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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 그 '유혹의 마케팅'에 분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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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 그 '유혹의 마케팅'에 분노하라!

[화제의 책] 데이비드 케슬러의 <과식의 종말>

음식의 유혹은 깊고도 강하다. 과식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포만감을 느끼면서도 더 먹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왜 현대인들은 필요 이상의 음식을 먹는 걸까.

클린턴 정부 때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 청장을 지낸 데이비드 케슬러는 이에 대해 "식품 산업이 부추긴 중독"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인의 '과식 중독'이 단순히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인체생리학과 식품 산업의 마케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그의 책 <과식의 종말>(이순영 옮김, 문예출판사 펴냄)이 국내에 출간됐다.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학장을 지내고 현재 소아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현대인의 과식 습관을 파헤치며 이를 식품 업계가 어떻게 이용하는지, 과식의 고리를 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폭넓은 조사와 분석을 책 안에 담았다.

설탕·지방·소금, 인간의 뇌를 점령하다

"나는 계속해서 먹어요. 배고플 때도 먹고 배가 고프지 않을 때도 먹어요. 기쁠 때도 먹고 슬플 때도 먹죠. 밤에도 먹어요."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오프라 윈프리 쇼>가 있었다. 비만을 주제로 쇼를 진행하던 도중,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방청객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의 과식에 대한 실망과 좌절을 토로한다. 자신도 한 때 초콜릿 과자 중독자였다고 밝힌 저자는 무엇이 이런 종류의 '중독'을 유발하는지,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이 계속 음식을 찾는 이유가 무엇인지 연구하게 된다.

▲ <과식의 종말>(데이비드 A케슬러 지음, 이순영 옮김, 문예출판사 펴냄). ⓒ프레시안
저자는 과식과 비만의 악순환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설탕, 지방, 소금을 지목한다. 과식 중독자의 뇌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고당분·고지방·고염분 음식을 찾도록 길들여진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에 따르면, 고당분·고지방·고염분 음식을 먹을 때 뇌의 기본 세포인 뉴런이 자극을 받는다. 뉴런이 이 세 가지가 주는 '감칠맛'에 '인코딩'됨에 따라, 여기에 학습된 사람들은 더욱 강렬하게 이 맛에 반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뇌 활동이 음식 그 자체뿐만 아니라, 음식이 근처에 있음을 암시하는 단서만으로도 자극을 받는다는 점이다. 주변에 음식이 있다는 사실이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하면, 도파민은 사람들을 음식으로 이끌게 되고, 이러한 '조건 반사 자극'에 의해 식품의 과다 섭취가 이뤄지는 것이다.

'과식 중독' 양산하는 식품 회사

사람의 뇌가 고당분·고지방·고염분에 강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은 식품 회사에게 희소식일 수밖에 없다. 식품 회사는 과식을 하고 있는 당사자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한 이 조건 반사적 과식의 공식을 꿰뚫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람들의 음식 탐닉을 부추긴다. 고당분, 고지방, 고염분을 무기로 자극을 주면서, 강력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블루밍 어니언은 소금, 설탕, 지방의 혼합이고, 스타벅스의 화이트초콜릿 모카프라푸치노 역시 설탕, 지방의 혼합물을 섞은 커피에 불과하지만, '행복'을 연상시키는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소비자의 갈망을 부채질한다. 이 같은 음식은 영양의 섭취나 포만감과는 큰 상관이 없다. 지방 위에 지방을, 또 그 위에 소금과 설탕을 올린 것 뿐이다.

식품 회사는 또 의도적으로 성분 표시를 불분명하게 하거나, 소비자가 알아보기 어렵게 만드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만일 어떤 식품에 설탕이 가장 많이 함유돼 있다면 성분 분석표의 가장 윗줄에 이를 표시해야하지만, 세 종류의 설탕을 사용해 각각의 함유량의 비율을 낮춘 뒤 분석표의 맨 밑에 쳐박아 두기도 한다.

식품 산업의 음모, 그 '유혹의 마케팅'에 분노하라!

도처에 음식이 넘쳐나고, 구매를 부추기는 광고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맛있는 음식의 유혹을 물리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저자는 '음식이 뇌에게 보내는 초대장'을 거절하는 방법에 대해 행동심리학과 인지심리학에 근거한 해법을 내놓는다.

바로 습관이다. 음식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는 습관은 주어진 상황의 문제점을 깨닫는 '인식', 습관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경쟁 행동', 음식에 대한 옛 생각과 경쟁해 그것을 억누르는 '경쟁 생각',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의 '지지' 등 네 가지 요소가 기본이 된다. 이 책의 5부 '음식의 재구성'에서는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그러나 과식을 조장하는 식품과의 전쟁은, '자신과의 싸움'이면서 동시에 '식품 회사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저자는 "식품 회사들이 가능한 모든 사람들을 '조건 반사 과잉 섭취 환자'로 만들려고 한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대책'을 주문한다. 식당의 모든 메뉴의 칼로리를 공개하고, 판매 식품에는 명확한 성분 분석표를 부착하며, 자극적인 음식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 캠페인, 식품 마케팅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도처에 음식이 있고, 업계의 마케팅은 더욱 노골적으로 변해가는 상황에서, 저자는 무엇보다 "음식 산업이 우리에게 무엇을 팔려고 하는지, 왜 그러는지를 늘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욕망의 주입은 바깥에서 오지만, 결국 선택은 개인에게 달려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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