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언 라이프 앰네스티 아시아태평양 사무국 부소장은 25일 "이번 결정은 한국이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사형 폐지로 나아가던 흐름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이 사형제를 궁극적인 처벌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는 추세이며 70% 이상의 나라들이 사형집행을 유예하고 있거나 폐지했다고 말했다.
라이프 부소장은 이어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 사형을 중단해왔던 입장을 유지하길 요구한다"며 이를 법적으로도 완전히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앰네스티는 1998년 2월 이후 한국에서 단 한 건의 사형도 집행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한국을 실질적인 사형폐지 국가로 간주해왔다.
때문에 한국이 법적으로도 사형제 폐지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던 앰네스티는 헌재의 합헌 결정 이후 즉각 보도자료를 내 판결에 유감을 표명했다.
또한 "사형제에 있어서 퇴보한 입장을 보일 경우 한국은 국제적 명성에 매우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24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4차 '사형제도 반대 세계회의'에서도 한국 헌재의 사형제 합헌 결정이 가장 큰 화제로 떠올랐으며, 참석자들의 유감 표명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사형제도 반대 세계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우리 헌재의 결정을 예로 들며 "한국과 일본, 미국 등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에서도 사형제는 여전히 제도적 힘을 발휘하고 있다"며 "한국의 사례를 통해 완전한 사형 폐지로 가는 데에는 장애물이 많다는 점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아시아 사형폐지 네트워크(ADPAN)는 성명을 내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사형제 폐지를 이끌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며 "이번 결정은 사형폐지로 가는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의 사형폐지연대 린 신이 사무총장은 아시아 지역 사형 폐지 및 유예 현황에 관한 토론에서 "대만에서 사형폐지를 헌법에 반영하는 것을 추진 중이었는데 한국 헌재의 결정으로 전략에 타격을 입게 됐다"고 발언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 1980년 내란음모죄로 군사재판에 회부되어 사형선고를 받는 김대중 전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한편 이날 토론에 들어가기 앞서 1980년 사형선고를 받았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상이 방영됐으며, "현 정부 들어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사형 집행을 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서 매우 걱정하고 있다"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이 함께 소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 방송은 25일 한국 헌재의 판결을 전하는 보도에서 김 전 대통령의 사진을 실어 그가 1980년 내란음모죄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특사로 풀려난 사실을 전했다.
이 방송은 한국에서 1997년 1년 동안 23명의 사형이 집행됐으나, 김대중 정부 집권 이후에는 한 건의 사형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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