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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하다 조류독감 전국으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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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하다 조류독감 전국으로 확산

정부 초기대응 실패, 양계농가 등 치명타

지난 10일 첫 발생 신고된 조류독감이 전국 곳곳으로 급속히 확산돼 전국 축산 농가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조류독감이 전국으로 확산된 데는 정부의 초기 대응 미흡이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어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충청서 시작해 영호남까지 확산**

21일 최초 발생지였던 충북 음성군의 5개 농가에 이어 음성에서 1백70km 떨어진 경북 경주의 닭 농장과, 2백30km 떨어진 전남 나주의 오리 농장에서 조류독감이 추가로 확인됐다.

농림부는 이밖에도 충남 천안의 오리 농장에서 조류 독감이 확인된 것을 포함해 경기 지역에서 감염 사실이 의심되는 징후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조류 독감 발생 징후가 나타난 곳은 13곳이며, 이 중 9곳은 조류독감으로 판명됐고 나머지 4개 농장은 23~26일 최종 검사 결과가 나온다.

***왜 전국으로 확산됐나?**

조류독감이 전국으로 확산된 데는 정부의 초기 대응 미흡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류독감 발생 확인 전에 매입 등을 통해 전염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 이미 다른 지역으로 확산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5일 처음 음성에서 닭이 죽었으나 5일 후인 10일에야 신고됐으며, 15일에야 최종 감염 여부가 확인됐다. 정부는 최종 확인 후에도 17일에야 닭과 오리를 매몰 처분하기 시작했다. 농림부는 조류 독감이 처음 발생한 충북 음성군 삼성면 H양계장을 중심으로 반경 3km 이내는 '위험 지역', 반경 10km 이내를 '경계 지역'으로 지정해 방역 활동을 벌여 왔다. 이번 도 경계를 넘어선 조류독감 확산으로, 정부가 지정한 경계선은 무용지물이 됐다.

21일 감염 확인된 충남 천안 오리고기 제조업체 H사의 농장은 충남북과 경기도 등 5개 시군의 씨오리 농장(오리를 생산해 다른 농장이 기르도록 공급하는 곳) 22곳에 새끼 오리를 공급해 주는 오리 공급 근거지였던 것으로 밝혀져, 이 곳이 진원지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21일 조류독감이 확인된 전남 나주 산포면의 오리농장은 충남 천안의 농장 부화장에서 4천마리의 새끼오리를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 곳에 대한 역학 조사를 18일에야 들어가 뒷북만 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12일부터 전국에 새끼 오리를 공급하는 씨오리 농가 52곳을 대상으로 감염 여부 확인에 들어갔으나, 인력 부족으로 배설물 채취조차 끝내지 못한 상황이다.

조류독감이 닭, 오리뿐만 아니라 철새 등 모든 날짐승에 감염되는 것도 큰 문제다. 닭은 바로 죽지만 대부분의 날짐승은 조류독감에 감염돼도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분뇨나 분비물을 통해 확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림부는 시베리아 등지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내려온 청둥오리 등 철새가 이번 조류독감을 처음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남은 최대 과제는 조류독감이 오리에서 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일이다. 오리 사육두수는 전국 7백만~8백만 마리지만 닭은 1억 마리나 되는 데다, 오리는 배설물 처리만 확실하게 하면 확산을 막을 수 있지만 닭은 감염 후 곧바로 죽어 그 자체가 바이러스 덩어리가 되기 때문이다.

***조류독감 인체에 전염되나?**

현재 방역 당국은 이번에 전국에 확산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지난 1997년 홍콩에서 사람 18명이 감염돼 6명이 사망한 홍콩 A형(H5N1)과 동일한 것으로 조사돼 인체 감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콩 A형의 경우도 타입이 여러 가지여서 방역 당국은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다음달 18일 최종 판정을 내리는 데 주목하고 있다. 최초 발생지인 음성군 양계장 종사자와 가족 68명을 확인한 결과 4~5일의 잠복기가 2배 이상 지났는데도 아무 증상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인체에는 감염 되지 않는 타입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콩 A형의 경우 지난 1997년 사망한 3세 어린이를 부감한 결과 몸에서 발견됐고, 조류독감이 인체에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올해 5월 네덜란드에서도 83명이 감염돼 1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조류독감이 닭, 오리고기를 먹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해를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홍콩, 네덜란드, 영국, 호주 등 외국에서 발생했을 때도 닭, 오리고기를 먹은 사람이 감염된 사례는 없었을 뿐만 아니라, 감염된 닭, 오리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전염됐기 때문이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섭씨 80도 이상에서 1분, 섭씨 75도에서는 5분이 지나면 죽기 때문에 날로 먹지 않는 한 이를 먹은 소비자가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닭이나 오리가 낳은 알의 경우에는 알 껍질에 바이러스가 묻었을 경우 다른 닭, 오리를 감염시킬 수는 있으나, 날것으로 먹더라도 사람에게 감염되는 일은 없다.

***피해 규모 얼마나 되나?**

이런 방역 당국의 홍보에도 불구하고 닭과 오리고기 소비가 급감하고 있다.

닭의 산지가격의 30%가 하락한 데 이어 대한양계협회는 1kg의 닭고기 도매가격이 1천원에서 21일 현재 절반 가격인 5백원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외국에 대한 닭고기 수출도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일본은 조류독감 발생 직후 우리나라의 닭고기 제품 수입을 포장 삼계탕 일부를 제외하고 전면 중단했고, 대만도 20일 한국산 조류 및 관련 제품 수입을 금지했다.

본격적인 방역 활동이 시작되면 오리와 닭에 대한 매몰도 본격화돼 농가 피해는 눈더미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올해 5월 네덜란드에서는 전체 사육 닭 5천만마리 중 2천5백만마리를 폐사 및 매몰 처분했다. 1983~4년 조류독감을 겪은 미국의 경우에는 매몰 처분 보상비용으로 총 4억9천만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정부 고건 총리 주재, 긴급 대책회의 열어**

정부는 21일 고건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피해 농가에 대해 시가대로 보상키로 하고 우선 70억원을 충청남ㆍ북도에 배정키로 했다. 이와 함께 닭고기 수급 안정을 위해 30억여원을 들여 닭 2백50만마리를 긴급 수매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연말께를 고비로 보고 더 이상 조류독감이 확산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지만 수의사 등 전문 인력을 비롯한 방역 인력이 부족해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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