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민 수백만 명이 거리에 나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지 3개월에 이른 4일 마침내 홍콩 정부가 '법안 철회'를 발표했다.
람 행정장관은 지난 6월 15일 송환법 처리를 무기한 보류하겠다고 발표하고, 7월 9일에는 "재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시민들은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계속 벌여왔다.
홍콩 정부가 송환법을 공식 철회함에 따라 홍콩의 반중시위는 첫 성과를 거두게 됐다. 홍콩 시민들은 지난 2014년 79일에 걸친 우산혁명 시위를 벌였지만 어떤 요구도 관철시키지 못했다.
홍콩 증시 반색, 시위 지속될 가능성에 우려
'아시아 금융허브'로 자부해온 홍콩 경제가 장기 시위로 고사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송환법 철회'가 발표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홍콩 증시는 장중 4%넘는 폭등세를 보인 뒤 3.95% 급등하며 마감했다. 특히 직원들이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에 '찍힌' 홍콩 거점 영국계 국제항공사 캐세이 퍼시픽의 주가는 7% 넘게 급등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송환법 철회는 시위대가 요구해온 5가지 중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1개라는 점에서,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진정제 투입'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뉴욕타임스>는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참가자 일부와 경찰의 충돌이 점점 증가해 지난 6월 초 이후 경찰이 체포한 시위자가 1100명이 넘었다"고 전했다. 람 장관은 이미 사문화된 송환법 공식 철회를 미루다가는 홍콩 정부의 통제 능력을 벗어날 것으로 우려해 최근 중국 정부에 '공식 철회 방안'을 제안했으나 거부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2일 람 장관이 기업인들과 비공개 회동에서 송환법 추진이 자신의 어리석은 판단 때문이라고 토로한 발언이 담긴 녹취가 공개됐다. 자작 유출로 의심을 받기는 했지만, 중국 정부가 '송환법 철회'를 수용할 명분을 제공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송환법 공식 철회로 시위의 동력이 사그라들지는 미지수다.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회를 비롯해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한 조치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시민들이 다른 요구 사항도 조속히 수용할 것을 요구할 경우, 홍콩 정국이 앞으로도 불확실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홍콩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당초 '2∼3%'에서 '0∼1%'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미 시위 주최측은 5가지 요구사항 중에 하나도 뺄 수 없다면서 오는 10월 1일 신중국 정부 수립 70주년 때까지 시위를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첫 승리'를 따낸 시민들의 반중 시위가 더 힘을 얻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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