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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백8명 교수가 풀이한 3백60개 일본문화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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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백8명 교수가 풀이한 3백60개 일본문화 궁금증

[신간] 6권 대작 <키워드로 읽는 일본 문화>

한국일어일문학회(회장 한미경)가 창립 25주년을 맞아 학회 회원인 2백8명의 대학교수를 총동원해 6권의 '일본문화 총서'를 펴냈다. 일본문화의 전모를 3백60개의 주제로 낱낱이 해부한 <키워드로 읽는 일본문화>(글로세움 간) 시리즈로, 가깝고도 먼 일본의 문화 이해에 친절한 길라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

다음은 이 학회 회원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본문화를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몇가지 주제들을 요약정리했다.

***게다도 짝이 있다**

게다(下駄)는 나무로 만든 신발이다. 원래 맨발에 신는 것이라 나들이용이나 정장용 신발은 아니다. 유카다(浴衣)는 게다가 짝을 이루며 일본인들에게 향수를 일깨워주는 복식문화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전통복식문화의 하나인 게다를 거론하자면, 절대 조리(草履)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조리는 외출용 또는 나들이용 신발이며, 이에 반해 게다는 평상시, 즉 집이나 동네에서 신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름철 피서지 등에서 흔히 신는, 엄지발가락과 둘째 발가락 사이를 끼워 신는 것을 조리라고 하는데, 이를 일본의 것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리를 신게 되었다'는 말은 특히 여성들의 경우 '이제 성인이 되었다'는 비유적인 표현이 된다. '정장을 하다'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당연히 조리를 신을 때는 와후쿠(和服)를 입으며, 시로다비(白足袋:하얀 버선)을 신는 것이 원칙이다.(민성홍 한국외대 명예교수)

***스모 남편과 벤토 부인**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것 3가지로 '교진'(巨人),'다이호'(大鵬), '다마고야키'(卵燒き:달걀프라이)를 꼽을 수 있다. 교진은 일본 프로야구팀이고, 다이호는 역대 가장 유명한 일본 스모선수이며, 다마고야키는 도시락 반찬이다.

일본인이 프로야구와 스모에 열광하고, 여성들은 야구선수와 스모선수를 최고의 신랑감으로 여긴다는 것은, 일본을 조금이라도 아는 외국인에게조차 그다지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도시락 속의 달걀프라이를 가장 좋아하는 리스트에 올린다는 것은 다소 의외일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도시락을 얼마나 좋아하며, 또 도시락이 일본인의 생활 속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지를 알면 충분히 납득이 갈 것이다.

어쨌든 가장 좋아하는 벤토(弁当:도시락)를 먹으면서 가장 좋아하는 스모를 보는 기분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으리라.

그러면 일본에서 이렇듯 도시락 문화가 발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일본은 더운 기운 탓으로 찬 음식을 먹는 문화가 발달했다. 우리나라나 중국에서는 음식이 따뜻해야 맛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이유로, 일본인들은 우리처럼 음식을 한 그릇에 담아 함께 먹지 않고 따로 먹기 때문에 혼자 먹는 벤토를 선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일본인들은 먹는 데는 그다지 돈을 많이 쓰는 편이 아니므로, 벤토가 비교적 값이 싸기 때문에 사랑을 받는다고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남자들은 직장에서 도시락 먹는 것을 불편하고 쑥스러워 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혼자 도시락을 먹는 직장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도시락을 '아이사이 벤토'(愛妻弁当:사랑하는 아내가 싸준 도시락)라고 한다. 늘 데리고 다니는 애첩(愛妾)을 속어로 '오벤토'(お弁当)라고 하는데, 이와 같이 일본인에게 벤토는 항상 지니고 다닌다는 의미가 있다.(윤호숙 사이버외국어대학교 교수)

***예술의 경지로 승화된 하이쿠와 마쓰오 바쇼**

'하이쿠'(俳句:근세에는 '하이카이'로 불림. 메이지시대에 이르러 마사오카 시키가 하이쿠로 명명한 것이 정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에도 시대에 발달한 전통시의 한 형태로, 오늘날 일본에도 대중적으로 보급되어 있다.

3행 17음절로 이뤄졌으며 각 행은 5.7.5 음절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적인 31음절의 단가(短歌)의 처음 3행에서 유래했다. 서민들의 놀이로 등장한 하이쿠는 상류층의 전유물로 고상함을 추구하는 와카나 렌가의 세계를 조롱하며, 골계성(滑稽性)을 강조한 일종의 말장난이었다. 이것은 그 나름대로 서민들을 문학의 세계로 이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어디까지 유희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때 마쓰오 바쇼(松尾芭蕉:1644~94)가 등장하여 하이쿠를 놀이가 아닌 하나의 예술적 경지로 승화시키게 된다. 그는 수많은 한적(漢籍)을 탐독하는 고독한 은거생활과 평생에 걸친 방랑을 통하여 하이쿠에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의 의미를 담아내었다.

그러면 우리에게 '개구리 퐁당'이라는 말로 익숙한 그의 작품을 살펴보자

古池や蛙飛び込む水の音
오래된 연못/개구리 뛰어드는/물소리 퐁당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인들의 계절감각과 일본인들의 언어 표현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일본 시가는 계절의 변화가 항상 중심 소재가 되어, 사랑이나 인간생활 등이 계절을 통해 비유적으로 나타났다.

