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출신 언어학자로 세계 생태운동과 반세계화운동을 이끌고 있는 헬레나 노르베리-호지가 8일 한국을 찾았다.
***"다른 방향의 발전 모색하는 한국의 지식인, 실천가들 만나고 싶어"**
녹색평론사, 풀꽃평화연구소 등이 주최하는 <21세기를 위한 사상강좌> 3번째 강사로 남편 존 페이지 씨와 한국을 찾은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9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에서 제일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질문에 "구태의연한 서구식이 아닌 다른 방향의 발전을 모색하는 한국의 지식인, 실천가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노르베리-호지는 "대기업, 언론, 정부, 과학자가 거대한 카르텔을 형성해 기존의 발전 방식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뜻 있는 실천가와 지식인들이 이 거대한 음모를 분쇄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르베리-호지는 한국 정부의 핵발전소와 핵폐기물처리장 건설 등 핵에너지 확대 방침에 대해서 "매우 불행한 일"이라면서 "에너지 집중화를 가져오는 핵에너지 정책은 결코 지속가능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우리 대신 그것을 감당할 후세를 생각한다면 범죄에 가까운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올해 57살의 노르베리-호지는 '아름답다'는 칭찬에 "올해 57살이지만 '아름답다'는 칭찬을 받으니 고맙다"면서 "충분한 동기를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르베리-호지는 누구인가?**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1991년에 쓴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김종철 옮김, 녹색평론사 간)와 <허울뿐인 세계화>(이민아 옮김, 따님 간) 등의 책을 통해 세계 생태운동과 반세계화 운동에 큰 영향을 준 세계적인 사상가이자 실천가이다.
특히 그가 라다크에 머물면서 땅과 자연, 티베트 불교 문화를 근간으로 했던 라다크 공동체가 서구 문화에 노출되면서 붕괴되는 과정과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라다크 사람들의 노력을 기록한 보고서인 <오래된 미래>는 세계 47개 언어로 번역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국내에서도 1996년에 번역ㆍ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됐음은 물론, 최근 환경정의시민연대, 문화일보, 교보문고가 공동 주최한 '올해의 환경책' 선정에서 선정위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얻기도 했다.
1975년 외국 관광객에게 막 문을 열기 시작한 라다크를 방문한 그는 체류 1년동안 라다크 말을 습득하면서 인도 영토의 일부로 편입되어 있지만, 1천년 넘게 독자적인 언어와 티베트 불교 문화에 뿌리를 둔 자급자족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 라다크 공동체에 매료된다. 그는 그 때부터 라다크에 장기 체류하며, 라다크 문화를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서구 산업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그 후 그는 서구 산업 문명에 반하는 '다른 발전'을 모색하게 되고 '국제 에콜로지 및 문화협회(ISEC, International Society for Ecology and Culture)'와 라다크 '환경개발그룹', '여성동맹'을 이끌며 반세계화, 탈중심화, 반개발을 위한 국제연대 운동을 활발하게 벌여 왔다. 그는 1986년에 대안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바른생활상'을 수상했다.
지금도 매년 라다크에 머무르는 호지는 올해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라다크에 머물렀다고 한다.
***<21세기를 위한 사상강좌> 포함해 2차례 대중 강연 열어**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10일 저녁 7시 서강대 성이냐시오관 강당에서 "<오래된 미래>와 그 이후"라는 강연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한국에서 2차례 대중 강연을 열어 한국의 독자들과 대중들을 만날 예정이다. 11일에는 충남 홍성군에서 저녁 7시부터 "세계화에서 지역화로"라는 제목의 2번째 강연이 예정돼 있다.
프레시안은 10일 <21세기를 위한 사상강좌>를 지상 중계하는 것을 포함해,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인터뷰를 게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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