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복제 등 생명공학의 발전에 따른 여러 가지 윤리적 문제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생명윤리법)'이 이번 국회에서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져 시민ㆍ종교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생명윤리법은 지난 2000년부터 계속 논의가 돼 왔으나, 번번히 생명공학계, 업계 등의 반발과 의원들의 소극적인 자세로 4년 동안 그 제정이 미뤄져 왔다.
***3년간 합의 노력, 의원들 무관심으로 물 건너가**
25일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3일 생명윤리법 정부안을 상정했으나 위원들의 불참으로 정족수에 미달해 법안 심사소위원회에 회부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26일 열릴 예정인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도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6일 통과가 안 될 경우 총선을 감안하면 법안은 계류돼 있다가 내년 5월 16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법사위에 상정된 생명윤리법은 ▲인간 복제를 금지하고, ▲인간 배아에 대한 관리 규정을 두고, ▲냉동 자연 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고, ▲희귀ㆍ난치병 치료 연구를 위한 체세포 복제 배아 연구를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체세포 복제 배아 연구와 이종간 체세포 핵이식 등의 허용을 주장하는 과학기술계와 이를 반대하거나 높은 수위의 제재를 요구해 온 종교계ㆍ시민단체 등이 지난 3년간 팽팽히 맞서면서, 어렵게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일부 의원들 무책임한 딴죽걸기도 원인**
특히 국회 법사위가 생명윤리법 통과에 주저하고 있는 것은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자체 심의 중인 의원입법의 생명윤리법안이 있기 때문에 이 법안을 정부안과 함께 심의해줄 것"을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이상희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현재까지 과기정통위조차 통과하지 못해 이를 기다리려면 다음 국회에서나 처리가 가능한 실정이다.
이상희 의원실 관계자는 "이상희 의원은 다른 누구보다도 생명윤리법 통과를 찬성하는 의원"이라면서 "다만 정부안으로 내놓은 생명윤리법이 연구개발 부분에 대한 규제가 많아, 그에 대해서는 과학기술부 등이 맡는 것이 좋다는 것이 이 의원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법사위에서 심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레시안이 과기정통위가 11월 내놓은 생명윤리법에 대한 의견서를 확인한 결과, 각종 생명공학 연구에 대한 생명윤리법의 규제 기준을 완화하거나, 생명공학계의 입장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과기부의 영향력을 증가시키는 내용이 대부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이런 내용은 원래 생명윤리법의 제정 취지를 근본적으로 거부하는 것으로, 무책임한 딴죽걸기나 발목잡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이상희 의원 법안은 체세포 복제 행위 등에 대한 규제 수준을 대폭 낮출 것을 제안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인간 복제를 금지하는 법이 마련하지 못해, 세계 최초로 복제인간을 탄생시켰다고 발표했던 종교 단체인 라엘리안 무브먼트 등이 우리나라를 목표로 접근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3년간의 대화의 산물인 이번 생명윤리법안이 무산된다면 관련 의원들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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