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홍 교육 부총리가 잇따른 수능 시험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교육부 수장이 수능 시험과 관련해 사과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윤 부총리, "국민들에게 깊이 사과한다"**
윤 부총리는 27일 오후 최근 잇따른 수능 시험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윤 부총리는 "국민들에게 깊이 사과하고, 특히 금년 수능을 치른 수험생 및 학부모님께 심심한 위로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학원 강사 출신 초빙교수가 출제위원에 선정되고, 수능 시험 사상 최초로 복수정답이 인정되는 등 수능 시험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자, 국민들의 교육부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해 교육부 수장이 직접 국민들에게 사과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대국민 사과 성명 발표 후, 윤 부총리는 11월17일부터 26일까지 9일간 교육부 특별조사팀에 의해 진행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 출제 관리 업무 전반에 대한 A4 7쪽 분량의 조사결과를 직접 읽고 관련 의혹을 해명했다.
***출제위원 서울대 출신 과반수**
이번 수능 시험을 둘러싼 논란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음이 밝혀졌다. 수능 시험 관리가 총체적 부실 상태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교육부 특별조사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선 출제위원 추천심사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돼, 출제위원 적격여부에 대한 사전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밝혀진 학원 강사 출신 초빙교수의 경우에도, 입시 사이트 강사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 사전 검증 과정에서 누락됐고, 초빙교수여서 출제위원 자격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내부지적도 무시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출제위원 구성이 서울대 출신으로 편중된 것도 사실로 드러났다. 올해 출제위원 1백56명중 90명이 서울대학교 출신으로 약 58%를 차지했으며, 외국어와 제2외국어영역 출제위원을 제외할 경우, 71%가 서울대 출신으로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서울대 사범대 출신은 65명으로 전체 출제위원의 약 42%를 차지했다.
출제위원중에는 2년 연속 참여한 출제위원이 38명에 이르고, 4회 이상 참여자도 14명이나 돼 출제위원 사전 노출, 출제위원 선정시 특정인의 영향력 행사 등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교사 출제위원들의 70%(33명중 23명)는 참고서 집필경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사 지문 피할 안전장치 미흡 인정"**
특별조사팀은 언어 및 외국어영역의 관련 지문들이 선정된 과정에서 출제위원들이 의도성을 가지고 출제했다고는 볼 수 없으나, 별도의 검증 장치가 없고, 검토기간이 충분치 않다고 문제점을 인정했다. 유사 지문을 피할 안전장치가 사실상 미흡하다는 것이다.
특별조사팀은 "인터넷상에 '언어영역 출제위원에 철학전공 교수 포함, 철학 관련 지문이 출제될 것' 등의 내용이 유포된 것과 관련해 경찰청에서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가 된 칸트 지문에 대해서는 "다른 철학전공 출제위원 2인과 공동 작성했고, 출제과정상 특정인의 지문이나 문항 출제의도가 반영될 수 없으며, 학위 논문과 유사성에 대해서도 판단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시험 사후관리도 한심해**
특별조사팀은 언어영역 17번 복수정답 인정과정에서 보여준 평가원의 대응도 "오히려 논란을 증폭시키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초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비공식적으로 소수의 관련분야 전문가와 평가원 소속 연구원에만 의존한 판단과 해명으로 논란을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교육부 특별조사팀은 "전 수능 시험 출제위원장의 참고서 집필에 대해서는 윤리적 책임밖에 물을 수 없으나, 앞으로는 출제위원 참여 경력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진상조사도 부실 의혹 제기 돼**
한편 교육부 특별조사팀의 진상조사도 부실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능 시험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별조사팀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초빙교수의 학원강사 경력을 평가원이 왜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대답을 못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발표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한석수 진상조사단장은 "같은 서울대 출신의 기획위원이 초빙교수를 추천했고, 해당 교수 능력이 출중하다는 평가가 있어 선정된 것으로 확인됐다"고만 밝혀 뚜렷한 해명을 못했다.
또 언어영역 17번 복수정답 인정과정에서도 교육부의 해명과는 별도로 자녀가 수험생으로 이해당사자인 문제 제기자를 확인 없이 수능자문위원회에 출석시켜 의견을 개진토록 한 것이 추가로 드러났다.
***내년 3월까지 개선 방안 마련**
교육부는 이번 논란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하고, 향후 '수능출제·관리개선기획단'을 교육부 차관을 단장으로 해 출범해 내년 3월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획단은 앞으로 ▲출제위원 선정과정 투명성 강화 및 검증체제 확립 ▲출제위원 풀(pool) 다변화와 상시 관리체제 구축 ▲출제위원 자격요건 검증체제 강화 ▲출제체제 및 검토과정 개선 ▲출제위원 관리 및 출제 사후관리 개선 등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런 교육부의 대응은 수능 시험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학부모·교육 단체의 요구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어서, 윤 부총리의 사과와 교육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욱더 높아질 전망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