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 핵폐기장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애초 강행 입장을 바꿔 전격 대화를 제안해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가에서는 노무현대통령 탈당을 계기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위도 핵폐기장 백지화를 위한 '공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고건 총리, "조건없이 부안 군민과 대화하겠다"**
고건 국무총리는 30일 낮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는 조건없이 부안 군민과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총리는 "어제(29일) 문규현 신부, 수경 스님, 김인경 원불교 교무를 삼청동 총리 공관으로 초청해 이같은 입장을 전달하고 대화를 제의했다"고 설명했다. 고 총리는 "어제 1차 대화에 이어, 2차 대화에서 '반대 주민과 기탄없는 대화를 갖자'는 저의 제의에 대해 (그들이) 답을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핵폐기물처리장을 이제는 결정해야겠다는 취지에 따라, 정부가 공식적인 요식절차에 치중하고, 부안군민과 실질적 대화가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대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해 사실상 그간 추진 과정의 문제점을 일정 부분 시인했다.
***부안 주민 핵폐기장 반대 시위 계속돼**
이같은 정부의 대화 방침은 일차적으로는 그간 두 달이 넘도록 계속된 부안 주민들의 핵폐기장 반대 시위를 통해 부안군민들의 입장이 정부와 청와대에 전달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30일 부안 주민들은 38일째 계속되고 있는 부안 초ㆍ중ㆍ고 학생들의 등교 거부를 '무기한' 계속하기로 결정해, 부안군민들의 강경한 자세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부안 지역 초ㆍ중ㆍ고교 운영위원장과 학부모 등 35명은 오전 11시부터 부안 성당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3시간 동안의 토론을 거쳐 만장일치로 등교거부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참석한 학부모들은 "정부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등교거부를 철회할 수 없다"며 "아이들의 유급도 각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9일에는 등교를 거부하고 있는 초ㆍ중ㆍ고 학생 1천여명이 서울로 상경해 여의도와 종로에서 문화 행사와 평화 행진을 벌였다.
부안 학생들은 오후 1시 여의도에 도착해, 한강가에서 '핵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상징하는 노란 종이배를 국회와 청와대로 띄워 보내는 행사를 벌였고, 오후 3시부터는 종로 종묘 공원에서 문화 행사를 벌인 후, 조계사까지 평화 행진을 했다. 이들 학생들은 오후 7시경 귀향길에 올랐다.
한편 부안 주민 4천여명도 오후 8시부터 부안 수협 앞에서 65일째 촛불시위를 열고 "핵폐기장 유치철회"를 촉구했다. 율동 따라하기, 유행가 가사 바꿔 부르기 등 문화 행사로 진행된 이날 집회에는 가수 장사익씨가 공연을 해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집회는 밤 11시경까지 계속되었다.
***한나라-민주 공조 움직임에 정부 긴장**
이같은 부안 군민들의 변함없는 투쟁 의지와 함께, 노대통령의 29일 민주당 탈당후 달라진 정치역학도 정부로 하여금 더이상 힘에 의한 핵폐기장 강행을 힘들게 만든 정치적 변수로 풀이되고 있다.
요컨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정책 연합'을 통해 핵폐기장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설 경우에 대비한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는 문제의 부안이 정균환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로 정의원이 초기부터 핵폐기장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고, 30일 환경단체들이 한나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핵폐기장 백지화와 윤진식 산업자원부장관 해임을 촉구한 뒤 이 요구서를 한나라당 등에게 전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다.
또한 청와대 내부에서도 부안사태 장기화에 대한 정치적 부담감으로 최근 비밀리에 '강행'과 '백지화'라는 두가지 정반대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서울시장 시절 호의적 관계를 유지해왔던 환경-시민단체들이 29일 이례적으로 고건 총리를 겨냥해 강도높은 성토 성명을 발표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고건 총리의 대화 제안은 지난번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의 기만적 대화 제안과는 성격을 달리 하는 것으로 해석돼, 부안사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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