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파병지역으로 유력시돼온 이라크 북부 모술 지역에 급속히 반미분위기가 확산되고 미군에 대한 공격이 급증하면서 '제2의 바그다드'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는 26일 귀국해 "바그다드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치안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주장한 국회 이라크 조사단의 평가와 크게 상반돼 조사단의 신뢰성에 다시 한번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NYT, "미군에 호의적이던 모술 상황, 급속히 악화"**
뉴욕타임스는 27일 "이라크 북부 도시 모술은 미군이 처음 주둔하던 7개월 전만 해도 주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오면서 평온한 도시였으나 이제는 그같은 상황이 급격히 변화해 이달에만 모술에서 25명 이상의 미군이 사망할 정도로 관계가 급속히 악화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군이 처음 주둔할 당시에는 "모술 지역 주민들은 이라크내 반미감정이 거세던 라마디나 팔루자, 티크리트 등지와는 달리 미 제101공중강습사단의 기간시설 건설과 도시 재건 사업 등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지만 "이제는 미군이 모술 지역에서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아직도 상당수의 이라크인들은 실직상태에 놓여 있으며 미군이 이라크인 고용을 위해 사용하던 예산이 바닥난 반면 미 의회가 승인한 이라크 재건 예산은 아직 지원되지 않은 상태임에 따라 "이젠 재건 사업도 지지부진해 미군은 점령군으로만 인식되고 있으며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 변화는 상당히 충격적인데 "지난 23일 두 명의 미군이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에 대해 보인 모술 지역 주민들의 태도를 통해서 여실히 알 수 있다"고 신문은 평했다.
모술 지역 주민들은 미군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환호했으며 이들 미군이 차고 있던 시계와 입고 있던 옷가지 등을 가져가기도 했는데 사건당시 현장에 있던 소방관인 와달라 무하마드는 "나는 행복했으며, 다른 사람 모두도 다 행복해했다"고 말했다.
이 소방관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또 "미군은 자신들의 평판을 높이기 위해서만 좋은 일을 할 뿐이다. 그들은 점령군이다. 우리는 그들이 떠나기를 바란다"고 말해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냈다.
이같은 변화는 미군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미군에 우호적인 이라크인들 조차 "점차 많은 수의 모술지역 젊은이들이 이슬람 무장단체에 가입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모술지역의 이같은 민심변화는 미군에 우호적인 인사들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세 명의 고위직 이라크 공무원이 살해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그들의 '부역'에 대한 대가를 치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역주민들, "미군이 상황 오판"**
급속도로 악화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미군이 택한 방법은 미군을 증파하고 의심스런 인물들의 체포작전이었으나 이러한 방법은 또 다른 악수일 뿐이었다. 체포 과정에서의 충돌로 인해 그나마 남아있던 우호감정도 사그러 들었으며 "신뢰 회복에 별다른 희망이 없다"고 지역주민들은 말했다.
미군이 체포한 모술 지역 인사 중에는 이슬람 성직자들도 포함돼 있었는데 미군은 체포과정에서 이들 성직자들을 수갑을 채우고 두건의 씌었으며 폭력을 행사하기도 해 상당한 반감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사를 통해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그대로 방면되기도 했다.
이 지역에는 또 예전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바트당 조직이 잔존해 있어 저항세력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술 대학 경제학과 교수이자 시의회 의원인 후니엔 카두 교수는 "대학교에도 고위직 바트당 당원들이 있으며 정부 내에도 포진해 있다"고 말했다.
모술시 의회 의원인 라드 카이리 알-바르하위는 "미군이 안전하게 고향으로 돌아가길 바라지만 미군은 완벽하게 상황을 오판하고 있다. 난 미군을 도우려 하지만 이로 인해 살해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해 미군이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같은 작전으로 미군은 알카에다 조직원 3명과 안사르 알-이슬람 조직원 2명을 포함 저항세력으로 의심되는 89명을 체포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으나 오히려 모술지역 주민들은 "미군이 당면한 문제가 보다 깊고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의 착각, "대부분의 이라크인들, 여전히 미군 주둔 환영" **
신문은 하지만 "미군은 여전히 모술 지역 상황이 통제 가능하다고 보면서 상당수의 지역 주민이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은 자신들에 대한 공격이 지역 주민의 소행이 아니라 수니 삼각지대에서 잠입한 몇백명의 예전 후세인 잔당이 저지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미 제101 공중강습사단의 조 앤더슨 대령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며 "대부분의 이라크인들은 미군 주둔을 환영하고 있으며 미군에게 협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루에 6건에서 10건에 이르는 미군에 대한 공격도 소수 저항세력의 공격이라는 것이다. 앤더슨 대령은 "모술에서 활동하는 각각 1백명으로 구성된 3개의 저항조직을 확인했다"면서 "이 정도의 저항세력은 모술의 크기를 감안하면 오히려 작은 규모"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라크 국회조사단의 "이라크는 안전하다"는 주장도 사실상 조사단을 컨트롤한 미군의 이같은 상황인식의 결과가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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