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방부는 현재 이라크에 주둔중인 13만2천명의 미군을 거의 모두 교체하는 '이라크 주둔병력 교체 계획안'을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한국군이 파병시 주둔할 것으로 예상됐던 모술지역에는 미해병대가 교체 투입하기로 결정돼 한국군의 파병 국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현재 4개사단과 17개 여단 규모, 3개 사단 및 13개 여단으로 감축"**
AP, AFP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부 장관은 6일(현지시간) "1년간 이라크에 주둔했던 미군을 교체하기 위해 해병대를 포함 8만5천명의 미군을 내년초에 이라크에 투입하기로 결정하고 4만3천명의 주방위군과 예비군에도 소집통보를 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미 국방부는 약 2천명의 공군 인력과 약 1천명의 해군 인력을 이라크나 쿠웨이트로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이라크 주둔 미군수는 현재 14만1천6백명에서 내년 5월에는 10만5천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또 현재의 4개 사단과 17개 여단 규모는 3개 사단과 13개 여단 정도로 감축된다.
현재 미국의 주방위군과 예비군은 15만4천명이 세계 각지에 주둔하고 있으며 이 중 6만여명이 이라크와 쿠웨이트에서 복무하고 있는데 이번에 소집되는 주방위군이나 예비군은 50개주, 3백97개 지역에서 모집됐다. 예비군들은 총 18개월간 동원되며 이 가운데 1년 가량을 이라크에서 머물 것이라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새로 투입되는 해병대는 약 2만명 규모로 미 펜들턴 기지에 주둔중인 제1해병 원정대가 주축이 되며 미군에 대한 공격이 가장 심한 지역 가운데 한 곳인 바그다드 서쪽 팔루자 지역의 제82 공수사단을 주로 대체하는데 AP통신은 제101공중강습사단도 교체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새로 투입되는 부대들은 독일주둔중인 제1보병사단과 텍사스의 제1기갑사단, 워싱턴의 제2보병여단과 제25 보병여단 등이며 주방위군과 보병여단 등은 제1보병사단과 제1기갑사단에 포함된다.
이들 부대들은 제82 공수사단과 제1장갑사단, 제4보병사단과 제101공중강습사단을 대체하게 되며 AP통신은 제101공중강습사단이 제일 먼저 교체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저항이 격렬한 이른바 수니 삼각지대를 맡고 있는 제4보병사단은 독일에 주둔중인 제1보병사단과 노스캐롤라이나 주방위군으로, 바그다드를 맡은 제1기갑사단은 아칸소주 방위군으로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주둔군 규모가 줄어드는데 관해서 "중요한 것은 주둔군 숫자가 아니라 능력이며 숫자는 약간 줄어들었으나 전반적인 치안확보 능력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이라크에서 증가되고 있는 위협을 다루는 데 적절한 군부대를 보내고 있으며 여기에는 보다 기동력이 증가된 부대가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한국군 추가파병위한 한미간 협의 난항**
한편 그동안 한국군이 파병될 경우 대체할 부대와 지역으로 꼽혀왔던 모술 등 이라크 북부 지역의 제101 공중강습사단이 미군으로 교체될 것으로 발표됨에 따라 현재 워싱턴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라크 추가파병을 위한 한미간 협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7일 마치게 되는 이번 협의에서는 한국측에서는 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 서주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기획실장 등이 참석하고 있고 미국측은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 등이 참여했다.
이번 회의에서 우리측은 공병부대로 구성된 2개 여단 규모의 비전투병 파견도 여러 안 가운데 하나로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대해 미국 측은 "한국 입장을 경청했다"며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상당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에 따라 예정에도 없이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과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 잇따라 방미 대표단을 만나 협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리에서 미국측은 파병의 구체적인 사안은 한국 정부가 결정하되 미국은 이라크 상황을 감안해 한국군이 특정지역에서 '독립작전'을 맡을 수 있는 사단급 규모의 '안정화군'을 파견해 줄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져 한미 양측간 쟁점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선일보가 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시기가 이르면 4월 또는 그 이후에 가능하다는 입장을 미국 정부에 이미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미국 부시행정부가 이처럼 이라크 주둔 미군 교체를 발표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주둔 미군의 불만과 함께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악화되고 있는 여론을 감안한 조치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내년 상반기의 총선을 앞두고 민감한 사안인 파병문제를 그 이후로 연기하려는 움직임에 따라 내년 5월 이후에나 파병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또 당초 이번 협의에서는 한국군의 파병 규모와 성격 등이 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미군의 병력교체 방안에 따라서 파병 지역도 주요 의제로 상정됐을 것으로 보인다.
모술지역에 미 해병대 및 부대가 대체군으로 들어가기로 결정됨에 따라 한국군이 파병될 경우 어느 지역을 맡을지가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돼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4월이나 5월에 파병이 된다면 모술 지역에 배치된 새로운 미군을 다시 교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나 아예 다른 지역을 미국이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협의가 원점에서부터 다시 이루어지다보니 파병 결정도 점점 늦춰지고 있다. 당초에는 오는 17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파병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측했으나 그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조영길 국방장관도 지난 5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 "오는 17, 18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구체적인 논의는 되겠으나 최종 결론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해 정부가 내심 이라크 정세 악화에 따라 최종 파병안을 확정하는 데 최대한 시간을 끌겠다는 방침을 세운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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