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듯이 비인간 동물에게도 그들의 권리가 있다"
종차별 철폐와 동물의 이용 및 착취를 반대하는 '2019 서울 동물권 행진'이 '세계 종차별 철폐의 날'인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개최됐다.
서울 동물권 행진은 8월 한 달간 런던, 베를린, 로스앤젤레스, 마닐라, 오사카 등 전세계 40여 도시에서 이어지는 '공식 동물권 행진'(the official animal rights march)의 연대 행사다. 지난 17일에 있었던 런던 동물권 행진은 1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개념인 '동물권 운동'은 사람이 아닌 동물도 인권과 같은 생명권을 지닌다는 견해다. 독일의 경우, 2002년 '국가는 미래 세대의 관점에서 생명의 자연적 기반과 동물을 보호할 책임을 가진다'는 내용을 세계 최초로 헌법에 명시해 동물권을 보장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종차별 철폐를 위한 동물권 행진 연대(연대체)는 성명서를 통해 "민족, 노동, 여성, 성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철폐가 비인간 동물에게까지 확장돼야 한다"며 "동물이 인간의 즐거움과 안락함을 위해 태어나 고통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한국에서만 작년 한 해 동안 소 87만 마리, 돼지 1737만 마리, 닭 10억 483만 마리, 개 100만 마리가 식용으로 도살됐다. 반려 목적의 동물은 연간 69만 마리 이상이 생산되는 동시에 1년에만 10만 마리 이상이 유기되고 있다. 쥐, 원숭이 등 372만 마리가 실험에 동원됐다. 이를 두고 "오직 인간의 쾌락과 필요에 의한 대규모 동물 학대이자 착취"라며 "인간이라는 이유로 다른 동물을 학대하고 착취할 권리는 없다"고 동물권 단체들은 주장한다.
이들은 "다른 동물의 고통으로 인간의 욕망을 채워선 안 된다"며 "공장식 축산업, 동물원, 밀렵 등은 지구 환경 전체를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나리 동물해방물결 공동대표는 3주째 이어지고 있는 아마존 화재를 언급하며 "이슈조차 되고 있지 않고 그마저도 화재의 원인을 '경제개발을 위한 난개발'로만 치부하고 있다"며 "아마존 화재는 축산업 확대를 위해 나무를 베고 불을 질렀기 때문에 발생했다. 환경을 파괴하고 동물학대를 부추기는 축산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장했다.
브라질 아마존 우림지대에서는 3주째 산불이 확산되고 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기를 농장 개간을 위해 화전과 벌목을 자행한다"며 "이 같은 행동은 불법이지만 브라질 정부가 묵과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도야(가명) 서울헬스세이브 활동가는 "50년 간 대한민국 육류 소비량은 17배 증가하면서 비만, 암, 심혈관 질환이 함께 급증했다"며 "육류 중심 식생활로 국가에서는 매년 100조 원의 의료비가 소비되고 있다. 육식주의는 개인과 국가, 지구를 죽인다"고 주장했다.
동물권 행진 참가자자들 상당수가 비건이다. 비건은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동물에게서 나온 혹은 동물실험을 거친 음식도 먹지 않는 가장 엄격한 단계의 채식을 말한다.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동물 착취에 저항한다는 사회운동의 성격이 강하다.
녹색당 당원임을 밝힌 꽃분홍모자(가명)는 "동물들의 권리가 사람들의 삶과 별개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난주 녹색당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고 밝혔다. 꽃분홍모자는 "기후변화를 가속화 시키는 원인 중 하나는 동물집단사육시스템"이라며 "우리는 생존을 위해 비거니즘(채식)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대체는 세종문화회관과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후 '동물 착취 그만'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종각 젊음의 거리, 인사동길을 거쳐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행진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개최된 이번 서울 동물권 행진은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 주도로 국내 동물권 단체 20여 개 단체 200여 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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