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대치하는 폭력적 상황을 한 소녀의 기구한 삶이 담긴 애절한 동화를 통해 우화적으로 풀어낸 블랙코미디 장르 영화가 추진되고 있어 영화 마니아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DMZ에서 지뢰가 폭발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영화의 첫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DMZ는 다름아닌, 구조화된 폭력의 분화구라는 작가의 의도를 드러낸 상징적인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 폭발 사건을 TV를 통해 목격한 여섯 살 여름이는 자신을 잘 알 수 없는 어른들의 폭력이 빚은 사건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여름이는 이미 어른들에 의해 빚어진 폭력적 상황을 아프게 떠안고 살아가는 아이이기 때문에 DMZ의 폭발에 몸서리를 친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 또 한번 자신이 버려질지도 모르는 미혼부 아빠의 입영 통지서…여름이의 처지는 눈물겹다.
그러나 여섯 살 여름이에게 다가선 비극적 상황은 불가항력적이다. 어른들에 의해 주어졌을 뿐,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다. 이 비극성은 여름이가 환타지의 세계로 빠져드는 빌미가 되며, 오직 이것만이 여름이가 순수하게 자신의 의지를 통해 치유의 길을 찾아가는 슬프면서도 힘겨운 안간힘이다.
여름이가 동화적 세계를 쫓아 DMZ로 걸어가는 장면은 그래서 이 영화의 압권이다. DMZ라는 폭력의 덫과 평화롭기 그지없는 여름이의 환타지가 오버랩되며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통렬하게 되묻는다. DMZ로 걸어가는 것이 정녕 환타지인가?
한 소녀의 슬픔 삶을 풀어내면서 남북 분단이라는 거대 주제를 끌어들인 이 영화의 문법은 그만큼 다층적이고, 때로는 무겁다. 그러나 이 무거움은 여섯 살 여름이와 미혼부 아빠가 엮어내는 애달픈 동화로 관객들의 가슴 속에서 눈송이처럼 녹아내릴 듯싶다.
오는 10월 크랭크인, 내년 4월 개봉 예정인 영화는 주씨네주식회사(대표 주성숙)가 제작하고 장유 감독이 메거폰을 잡는다. 액센트 리벤처스가 공동 투자하고, 북경에 본사를 두고 있는 LDMK, 아티스트 랩&스타랩, SK 스페이스, 주식회사 비아엘 등이 후원사로 협력하고 있다.
제작팀은 현재 20여명의 배우를 뽑기 위한 공개 오디션을 서울과 부산에서 진행중이며 전국 각지에서 3천여명이 서류를 접수, 배우 지망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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