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이라크로의 파병 결정을 공식 철회했다. 그동안 파병철회의사를 내비쳐오던 터키가 결국 파병철회를 공식 발표함으로써 미국은 상당히 당혹해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미국과 파병 문제를 협의하고 있는 한국정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美, 터키 파병철회 공식 확인**
7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6일 저녁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과 압둘라 굴 터키 외무장관이 전화통화를 갖고 터키의 파병 제안을 철회하는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민감한 상황으로 인해 그러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면서 상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스콧 맥클렐런 백악관 대변인도 “딕 체니 부통령이 7일 아침 레젭 타입 에르도간 터키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파병철회 결정에 따른 양국 관계 영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터키 정부도 7일 파병 철회를 공식 확인했다. 후세인 디리오즈 터키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발표, “압둘라 굴 외무장관이 파월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파병계획 포기 결정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에르도간 총리는 이어 “이번 결정은 터키 정부가 이전에 말한 것과 일치한다”며 파병 철회결정이 약속을 번복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터키 의회가 지난 달 7일 파병안을 승인한 것이 우리가 반드시 군대를 보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밝혔었다”고 말하면서 이라크 파병을 확약한 적이 없음을 강조했다.
***터키, 국내 반대여론에 결국 파병 철회**
터키의회는 지난달 정부가 제출한 파병안을 승인해 그동안 터키군은 한국군과 함께 제3의 다국적군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돼 왔으며 1만명 이상의 군인을 보낼 것으로 미국측은 기대해왔다. 또한 미국은 이슬람 국가인 터키가 파병하면 이슬람 국가권에서 가지는 상징성이 크다는 판단 하에 터키 파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터키도 내심 미국과의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쿠르드족과의 갈등관계에서 유리한 고지 선점 및 악화돼 있는 경제상황에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파병 결정을 활용하려 했다. 미국도 이러한 터키에게 85억 달러에 달하는 차관을 제공해 선물을 안겨주기도 했으며 터키가 우려하고 있는 터키 남부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 무장단체 소탕에 나서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파병에 반대하는 국내여론과 악화된 이라크 국내상황, 이라크 내부의 격렬한 반대 등은 터키 정부가 철회 결정을 내리게 할 수 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터키 국민들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터키군 파병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으며 터키가 파병을 결정한 이후 이라크 터키 대사관은 테러를 당하기도 하는 등 이라크인들의 거센 저항을 받기도 했다.
이라크인들은 1차대전 이전까지 4백년간 이라크를 지배했던 터키가 다시 이라크 국내정치에 영향력을 미치게 되는 상황을 우려했고 이라크 국민의 6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슬람 시아파 교도들은 수니파인 터키가 국내에서 활동하는데 강하게 반발했다. 아울러 터키와 국경을 사이에 두고 갈등관계를 빚고 있는 이라크 쿠르드족은 터키군 파병으로 인해 이라크 북부에서의 자치권이 훼손될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한편 정치분석가들은 “이번 터키 파병철회발표로 인해 미군은 이라크 재건 운동에 있어 안고 있는 문제를 노출시켰다”며 “그동안 국제사회에 요구해왔던 미국의 외교정책인 다국적군 구성에 심대한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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