하이쿠에는 계절을 상징하는 말, 즉 '기고'(季語)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위의 시에는 '개구리'가 봄임을 환기시키는 하나의 기호 같은 역할을 한다. (유옥희 계명대학교 교수)

***잃어버린 세대의 투명한 상실감**

1980년대 일본문학계의 총아라 할 수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1949년 교토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시절에는 러시아 문학과 재즈에 탐닉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미국문학에 빠진다. 그는 일본 문학작품은 거의 읽지 않고 주로 페이퍼북을 통해서 미국소설만 읽어왔다. 이러한 그의 문학적 기반은 일본적인 것을 탈피한 세계적인 작가로서의 성장에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순수문학가로 일본과 세계적으로 장기 베스트셀러 작자로 주목받는 하루키의 문학은, 1백년 후쯤이면 일본에서 나쓰메 소세키와 같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의 대표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노르웨이의 숲'은 모두 배경이 되는 시대가 거의 유사하며, 작자가 의식적으로 배제했던 것과 적극적으로 다루려 했던 것을 찾아낼 수 있다.

1987년에 출간된 '노르웨이 숲'은 그해 일본에서만 4백만부가 넘게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국경을 넘어 우리나라에서까지 '무라카미 하루키 현상'을 불러일으킨 대표작이다.

또한 이 소설은 하루키의 자전적인 요소가 짙게 배어 있다. 소설의 주제 또한 젊은 시대의 상실과 아픔이다. 작자의 말을 빌리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의미'란 '자아의 무게에 맞서는 동시에 외적인 사회의 무게에 정면으로 맞서는 행위'인 것이다.

쓸쓸하고 허무한 청춘을 배경으로, 작품은 생의 대극(對極)으로서가 아닌 그 일부로 존재하고 있는 죽음의 의미, 생의 상실감과 인간 고독의 본질적 의미에 대해 묻고 있다.(이지숙 충남대학교 강사)

***높임말이 욕이 되었다**

상대방을 가리키는 일본어에 기사마(きさま, 貴樣)라는 말이 있다. 이는 예전에는 높임말이었으나 현재는 욕으로 쓰인다. 이는 현대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남성들간에 쓰는 거친 2인칭 대명사이다. 일본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대칭의 인칭대명사로 남자가 친한 동년배나 손아래 남성을 가리키는 말. 또는 남자가 상대를 깔보고 욕하는 말. 옛날에는 손윗사람에게 쓰던 경칭이었다'라는 설명이 나온다.

현대어에서 쓰이는 2인칭 대명사 중 가장 존대감이 높은 것은 아나타(あなた)이다. 그러나 아나타를 손윗사람에게 쓸까? 아마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쓰지 않을 것이다. 현대어에 있어서는 상대방을 짖거해서 무어라 칭하는 것조차 결례로 느껴져 지칭사 없이 전체의 문맥의 서술 부분 등에 상대방에 대한 존대의 뜻을 표시하게 된다. 아나타는 오히려 불특정한 사람에게 쓰는 말로 통용되고 있으며, 영어 YOU의 번역어로서 애용되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친근감을 갖고 대등한 관계에서 쓰거나 아랫사람에게 품위를 갖추며 쓰는 말이 되었다.(한미경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도와준다는데 왜 섭섭해 하지?**

가장 세련된 일본어 표현은 어떤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보는 각도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일 것이다. 만약 필자의 의견을 밝히라면 '적당히 우물거리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물댈수록 일본인 같아 보일 수도 있다.

남의 행동에 응답해야 할 대는 고맙다는 뜻으로 'どうも'까지 하고 뒤끝을 흐리고 고개를 약간 숙익 채로 있으면 되고, 누가 나의 양해를 구하는 듯하면 'どうぞ'라고 하면 된다.

일본어는 문법적으로 정확히 표현하면 할수록 상대방에게 의사 전달이 잘 안 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말과 일본말의 표현의 차이 때문이다.

필자는 일본에 있을 때 일본 선생님께 물어 본 적이 있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이 해외 여행을 같다 오신다는데 잘 다녀오시라는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이럴 때는 뭐라고 하면 됩니까?'라고 물으니, 손윗 사람들의 행동에는 좋은 말이라 하더라도 직접적인 표현은 보통 안 하는 법이니 그냥 평소처럼 "それじゃ..."(그러면...)하고 가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손윗 사람에게 자기 표현을 절제하는 이러한 일본어의 상식을 염두에 보고 다음과 같은 표현을 생각해 보자. 아는 분이 열심히 짐정리를 하고 있다. 도와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그 마음을 표현하면 좋을까?

일본어 표현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는 남을 배려하는 완곡한 표현이다. 그것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던 아니던 일본어 표현의 근간을 이룬다. 손윗사람의 행동은 높이고 자기 행동은 낮추는데 단지 낮추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덕에 자신의 행동이 가능했다는 표현을 한다.

그러나 보니 수동 표현에 쓰는 'れる''られる'를 존경어로도 쓰고 자기가 자발적으로 하는 일에 대해서도 '~させていただく'를 서서 자신의 행동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일본어 표현의 특성으로 보면 되도록 자기 스스로 한 행동도 남의 덕으로 돌리고자 애쓰는데 반대로 남에게 은혜를 베푼다는 생색의 의미를 언어표현상에 나타낼 수 있겠는가.

바로 이 점이 형태상으로 완벽한 표현인 '手伝(てつだつてさしあげましよか)'를 잘못쓰는 일본어 표현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さしあげる'는 우리말의 '드리다'에 해당되는 겸양어이다. 그러나 일본어의 '~てさし上げる'로서는 '그분을 위해서 일부러 해드린다'는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게 무슨 큰 일이냐 싶겠지만 일본인들의 의식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아니 도와주면 그냥 도와줄 것이지 웬 생색이야. 나 혼자서도 할 수 있는데...영 언짢네'하고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한미경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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