출할 정도로 중국인들의 소득이 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는 도시지역의 실업자가 증가함에 따라 3천24억위앤(약 40조원)에 달하는 소비액이 줄었고 농촌지역의 잉여노동력으로 인해 2천6백50억위앤(약 30조원)이 감소, 총 5천6백74억위앤(약 70조원)의 소비가 줄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소비 감소는 실업률 증가에 따라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독점 국유기업과 일부 외자기업을 제외한 국유, 집체, 사영 기업 등의 개인 기업의 임금 상승률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어 새로운 소비가 창출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그는 2004년에도 도시와 농촌 노동자들의 임금상승률은 GDP 증가속도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번째 요인으로 꼽은 것은 두 번째와 연관된 부분으로 소비성장이 별로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 GDP소비율은 최고를 기록한 1981년에 67.5%였으나 2003년에는 57%에도 미치지 못해 20년 새 10% 포인트가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해외 국가들의 GDP 소비율은 70~75%를 기록하고 있다.
***위앤화 평가절상 압력으로 국민경제 악순환 초래**
네번째는 위앤화 평가절상 압력이다. 저우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위앤화 평가절상은 받아들여야 하는 추세라고 인정하면서도 “해외 연구기관들이 주장하고 있는 30% 평가절상은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위앤화 평가절상에 따른 피해로 거론한 것은 수출품 가격 상승. 수출단가가 올라가면 수출물량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 실업률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실업률 상승은 다시 수입 감소 및 소비 위축, 투자 감소로 이어져 국민경제에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다.
***정부 주도 투자의 폐해**
다섯번째는 ‘정부 주도 투자’다. 제 16대 전인대 이후 각 성별 공산당과 성 정부는 고속 성장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지방 정부는 채권을 발행하고 세수를 확대, 도시 건설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여전히 통제할 수 있는 국유기업에 대한 투자 충동을 느끼고 있다”고 저우 연구원은 지적했다. 이같은 정부 방침에 따라 중국 4대 은행과 지방 상업은행들은 이들 기업에 상당한 대출을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는 제16대 3중전회 이후로 정부체제 개혁이 진행되고 있어 이같은 상황은 개선될 것으로 보았다. 정부가 투자를 하는 방법도 임의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투자 심의 제도를 거치게 돼 시장경제체제가 심화됨에 따라 정부 가용자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2004년도 정부 주도 투자는 2003년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이제는 성장 목표만을 지방 정부 관리 평가의 유일 지표로 삼는 시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성장뿐만 아니라 교육, 보건, 취직률, 사회보장, 환경 보호 등도 주요 지표로 대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 투자 변동 가능성과 수출증가 속도 둔화 가능성도 문제**
여섯 번째로 꼽은 것은 외국 투자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외국 투자가 여전히 증가하고는 있으나 양안관계에 따라선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으며 위앤화 평가절상 움직임도 투자자들이 고려함에 따라 투자 움직임이 변동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과 토지 분야에서의 민간투자 부문에서도 법률법규의 제약이 따르고 있다는 점도 장애요인이라고 저우 연구원은 보았다.
일곱 번째는 수출 증가속도의 둔화 가능성이다. 중국은 위앤화 평가절상 압력을 높이고 있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최근 수출보조금을 17%에서 14%로 낮췄다. 또한 중국의 수출 증가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국가들은 비관세장벽을 높임에 따라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둔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까지 외국이 중국에 제기한 반덤핑 제소 수자는 5백44건에 이르고 있다. 이밖에도 지적재산권 등의 문제도 2004년에 크게 대두될 것으로 저우 연구원은 예측했다.
***토지제도개혁 및 보조금 억제와 사회보장제도 확충으로 투자비용 상승**
여덟 번째는 토지제도개혁에 따른 투자 비용 상승 문제다. 중국은 그동안 경제성장을 추동하기 위해 토지가격을 낮은 가격으로 기업들에 공급해왔으며 이에 따라 지방 정부는 도시 건설 및 건축 등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 이에 따라 부동산 과열은 중국 경제에 상당한 짐으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2003년도부터 중국 국무원은 개발구와 신시가지 건설을 억제하고 엄격한 농경지 보호 정책을 실시함에 따라 부동한 임차비용이 높아지게 됐고 기존 개발구에서 사용하고 있는 토지에 대한 실사를 강화함에 따라 토지 사용료 또한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저우 연구원은 이밖에 농민 보조금이 억제될 것이라는 점과 민간 사회보장제도가 확충된다는 점도 중국 경제가 냉각될 수 있는 요인으로 들었다. 일반 기업들이 사회보장제도에 가입함에 따라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부분이 늘어나게 됐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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