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이라크 현지조사단이 미국이 우리군의 파병을 요청하고 있는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 단 3시간만 조사활동을 한 뒤 "안전하다"는 보고서를 내, 보고서의 객관성에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하루 동안의 '모술 조사' 역시 미 101 공정사단과 제1공정여단의 보고를 듣는 수준에 멈춰, 이번 조사가 파병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실제 조사기간은 엿새, 모술은 단 3시간만 방문**
정부 합동조사단은 6일 오후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달 24일에서 지난 3일까지 9박10일 동안 이라크에서 행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합동조사단은 이날 발표에 앞서, 문제의 보고서를 지난 3일 국방부, 4일에는 노무현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합동조사단의 실제 조사활동은 지난달 25일 쿠웨이트 현지에 도착해 26일 이라크 현지로 들어간 다음 지난 1일 이라크 남부의 폴란드 다국적군 사단을 둘러보고 쿠웨이트로 빠져나올 때까지 엿새에 불과했다.
조사단은 엿새중에서도 사흘 동안인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우리나라 공병 및 의료부대인 서희-제마부대가 주둔중인 이라크 남부를 방문해 나시리아 시의회 및 이태리 여단을 둘러보는 데 소비했다.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위치한 미군정인 임시행정처(CPA), 미 동맹군사령부(CJTF-7), 과도통치위원회(IGC), 이라크 한국대사관 등을 방문해 미군으로부터 이라크 정황을 보고받았다.
조사단은 이어 미군이 우리군의 파병을 압박하고 있는 이라크 북부 모술에는 지난달 30일 방문해 단 3시간만 조사하며, 미 101 공정사단과 제1공정여단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을 뿐이다.
조사단은 다음날인 1일 이라크 중남부의 나자프에 위치한 폴란드 다국적군 사단을 방문해 브리핑을 받고, 이날 곧바로 쿠웨이트로 빠져나와 이날 밤 출국해 3일 아침 귀국했다.
이같은 조사단의 현지조사 활동은 말로만 현지조사활동일뿐, 실제로 이동시간 등을 고려하면 이라크 주둔 미군의 브리핑만 받고 귀국한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낳고 있다.
***"중동국가들, 동맹국 역할을 평가"?**
보고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도깊은 조사활동을 펼친 양 주장하며 '파병찬성 일변도'로 작성돼 있다.
보고서는 '현지 정황'이라는 항목을 통해 "이라크는 정쟁직후에 비해 경제여건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방송-언론-통신 등 사회경제 기간시설이 복구중이고, 현 원유개발은 전쟁이전의 80% 수준으로 복구돼 생산중"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했다. 단 하나 불안요인은 "종파-민족간 대립으로 인한 내부갈등 가능성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라크 내부정세'와 관련해서도 "테러가 지속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치안질서는 점차 개선되는 추세"이며 "이라크인들은 미군과 미 동맹군의 주둔을 반대하면서도 철수시 치안혼란을 우려해 민주정부 수립때까지는 한시적 주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한국군 파병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또 '주변국 입장'과 관련해서도 "터키는 UN결의안 채택시 1만명 규모의 치안유지군 파병을 희망하고 있다"고 강조한 뒤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란, 쿠웨이트 등이 '치안질서 확보를 위한 동맹국 역할을 평가'하며 '조속한 이라크의 합법적인 정부 수립을 희망'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친미국가들이 예외없이 미국의 파병요청을 거절했으며, 유엔 안보리의 중동대표 상임이사국인 시리아가 미국이 제출한 유엔 이라크 결의안에 대해 반대하며 '기권' 의사를 밝혔다는 대목은 보고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모술, 안전하고 종족간 갈등만 우려돼"**
보고서의 압권은 '이라크인의 동맹군에 대한 태도' 항목이었다.
보고서는 "이라크인들이 기본적으로 외국의 영향으로부터 조기에 탈피하기를 희망한다"면서도 "국내치안이 확보되지 않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외국군의 건설적 역할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어 "대부분 이라크인은 점령군이 아닌 지원군으로서의 동맹군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및 지금까지 한국군이 수행해온 인도적 지원 및 재건복구 노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며 한국군의 추가파병을 지지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정황 분석에 의거해 내린 '안전성 판단'에서 "바그다드를 포함한 중부지역과 티크리트 일대의 중북부지역은 최근 적대세력의 공격빈도가 증가해 불안정한 상태로 평가되나 중남부 및 남부지역은 상대적으로 안전싱 높은 수준"이며 "(미국이 한국군 추가파병을 요청하고 있는) 북부지역은 현재 적대행위 및 치안질서 면에서 안정이 유지되고 있으나 종족간 갈등으로 분쟁의 가능성은 내재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즉 한국군이 파병압박을 받고 있는 모술 지역에는 주민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수니파와 소수민족인 쿠르드족간에 '종족 갈등'만 우려될뿐 안전성에는 위험이 없어보인다는 주장이다.
이는 후세인 전대통령의 두 아들과 손자가 다름아닌 모술에서 사살됐을 정도로, 이 지역의 수니파 다수가 친후세인 경향이 강하고 그결과 바그다드 지역이외서의 미군에 대한 공격의 절반이 모술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유엔의 이라크 현지사무소의 조사결과가 정반대되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그러면서도 말미에 이라크 통치기구 및 주민대표와의 접촉결과, "한국군이 학교-병원 보수, 일자리 제공 등 인도적인 차원에서 도와준다면 테러는 없을 것"이라는 조항을 삽입함으로써 전투병 파병에 대한 현지여론이 좋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조사단,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 위해 최선의 노력"**
보고서는 '결론'을 통해 "미-영 동맹군의 안정화 작전으로 이라크는 전반적으로 안정화 단계로 진입, 현재는 군사작전보다는 치안-질서유지 및 재건지원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라크 국민은 미군-동맹군의 주둔을 반대하면서도 치안확립때까지 주둔을 인정하는 이중성을 견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따라서 "안전성 판단결과 바그다드를 포함한 중부-중북부는 불안전하나 이라크 북부와 남부는 안정화되어 테러의 위험성이 점차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 모술지역의 파병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조사단은 보고서 말미에 "정부 합동조사단은 국가적 사명감을 갖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춘 활동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라크 정황이 9월이래 최악의 상태로 악화되고 있으며 특히 바그다드외 지역에서는 모술이 가장 위험하다는 유엔 조사단의 보고내용과도 정반대되는 것이어서, 과연 조사단 주장대로 조사단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춘 활동을 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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