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 기업의 세부담을 덜어주는 '감세 기조 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총 5000억 원이 넘는 세수 감소가 초래된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급격히 낮아지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까지 겹치면서 감세 기조를 택한 것이다.
정부는 25일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2019년 세법개정안'을 확정·발표했다. 소득재분배보다는 경제활력 등 경기부양에 중점을 둔 방안이라는 점에서 시민사회에서는 "공평과세에 어긋난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나오고, 재계에서는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기에는 미흡하다"는 등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이 투자하는 시설과 신성장 연구개발(R&D) 등에 한시적으로 세액 공제를 적용하고 중소·중견기업에 각종 세제감면 혜택을 주는 감세 정책이 담겼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한시적으로 상향하고, 공제 대상에 의약품 제조 첨단설비, 물류산업 첨단설비를 추가했으며, 신성장 R&D 비용의 최대 40%를 공제해주는 세액공제 대상도 확대했다.
상속·증여세 완화 둘러싼 엇갈린 반응
가장 논란이 되는 방안은 최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붙는 할증률을 20%로 단일화한 것이다. 지분율에 따른 차등적용을 없애고, 대기업 최대주주의 주식에 적용되는 상속세 할증률(최대 30%)을 20%로 10%포인트 낮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할증률(최대 15%)을 0%로 바꿔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대기업 최대주주에 적용하는 상속·증여세 할증률(상속세율에 추가로 할증되는 세율)을 1993년 상속증여세에 할증제가 도입된 지 26년만에 완화하기로 했지만, 보수야당과 재계에서는 할증제도를 폐지하라는 요구에 미치지 못한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시민단체에서는 오히려 과세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국회 처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최대주주가 경영권이 달린 주식(지분)을 물려줄 경우 최고 세율(50%)에 10~30% 할증률을 추가한다. 최대주주가 소유한 주식은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인해 일반주식보다 높은 가액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할증과세가 적용된다. 이 결과 상속·증여세 최고세율(명목세율 기준)은 최대 65%(50%+50%×30%)까지 오르게 된다.
재계에서는 한국의 상속.증여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26.6%, 미국·영국이 각각 40%인 최고세율과 비교해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면서 세율인하를 요구해 왔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 최고 세율은 60%(최고세율 50%+할증 10%)로 낮아지게 된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오히려 상속세 과세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참여연대는"상속공제가 과다하기 때문에 실효세율은 28.6%로 명목세율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공제 수준을 축소해 부의 재분배를 강화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기업투자촉진 세제 시행으로 연간 총 5320억 원,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으로 약 500억 원 등 총 5820억 원의 세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공평과세' 원칙에 따른 법인세 인상 등 대기업 증세 기조에서 감세 기조로 돌아섰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정부는 "최근 엄중한 경제 상황을 반영해 경제활력 회복을 지원하는 데 방점을 뒀다"며 "감세 기조가 아니라 한시적인 탄력적 운용으로 보아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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