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 경찰서장이 최근 잇따르고 있는 노동자 분신과 관련, 노동계 지도부가 분신을 '기획'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발언을 해 노동계가 즉각 문제 서장의 파면을 요구하는 등 일파만파의 파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성훈 서장, "위쪽에서 기획하고 있는 게 아닌가"**
영등포 경찰서의 김성훈 경찰서장은 27일 오전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학생운동이 거셀 때를 돌이켜보면 요즘도 거기 위쪽(노동계 지도부)에서 '기획'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며 "지금 중요한 건 한 개인의 분신이 아니라 단병호 위원장 등의 머릿 속에 뭐가 있는가 하는 거다"라고 말해 민주노총 지도부가 분신을 기획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노골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이어 "전태일의 경우와 달리 지금 상황이 그토록 극한상황도 아니고 시기적으로도 자살이 잇따를 데가 아닌데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걸로 보아 다른 게 있는 것 같다"고 배후설을 재차 제기했다.
그는 또 "분신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성격이 독특한 것이 학교를 다닐 때도 얻어맞으면서 아무 말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욱하는 친구 있지 않은가"라고 분신노동자들을 인간적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김 서장은 기자간담회후 2시간이 지난 다음 자신의 발언이 불러일으킬 파문을 의식해서인지, 다시 기자실을 찾아와 "분신이 특이한 사회현상인 것 같아서 기획취재를 해보라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며 "80년대 대학에서 분신이 많아 그 얘기를 꺼낸 것일뿐 현 상황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고 알만한 입장도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노동계 "이게 참여정부 경찰서장이 할 말이냐"**
이같은 망언이 알려지자 노동계는 물론, 일반시민들까지 크게 분노하며 김서장의 망언을 규탄하는 성명과 이메일이 빗발치고 있다.
민주노총은 28일 김서장 발언과 관련, '경찰청과 노무현 정부 공식견해인가? 아니라면 '인면수심' 경찰서장 즉각 파면하라'는 성명을 통해 "최근 손배가압류와 비정규직 차별 등 노동현실에 절망한 노동자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 데 대해 서울 영등포 경찰서장이 27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망언을 늘어놓았다"며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이 참여정부라는 노무현 정부 주요 경찰서장의 입에서 스스럼없이 나온 것으로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라고 분노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우선 정부와 경찰청에 묻고 싶다. 이것은 영등포서장 개인의 견해인가, 노무현 정부와 최소한 경찰청 차원의 공식견해인가"라고 물은 뒤 "만약 영등포서장 개인의 인면수심의 발언이라면 즉각 파면하라"고 김서장의 파면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영등포 경찰서장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기획분신 운운하는 발언의 증거를 대라"며 "그렇지 않으면 민주노총은 가능한 모든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해 김서장을 상대로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어 "영등포서장을 즉각 파면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경찰청 나아가 노무현 정부의 공식 견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그에 합당하게 대응하겠다"고 재차 김서장 파면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날 오전 영등포 경찰서 앞에서 1백여명의 조합원들이 김서장 망언을 규탄하는 항의방문 집회를 가졌다.
***네티즌 분노 폭발, "당신이 배후 아니냐"**
이같은 망언이 알려지면서 영등포 경찰서 게시판에는 망언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글들이 빗발치고 있다.
윤희왕씨는 '영등포서장,댁은 위에서 분신자살하라면 하겠소?'라는 글을 통해 "나도 넉넉치않은 비정규직.비제도권 서민가장이지만 억만금 아니 우주를 준대도 분신의 분자도 못하오"라며 "그냥 고통이 적은 자살방법도 아니고, 말만 들어도 끔찍하고 보기에도 겁나는 분신자살을 기획해서 지시하고 조종한다는게 가능한 얘기오"라고 반문했다.
윤씨는 "온실속에서 편안히 세금으로 생계보장받으니까 세상살기가 자기처럼 쉬운줄 아나보지"라며 "본연의 임무인 민생치안에만 묵묵히 충실하시오.헛소리하지 말고"라고 질책했다.
홍춘기씨는 '서장님, 당신에게 노동자가 무엇으로 보입니까'라는 글을 통해 "서장님, 극한 상황이 아니라구요?
월급 10만원을 받으며 처자식과 함께 살라고 하면, 당신은 어떻겠습니까. 당신 처자식들은 어떤 상황일 될까요. 어떤것이 극한 상황입니까. 동지들이 죽어도, 사회는 외면하고, 오히려 검찰과 경찰은 노동자들을 매질하는 사회. 이보다 더 극한 상황은 어떤 것입니까"라고 질타했다.
홍씨는 이어 "당신이 말하는 극한 상황은 어디쯤 가야, 극한 상황입니까.당신은 무엇과 목숨을 바꿀 수 있습니까. 온몸으로 항거했던 이들의 비통함, 절망감. 당신은 그들의 마음을, 입장을 한번 쯤이라도 생각해 보았습니
까"라고 반문했다.
홍씨는 "누가 그들을 죽였습니까"라고 물으며 "그렇습니다. 그들의 배후에는 분명히 무언가가 있습니다. 이랬다, 저랬다. 노동자 뒷통수치는 노동정책. 거기에 공안검찰과, 경찰. 민중들은 안중에도 없는 언론. 죽음으로 저항해야만 한줄 자막처리하는 우리나라 언론들. 그들이 바로 배후세력 아닙니까"라고 김서장에게 되물었다.
홍씨는 "민중의 지팡이, 경찰. 누구를 향해 그 지팡이를 흔들어야 되나요"라며 "당신은 대답해야 합니다. 당신은 밝혀내야 합니다. 누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지. 혹시 당신은 아닙니까"라고 질타했다.
이홍열씨는 '책임지는 모습을 요구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사람의 목숨을 너무 쉽게 아시는거 아닙니까? 서장님 같으면 윗선에서 죽으라고 하면 "예!"하고 죽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에 대해 그런 편견을 가지신 분이 한 경찰서의 수장으로서 지휘명령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꾸짖었다.
이씨는 "너무 막나가 버린, 그 도가 너무 지나친 발언을 가자들 앞에서 함부로 할만한 배짱이 참 대단해 보입니다"며 "정상적인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이후의 여파까지도 감안했어야 한다고 보는데, 서장께서는 그런 이성적 판단력을 상실하신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됩니다"고 재차 질타했다.
이씨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길은 깨끗하게 옷을 벗는 방법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서장님의 의향은 어떠신지요?"라며 김서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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