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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옮길 때 프로그램 소스 복제해 가겠다"

효성 '기술 절도' 논란, 심의위원회 '사실상 복제 판정'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벤처기업이 3년에 걸쳐 애써 개발한 프로그램을 복제개작해 운용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어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자체적 기술개발은 소홀히 하면서 벤처기업으로부터 기술을 빼내기를 선호하는 국내 대기업의 문제점이 또다시 노정됐기 때문이다.

***피고소인 대화 내용, 심의위원회 사실상 ‘복제 판정’**

문제의 대기업은 효성그룹의 IT분야계열사인 노틸러스 효성이다. 노틸러스 효성은 전자세금계산서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벤처기업 핌스텍과 지난 1년간(2002.4~2003.3) 계약을 맺고 이 서비스를 제공받았으나, 1년만에 계약을 해지하고 지난 4월부터 자체적으로 서비스 프로그램을 개발해 사이트를 운용중이다.

그러나 핌스텍은 "이 사이트에서 운용하는 프로그램의 핵심부분이 핌스텍이 개발한 것과 동일하며 프로그램 핵심개발자로 지난 3월까지 핌스텍에 근무하다가 노틸러스 효성으로 자리를 옮긴 L모씨가 기술을 빼낸 혐의를 잡았다"면서 노틸러스 효성과 L모씨를 서울지검에 고소했고, 이에 현재 검찰이 수사중이다.

만일 핌스텍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매출액 1천억원대의 대기업이 향후 유망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경쟁상대인 벤처기업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은 뒤 기술을 빼내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을 고사시키는 전형적인 파렴치 행위를 한 것이 돼 사법처리가 뒤따름은 물론 기업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메신저 기록, "프로그램 소스를 복제해 가겠다"**

현재 핌스텍이 결정적 증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노틸러스 효성과 L씨 등 피고소인들이 일대일 대화가 가능한 메신저라는 통신프로그램으로 대화를 한 A4용지 1백쪽 분량의 방대한 기록이다.

이 메신저 기록에 따르면, 프로그램 핵심개발자로 핌스텍에 근무(2002.10~2003.3)했던 L씨가 효성의 서비스 담당자 P씨와 이직문제를 논의했다. 또한 이 기록에는 "프로그램 소스를 복제해 가겠다"는 대화가 나와 있으며, 실제로 L씨는 핌스텍을 그만두자마자 효성에 계약직으로 채용돼 근무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핌스텍의 고소인인 대표 이수원 사장은 10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메신저 대화 내용은 하드 드라이브에서 삭제된 것을 정보기술업체에 의뢰해 복원한 것”이라면서 “이 기록은 효성과 L씨가 올해 1월부터 긴밀하게 범죄를 논의해 왔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5억 들여 어렵게 개발한 핵심기술**

핌스텍은 지난 2001년 국내 최초로 5억원의 적잖은 개발비를 들여 전자세금계산서 프로그램을 개발한 벤처기업이다. 핌스텍이 개발한 프로그램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세금계산서 발행 비용을 70%나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비용절감 도구이자 전자상거래 프로세스에서 최종서비스라는 점에서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어 최근 대기업들이 앞다퉈 직접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전자세금계산서란, 우편이나 인편으로 전달ㆍ관리하던 종이 세금계산서를 인터넷을 통해 주고 받도록한 시스템으로, 지난해 1월 국세청이 "전자서명이 된 디지털 파일 형태의 세금계산서도 인정한다"는 고시를 발표한 이후 유통과 인터넷 기업, 게임업체 등 상거래가 빈번한 업종을 중심으로 채택이 급증하고 있다.

기술을 빼간 혐의를 받고 있는 문제의 L씨는 이 프로그램의 3차 업그레이드 작업에 핵심개발자로 참여해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최종 버전을 만들었던 엔지니어다.

고소장을 작성한 법무법인 한강의 고소대리인 의견서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사이트를 구축, 운용하는 웹 프로그램이고 다른 하나는 사용자가 다운로드받아 자신의 PC에 저장하여 두고 전자서명 및 검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뷰어 클라이언트프로그램이며 또 다른 하나는 기업 등의 대형고객들의 전산시스템에 설치하여 세금계산서 등을 대량으로 발급, 수신할 수 있도록 하는 에이전트 프로그램으로서 위 프로그램들 중 어느 하나만 없어도 이 사건 사이트는 운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핌스텍 손 들어줘**

핌스텍측은 효성측이 프로그램을 복제, 개작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소스코드를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에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그 결과 위원회는 “효성이 2003. 5. 2. 이후 이 사건 웹사이트에서 사용하고 있는 세금계산서발급 프로그램은 그 이전에 고소인회사가 개발하고 저작권 등록한 이 사건 프로그램중 웹프로그램(웹, 자바)과 중요부분이 동일하며 클라이언트 뷰어 프로그램은 정확하게 일치하며 에이전트 프로그램의 중요부분 또한 동일하다”고 감정, 핌스텍 손을 들어주었다. 위원회는 17개 감정평가 조항중 14개는 완전일치하고, 2개 조항은 유사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법무법인 한강은 고소대리인 의견에서 위원회의 이같은 감정결과를 인용하면서 “위원회가 감정의견을 개진함에 있어 매우 신중한 표현을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위원회의 감정결과는 한마디로 ‘효성의 프로그램은 고소인회사의 이 사건 프로그램을 복제, 개작한 것이다’라고 정리해도 무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효성측은 10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와 관련,“L씨가 소스코드를 갖고 왔건 아니건 프로그램 제작에 핌스텍 프로그램을 도용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법원의 판결이 날 때까지 단정지어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핌스텍측은 “대기업의 이미지에 치명적 손상을 입을 것을 우려해 현재 수사를 지연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효성을 강도 높게 비난해 재판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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