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주도로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열린 다음 날, 검찰이 전격적으로 조 후보자 가족 수사에 나섰다. 검찰이 '진검'을 꺼내 들고 절체절명의 승부에 뛰어든 걸 의미하는 것으로 정치권은 해석하고 있다. 여당과 조 후보자, 나아가 청와대의 분위기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11시간에 걸친 '해명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조 후보자 엄호를 위해 직접 '여론 전쟁'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기자간담회가 끝난 지 반나절 만에 검찰은 보란 듯 조국 후보자의 딸과 연루된 단국대 장영표 교수를 참고인으로 부른 데 이어 조 후보자 부인이 재직 중인 동양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3일 조 후보자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단국대 장영표 교수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는 한편, 서울대 연건캠퍼스 의과대학 행정실 및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도 압수수색했다. 또 조 후보자 일가가 투자한 코링크PE의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가 투자한 가로등 점멸기 생산업체 웰스씨앤티의 이 모 상무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앞서 확보한 자료를 통해 관련 의혹을 뒷받침하는 단서들을 더 찾아냈고, 법원도 추가 압수수색 필요성에 동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방위적으로 조국 후보자 주변을 압박하고 있다.
검찰 상황을 잘 아는 한 야권 인사는 "검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물러설 곳을 두지 않고 밀어붙이는 모양새"라고 했다.
다만, 조 후보자의 집무실과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조 후보자가 각종 의혹에 연루된 직접적인 단서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검찰이 집권 여당과 청와대의 기류에 찬물을 끼얹는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주로 검찰 수사가 향후 여론과 정국에 미칠 파장에 대한 분석이다.
먼저 자유한국당은 조국 후보자 수사에 마냥 웃음을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인 조국 수석에 대한 수사에서 성과를 거둘 경우, 다음 타깃은 야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 선거법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줄줄이 검찰에 고발된 상황이다. 정치권의 이슈를 사정 기관과 사법 기관에 갖다 바친 '업보'이며, 자승자박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꽃놀이패'다. '여야 균형 맞춘 수사'라는 검찰 수사의 '전통적 명분'에도 들어맞는다. 여러모로 검찰이 정치를 쥐고 흔들 수 있는 구조다.
조 후보자의 낙마와 검찰 수사의 성과가, 자유한국당엔 시련의 시작일 수 있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물론 검찰 입장에선 '아이러니'가 아니다.
검찰이 정치권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상황이라면 검찰 개혁 주도권도 검찰이 가져가게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검찰 개혁 무산'을 뜻한다. 주로 노무현 정부의 전례를 참고한 분석이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후 검찰 개혁에 착수했을 무렵, 검찰은 2002년 대선 자금 수사로 혁혁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송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의 팬카페가 만들어졌을 정도였다. 검찰이 정치권에 칼날을 휘두르며 인기를 얻고 '여론'의 중심에 서면서 '중수부 폐지'나 '검찰 개혁'과 같은 구호는 사라졌다. 현재 윤석열 검찰총장이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뽑아 든 형국과 비교하는 인사들이 많다. 윤 총장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검찰 개혁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정치의 한복판에 검찰이 뛰어든 형국이다. 이는 정치권의 자승자박이다. 정치로 풀어야 할 사안을 사정 기관과 사법 기관에 스스로 넘긴 데 대한 '대가'는 곧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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