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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 고치기' 대북정책 무엇을 얻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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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 고치기' 대북정책 무엇을 얻었나

[기고] 이명박 정부 2년 남북관계 돌아보니

이명박 정부 출범 2년을 맞으면서 남북관계는 약간 혼란스러운 느낌이다. 대화가 존재하면서도 대결은 지속되고 있다. 각종 실무회담이 열리고는 있지만 합의 없이 반복해서 결렬됐다. 수면 아래서 남북정상회담까지 논의된다지만 정작 남북간 의미 있는 성과는 없다. 대화가 이뤄지는 한편으로 북의 해안포 사격과 보복 성전 성명 등 날카로운 대결이 계속되고 남측은 급변사태를 준비하느라 정중동의 부산함을 보이곤 한다.

대화는 간헐적으로 이뤄지지만 대결의 기조는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전면 중단되지는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더 나아지거나 개선되는 것도 없이 각종 교류와 협력 사업은 축소되고 불허되고 있다. 무언가를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정작 되고 있는 것은 없다. 대화와 대결이 혼재하면서 남북 갈등의 큰 흐름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MB 2년 대북정책 어땠나

지난해의 극한 대결을 상정해보면 지금 남북관계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기도 하다. 그나마 단속적이긴 하지만 회담이 열리긴 하고 있고 북이 과거에 비해 적극적인 모습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극단적 경색국면이었지만 남측이 원칙을 견지한 탓에 북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보수 진영에서 지금의 남북관계를 '정상화' 과정으로 진단하고 지난 2년간의 '원칙 있는 대북정책'의 성공으로 긍정 평가하는 흐름도 여기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2년의 대북정책을 그렇게 평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우선 이명박 정부가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견지했는지부터 따져보자.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지난 10년 정부를 부인하면서 햇볕정책과 화해협력정책을 근본부터 부정하고자 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을 '퍼주기'와 '끌려 다니기'로 폄하하고 지난 10년의 화해협력정책이 잘못된 것임을 전제했다. 대북정책의 원칙에서 포용이냐 고립이냐의 결정은 하지 않은 채로 결코 퍼주지 않고 절대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단호한 감성적 원칙만을 내세운 것이다.

이성적인 측면에서는 탈냉전 이후 대북 화해협력의 큰 흐름을 거부할 수는 없었지만 감성적인 측면에서는 북의 버릇을 고치고 단단히 굴복시키려는 정서가 앞섰다. 이성적 입장에서 북한과의 관계 확대를 통한 변화 유도라는 이른바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 개입정책 혹은 관여정책이라고도 한다)의 기조를 부인하지는 못하지만, 정작 북한의 대남 조치나 반응에 대해서는 포용이나 고립이냐의 대북정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단단히 혼내줘야 한다는 감정적 원칙에 집착하게 된 것이다.

▲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제40회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연내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거론했다. 대통령이 정상회담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면서 취임 이후 경색돼있던 남북관계가 올해 풀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고, 북한이 경제적 곤란으로 인해 남한을 강하게 만나고 싶어한다는 '북한 굴복론'이 고개를 들었다. ⓒ연합뉴스

MB식 '감정적 대북정책'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과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강조하고, 정상회담도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상호연락사무소를 개설하자고 주장하고, 인도적 지원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번번이 확인하다가도, 금강산 피살 사건이 터지고 북의 대남 비난이 나오고 핵실험이 이뤄지고 북의 대남 압박 조치가 나오면 이명박 정부는 대북포용의 기조를 확인하기보다 원칙과 단호함만을 앞세우곤 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금강산관광 재개 여부이다. 보수진영에서는 무고한 시민이 피살당했는데 어떻게 관광을 재개하느냐는 감정적 주장이지만 금강산 관광 사업을 북한과의 화해협력 및 북한 변화 유도 그리고 한반도 평화증진이라는 차원에서 매우 유용하고 현실적인 프로젝트로 간주한다면 즉 금강산관광을 통한 대북포용정책을 견지한다면 관광재개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 지금 남측이 강조하는 진상규명과 신변보장 및 재발방지는 관광재개 결정 이후에 남북간 대화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대북포용 기조를 선택한다면 관광 재개를 우선하겠지만 대북 포용의 기조보다 북에 대한 단호한 원칙을 더 중요하고 우선적인 것으로 간주한다면 지금처럼 요구 관철이 상위의 정책결정이 된다. 이는 결국 이명박 정부가 원칙 있는 대북포용이 아니라 원칙적인 대북입장에만 치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는 북의 요구와 반응에 철저히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정서적 원칙에만 충실한 탓에 북한의 금강산 관광 재개 요구에도 응할 필요가 없고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한 회담에도 적극적일 필요가 없다. 북한과의 관계 확대를 통한 태도 변화라는 포용기조를 명확히 견지하지 않는다면 북한과의 접촉과 회담과 협상, 협력과 교류와 접촉은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보이는 태도가 바로 그것이다.

