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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김용균'에게 안전운임 지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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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김용균'에게 안전운임 지급하라"

국제운수노련 "한국 정부는 안전운임제 전면 실시해야"

"고인은 왜 운전 중인 벨트컨베이어 밀폐함의 점검구 안으로 상체를 집어넣고 작업을 해야 했을까? 개인의 의욕이 넘친 과잉 행동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수 없었던 구조적인 원인이 존재하는 것인가?"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조사결과 종합보고서'가 던지는 질문이다. 보고서는 구조적인 원인이 존재한다고 답한다. 원하청 간 수직적이고 신분제적인 구조가 고 김용균 사망사고의 진짜 원인이라는 것이다. 원하청 구조하에서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바라는 목소리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구조적인 원인으로 안전을 위협받는 노동자가 발전소 노동자만은 아니다. 화물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대형 사고로 연결되기 쉬운 화물차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는 졸음운전과 신호 위반이 지목된다. 그 뒤에는 과로와 과속을 유발하는 낮은 운임이 있다. 낮은 운임의 배경에는 98%가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 노동자의 낮은 지위와 발주와 수주로 짜인 운수 산업 공급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대기업 화주의 우월적 지위가 있다.

국가가 정하는 최저 화물차 운임으로 '화물 노동자의 최저임금'이라 불리는 안전운임이 내년부터 부분적, 한시적으로 도입된다. 31일 안전운임제의 전면 실시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국제운수노련 대표단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운전기사를 비롯한 모든 노동자가 하는 일에 적정임금을 보장하는 것이 존엄성, 존중과 안전의 기본적인 내용"이라며, "한국의 안전운임위원회는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을 감안하여 화물 노동자가 공정한 운임을 받을 수 있도록 올바른 결정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안전운임제 전면실시 촉구 국제운수노련 대표단 기자회견에서 "Safe Rates, Union Power"를 외치는 참가자들. ⓒ프레시안(최용락)


팀 비티 미국팀스터노조 세계전략실장은 "미국에서도 항만에서 일하는 화물 노동자들이 장시간 운행과 위험한 노동 조건에 시달리고 있지만 작년 캘리포니아주에서 한국의 안전운임과 같은 성격의 법 제도가 도입됐고 그 법을 통해 최상위 유통기업이 공급사슬 전반과 안전에 책임을 지게 됐다"며 "그 뒤 캘리포니아주에서 화물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향상되고 위험한 화물차가 도로에서 퇴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에드윈 아테마 네덜란드노총 부설 조사감시센터 조사연구실장은 "유럽에서 공정하고 안전한 노동조건을 만들기 위한 투쟁이 처음 시작될 때만 해도 절망적이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한 회사 한 회사씩 성과를 만들고 있다"며 "네덜란드에도 대기업 화주의 책임을 도입하는 법 제도가 도입됐고 대기업 화주들이 공급사슬 하에서 노동 조건에 책임을 져야 안전한 도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니 쉘던 호주 상원의원도 이날 한국 대사관에 안전운임제 성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서신을 보냈다. 토니 의원은 "한국 안전운임위원회가 화물노동자와 가족을 비롯한 모든 도로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운임을 결정하고 올해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안전운임제를 영구적인 제도로 전환하고 전 도로운수산업에 확대하도록 한국 정부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적었다.

한국에서 안전운임제 관련 법은 2018년 4월 화물자동차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운송업체 간 과당경쟁과 화주의 우월적 지위로 인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서 결정되는 운임이 화물차 운전자의 장시간, 과적, 과속 운행을 유발한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 결과였다.

안전운임제는 안전운임과 안전운송원가로 구성된다.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되는 안전운임은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에 대해 3년 일몰제(2020~2022년)로 우선 도입됐다. 처벌 조항 없는 참고 가격인 안전운송원가는 철강재 등에 우선 도입됐다.

안전운임을 결정하는 안전운임위원회는 국토교통부 산하 위원회로 2019년 7월 3일 활동을 시작했다. 위원회는 공익대표위원 4명, 화주, 운수사업자, 화물차주 추천 각 3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원회는 2019년 10월 31일까지 2020년에 적용될 안전운임을 결정해야 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8년 사업용 화물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251명이다. 사업용 화물차 사고의 평균 치사율은 3.85로 교통사고 평균 치사율 1.87의 2배 가량에 달한다. 치사율은 교통사고 100건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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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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