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73년 노동당 입당"

국정원 제출문서 통해 "노동당 탈당, 한국실정법 준수"

재독철학자 송두율(59.뮌스터대) 교수가 지난 73년 최초로 입북 당시 노동당에 입당했으며, 94년 김일성 북한주석 장례식때 김철수란 이름으로 초대받아 참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송 교수는 이에 국정원에 제출한 '내 입장을 밝힌다'는 문서를 통해 노동당 탈당을 선언하며 앞으로는 한국 실정법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송 교수의 변호인 김형태 변호사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송 교수와 관련한 의혹과 관련, 이같이 밝히면서 "70년대 입북 당시에는 입북보고서를 작성할 때 노동당에 입당하는 게 통과의례였다"고 해명한 뒤 "이 시점에서 그때 일이 문제가 된다면 실질적으로 당원으로 활동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오늘 국정원에 서면으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송 교수가) 노동당 입당서를 (북한측) 공항에서 한 번 썼으며, 방북은 73년 이후 10여차례 했다"며 "그뒤 80년대 후반 한 번, 나머지는 모두 90년대 들어 학술회의 참석차 (방북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송 교수가 입북할 때 (북측으로부터) 항공료를 받았는데 몇백불씩 몇번 받았다"면서 "그러나 공작금 차원에서 받은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오늘 아침 송교수가 국정원에 `내 입장을 밝힌다'는 제목의 문서를 써서 제출했다"며, 송 교수는 이 문서에서 "옛날 아무런 의미 없이 했던 행동이 문제가 된다면 더이상 (노동) 당원이 아니라는 걸 밝힌다. 입북때 몇 차례 경비를 받은 것이 문제가 돼서 민주화운동을 하는 분들께 누를 끼쳤다면 미안하고 국민에게 사과한다. 앞으로는 한국 실정법을 염두에 두고 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김 변호사는 설명했다.

그는 이밖에 "송 교수는 자신이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말을 들은 적 없다"며 "94년 김일성 장례식때 김철수란 이름으로 초대됐지만 김철수란 이름으로 들어간 것은 이 때뿐이며 장례식 때는 송두율이란 이름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송 교수가) 체포영장이 발부된 걸 알면서도 (국내에) 들어온 건 의혹이 있는 것을 풀기 위해서였다"며 "그러나 협조하기 위해 들어왔는데 일이 커지니 당황해 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송교수의 노동당 입당 시인으로 송교수에 대한 사법처리는 불가피해졌다는 법조계의 반응이다. 하지만 송교수가 29일 오전 국정원에 노동당 탈당 및 한국의 실정법 준수 등 사실상의 전향 입장을 밝힘에 따라, 과거의 '강철 서신' 사건때의 전례에 따라 검찰 수사를 받더라도 송교수가 구속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