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기업 피해를 막기 위해 다각도 정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선 장기적으로 기술과 소재· 장비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국산화에 관심을 쏟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체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업 간 수출규제 장벽을 넘은 한 중소기업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충남 천안의 초정밀 가공기 제조기업인 코론(대표 김진일)은 최근 일본 수출규제가 있기 전인 지난해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15년간 제품을 공급하던 독일의 파트너사가 2017년 거래를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코론이 2017년 4월 리니어 모터를 장착한 초정밀 고속가공기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자 파트너사가 경쟁사로 판단해 내린 조치였다.
이 같은 해외 수출규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2017년 194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76억원으로 60% 이상 떨어졌다.
거래 중단의 발단이 됐던 제품은 자체 기술력으로 만든 ‘리니어 모터 장착 초정밀 고속가공기’이다. 리니어 모터는 가공 소재를 올려놓는 베이스의 핵심 부품으로 위에서 회전형 모터가 움직여 금속을 가공하지 않고 자기부상 방식의 베이스가 움직이는 신기술이다.
코론과 15년간 거래를 해왔던 독일 파트너사는 거래 중단을 결정하면서도 업체가 내놓은 국산화 장비에는 큰 관심을 가졌다. 기술력을 사겠다는 의사를 보이면서 투자를 제안하기도 했다. 코론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급기야 회사전체를 인수하고 싶다는 의향을 보였다. 국산장비가 세계시장에서 통한다는 것이 입증 된 셈이다.
국산화 성공했지만 판매 난항...국산제품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 탓
해외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기술개발에 나섰던 코론은 제품은 국산화에는 성공했지만 매출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파트너사의 거래중단으로 국내 300여 개 납품처의 매출이 사라진데다 국산장비로 판로를 찾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좋은 제품을 생산해도 품질을 보기도 전에 '국내제품은 해외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도 한 몫했다.
더구나 초정밀 가공기는 독일제 40% 일본제 60%로 해외 제품이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업계의 현실에서 국산장비가 자리잡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기술개발로 국산 장비 상용화가 된 지 3년째 코론 제품을 알아봐주는 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주광정밀과 서원인텍 등 국내 초정밀 가공·금형 제조기업에 첫 납품을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20여 개 기업에 제품을 공급해 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체는 국내 판매망 구축과 함께 수출 경쟁력도 갖춰 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에도 나설 계획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200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해외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초고속 가공기 한 대당 5억 원인 해외 제품을 3억 원대로 낮춰 수입 대체 효과와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며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가 강화되자 일본제품의 대안을 찾던 업체들 사이에서도 '기술력이 뛰어난 국산제품이 있다'는 입소문이 돌아 상담을 요청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장비 인식 전환은 우수한 기술력이 핵심
업체의 초고속 가공기는 장시간 기계를 돌려도 오차 없이 정밀하게 금속을 가공하고 금형 소재를 깎을 때 진동이 없다. 표면 거칠기를 의미하는 표면조도도 우수하다. 회전형 가공기는 표면조도가 평균 50나노미터(nm)인데 이 회사 제품은 평균 8~10(나노미터)nm로 5배 이상 높다.
또 수치가 낮을수록 제품 표면이 매끄러운데 리니어 모터 회전축의 분당 회전수는 4만 2000~6만 알피엠(rpm)으로 회전형 모터보다 3배, 독일 제품보다 1.5배 빨라 기기의 작업 속도를 의미하는 최대 이송속도도 분당 100m로 일본과 독일 제품(30~60m)보다 두배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 코론은 2017년 국내 최초로 오일 누수가 없는 흑연 및 글라스 초정밀 고속가공기도 선보이고 있다. 정밀 금속가공과 흑연을 사용하는 3D 글라스 성형 가공이 모두 가능한 제품으로 2014년에는 전기 스파크로 금형을 제작하는 트윈헤드 초정밀 방전가공기를 국산화했다. 이어 레이저와 공작기계 융합기술을 접목한 입체형 레이저 가공기(5축형)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김 대표는 "기술력과 제품의 성능은 해외 어느 곳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기존 일본제품을 쓰던 업체들이 이번 수출규제로 국산 제품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지난 5월 중국과 베트남 지사를 설립한데 이어 내년에는 독일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해외진출을 본격화한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일본 수출 규제 등 어려운 때일 수록 국산장비의 우수성을 알려 국산제품의 세계화를 실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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