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액션배우 출신의 미 공화당 후보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연이어 터지고 있는 악재를 무사히 넘어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성추행 사실과 독재자 히틀러를 영웅으로 미화하는 발언 등으로 여성단체와 종교지도자들이 반대성명을 발표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할리우드의 간판급 스타들이 단체로 슈워제네거에 반대한다는 광고를 냈기 때문이다.
***유명 영화배우들, “리콜에 반대표를” 광고 게재**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잭 니콜슨, 시빌 셰퍼드 ,아네트 베닝 등 할리우드의 간판급 영화배우 46명은 3일(현지시간) 공동명의로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에 “리콜에 반대표를”이라는 전면 광고를 게재하며 슈워제네거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약 4천달러의 비용이 든 이번 전면 광고에는 이들 유명 배우 이외에 거대 영화배급회사인 콜롬비아 픽처스, 파라마운트 픽처스, 비반디 유니버설 엔터테인먼트사 등의 간부들 이름도 올라있어, 대다수 할리우드 관계자들이 슈워제네거의 선거승리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인기 TV 연속극 ‘문라이팅’에서 주역을 맡고 있는 시빌 셰퍼드는 이번 광고 동참에 앞서 "슈워제네거가 소환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캘리포니아 사상 최악의 비극이 될 것"이라며 "슈워제네거의 주지사 출마로 우리가 전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고 신랄히 비판한 바 있다.
AFP 통신은 “이번 광고에 동참하지 않은 헤리슨 포드, 조지 클루니, 샤론 스톤 등도 슈워제네거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영화계에서의 반 슈워제네거 역풍이 거센 것이다.
조지 클루니는 “그가 정말 좋은 사람이고 좋은 의도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믿으나 그가 하고 싶은 일들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자신의 친구임에도 “그에게 표를 던져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뉘른베르크 스타디움의 히틀러처럼 되고 싶다”**
동종업계의 이같은 거센 비난과 함께 슈워제네거는 최근에 불거진 과거 독재자 히틀러를 영웅으로 미화하는 발언과 성추행 사건 등으로 여성단체와 종교지도자들로부터도 거센 비판해 직면했다.
ABC 방송은 “슈워제네거가 지난 1975년 ‘펌핑 아이언’이라는 영화를 제작할 당시 가졌던 한 회견에서 누구를 영웅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히틀러"라고 답하면서 그 이유로 "거의 정식교육을 받지 못한 미미한 존재에서 권력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BC 방송은 ‘펌핑 아이언’의 감독을 맡은 조저 버틀러가 쓴 미발표 원고를 입수, 이 책에 인용된 슈워제네거의 이같은 히틀러 찬양 인터뷰 내용을 폭로했다.
슈워제네거는 당시 히틀러의 뛰어난 대중연설 능력을 높이 칭송하면서 “뉘른베르크 스타디움에서의 히틀러처럼 모든 사람이 자신을 향해 소리 지르고 자신의 연설에 완전히 빠져드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슈워제네거 본인은 “인용된 회견내용을 전혀 기억할 수 없다”면서 “히틀러와 나치, 제3제국이 표방한 모든 것을 경멸한다”고 해명했다.
선거 운동 초기에 아버지의 나치 가담 시비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히틀러 찬양 발언으로 곤욕을 겪고 있는 것이다.
***슈워제네거, 성추행 사실 인정**
슈워제네거에 닥친 악재가 이것만은 아니다.
로스엔젤레스 타임스는 지난 2일(현지시간) “인터뷰에 응한 여성 6명이 지난 70년대 이후 2000년까지 30년에 걸쳐 영화세트, 영화사 사무실 등의 장소에서 슈워제네거가 자신들의 승낙없이 신체를 접촉했다고 폭로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자신의 신원을 밝힌 영국 TV쇼 ‘제6일’의 진행자인 앤나 리처드슨은 지난 2000년 인터뷰 도중 “슈워제네거가 자신의 가슴을 만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성추행 폭로에 대해 슈워제네거는 2일 신문보도 내용을 전격 시인, 공개사과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맞다. 내가 시끌벅적한 영화세트에 있었고 옳지않은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다. 당시엔 장난으로 생각했지만 지금 그들을 공격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당사자들에게 매우 송구스럽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인종차별 발언에 부친의 제3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담 시비 등으로 그동안 곤욕을 치뤘던 슈워제네거는 선거를 며칠 앞두고 터진 악재를 조기에 진압하려는 ‘불끄기’에 나선 형국이다.
***여러 악재에도 불구, 슈워제네거 여론조사서 1위**
이같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슈워제네거의 선거 승리 가능성은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센프란시스코의 여론조사기관인 ‘필드 폴’이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등록유권자 8백94명을 포함, 1천26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한 전화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7%가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의 소환에 찬성하고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39%에 그쳐 주지사 퇴출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지사를 승계할 후보를 묻는 질문에는 민주당 단일후보인 크루스 부스타만테라고 답한 응답자는 26%인 반면, 슈워제네거라고 답한 응답자가 36%에 이르러 슈워제네거의 선거 승리 가능성이 매우 높게 나왔다.
하지만 이번 여론 조사는 슈워제네거의 성추행 사실과 히틀러 옹호 발언 ,그리고 유명 영화배우들의 광고 등은 반영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10월 7일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가 어떤 결과를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