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명에 달하는 이슬람교도들이 몇 백만에 불과한 유대인들에게 패배할 수는 없다.”
“마하티르 총리는 잘못된 발언으로 불화를 만들고 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1개국 정상이 참여한 가운데 태국 방콕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정면 격돌했다.
***마하티르 "13억 이슬람이 수백만 유대인에게 질 수는 없다"**
이같은 격돌의 발단은 마하티르 총리가 먼저 제공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 16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렸던 이슬람회의기구(OIC) 정상회담에 참석해 연설을 통해 “유럽인들이 유대인 1천2백만명 중 6백만명을 죽였으나 오늘날 유대인들이 세계를 대리지배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위해 싸우고 죽도록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13억명에 달하는 이슬람교도들이 몇 백만에 불과한 유대인들에게 패배할 수는 없다"며 "무력이나 폭력대신 머리를 써야 한다”면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이슬람인들이 정치경제적 연대를 통해 유대인들에게 대항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마히티르 총리는 지난 97년 아시아 IMF위기때도 "조지 소로스로 대표되는 유대인 자본이 아시아를 삼키려 하고 있다"며 '유대인 음모설'을 강력히 제기한 바 있을 정도로, 평소 유대인에 대한 경계심과 적대감이 남다른 인물로 유명하다.
***부시, "당신은 불화를 조장하고 있다"**
이같은 마하티르의 공격을 이번에는 조지 W.부시 미대통령이 맞받아치고 나왔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 APEC 회의장에서 마하티르 총리를 만나 직접 그에게 "당신은 잘못된 발언으로 불화를 만들고 있으며 이는 나의 신념에 완전히 반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부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멕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으로 하여금 이같은 자신의 발언을 언론에 그대로 발표토록 했다. 멕클렌런 대변인은 이같은 부시 발언을 전하면서, 그러나 마하티르 총리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소개하지 않았다.
외신들은 “부시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내년도 대선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되는 미국내 유대인층을 겨냥한 정치적 발언”으로 분석했다.
***마하티르, “APEC은 안보협의체가 아니라 경제협력기구”**
마하티르 총리는 그러나 곧바로 APEC 총회장에서 부시 대통령의 잘못된 APEC 접근법을 맹성토하고 나섰다.
부시는 이번 APEC 정상회담에서 회담기간 내내 북핵문제 등 대테러 전쟁을 주요 의제로 삼아왔으며, 아태 지역 국가들이 미국이 하고 있는 테러전쟁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이슬람교도가 많은 일부 국가들은 경제협의체인 APEC를 안보문제가 지배하고 있으며 안보문제로 인해 주요한 경제문제들이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같은 불만을 마하티르 총리가 대변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APEC은 당초 경제협력기구로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우리는 경제문제가 안보나 군사, 정치문제로 바뀌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고 미국의 접근방식을 정면으로 공박했다.
이어 마하티르 총리는 "발전도상국들은 앞으로도 착취될 것이지만 이미 상당히 착취된 상태다“라며 미국이 추진중인 추가 시장개방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부시-마하티르간 갈등은 부시의 일방주의적인 의제설정과 유대인 중심의 세계전략에 대해 이슬람권을 대표해 말레이시아 총리가 정면 공박하는 형국으로, 미국의 일방주의가 세계 곳곳에서 저항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하나의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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