사회통합위원회가 금년도 역점사업으로 제시하고 통일부도 적극적 모습을 보였던 산림녹화 사업에 대해 북이 적극 호응하자마자 이명박 정부는 순식간에 태도를 바꿔 거부했다. 조계종에서 추진하는 금강산에서의 민간급 대규모 법회도 통일부는 뚜렷한 이유 없이 불허했다. 자발적으로 모금한 대북지원 민간단체의 방북 승인도 번번이 철회권고 되고 있다.

관광재개와 공단 활성화를 위한 북의 실무회담 요구에 통일부가 기일을 미루고 마지못해 만나도 예의 원칙적 요구만 내세운 채 내리 결렬되고 있음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정상회담까지도 이명박 정부는 정상회담을 통한 남북관계 진전을 고민하기보다 북한 길들이기와 굴복 조건으로 접근하고 있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본질은 과거 10년 정부의 이른바 포용기조 즉 관계 확대를 통한 북한태도 변화라는 관여(engagement)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들이 주문처럼 반복했던 '퍼주기'와 '끌려 다니기'를 피하고 '북한 길들이기'와 '버릇 고치기'가 훨씬 더 중요한 정책의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성적으로는 포용기조의 불가피함을 인정하다가도 사안별로 돌발적인 상황에는 매번 단호한 원칙만을 내세워 남북관계를 주저하고 머뭇거리고 파탄시키고 있음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안 주지 말고, '잘' 주면 된다"

탈냉전 이후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현실적 변화 유도를 위해 남북의 화해협력과 남북관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포용기조를 선택한다면 퍼주기와 끌려 다니기의 정책적 결함은 사실 '잘 주기'와 '안 끌려가기'로 극복해야 할 일이지 지금 이명박 정부가 보이는 것처럼 퍼주지 않고 끌려 다니지 않으려는 감성적 원칙에 급급한 나머지 아예 '안 주기'와 '안 만나기'에 안주하는 모습이어서는 안 된다.

북에 줄 것은 주면서 퍼주지 않고 잘 주어야 하고 북과 만나서 협상할 것은 하면서 끌려 다니지 않고 당당하게 임하면 되는 것이지 안주고 안 만남으로써 포용기조를 포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원칙만 있고 대북정책은 없는 본말전도의 결과인 셈이다.

이명박 정부가 원칙을 지켜 북이 고분해졌다는 일각의 평가 역시 실제로 북이 굴복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확히 잘못된 평가이다. 최근 북이 보이는 적극적인 태도를 마치 이명박 정부의 단호한 원칙 때문에 북이 굴복한 것으로 반기는 것은 그야말로 '자의적 정세 인식'의 위험을 안고 있다.

물론 대북제재가 지속되고 있고 이명박 정부 들어 대북 지원이 중단되었고 북의 내부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북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 북의 대남 입장을 규정하고 좌우하는 절대조건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최근 북의 적극적 입장은 진행 중인 북핵 협상에서 남북관계가 발목을 잡지 않도록 적절히 관리해야 할 필요성에서 비롯된다. 과거 6자회담과 부시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북은 남북관계와 북일관계가 본질적이진 않지만 북미 협상의 진전을 장애하고 발목을 잡을 수 있음을 충분히 깨달았고 바로 이에 기초해서 지금 북은 오바마 행정부와의 새로운 협상을 앞두고 대남 관계와 대일 관계 심지어 대중 관계까지 적절히 관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북미 협상을 촉진하기 위한 우호적 정세환경으로서 북은 남북관계 개선을 의도하고 있는 것이다. 정상회담까지 포함한 일련의 남북관계 개선 입장이 북이 굴복해서가 아니라 북의 주동적인 전략구도에 의한 것임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실제로 북은 지난 해 농사가 나쁘지 않았고 잇따른 북중 고위급 인사의 교차 방문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적지 않은 경제적 지원과 협력을 확보해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74호 대북제재로 인한 북의 손실이 과거 1718호보다 실질적으로 크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유대와 협력의 북중 관계 자체가 유엔의 대북제재를 무실화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를 놓고 본다면 최근 북의 태도는 제재와 압박에 굴복한 북의 태도변화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원칙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동적 정세관리에 따른 전략적 행보일 수 있음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아전인수격 정세인식"

이를 무시한 채로 자의적 정세인식에 젖어들 경우 그것은 남북관계에서 북의 전략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북의 내부 동향에 대해서도 치명적인 판단착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 이후 후계체제 불안정설과 화폐개혁 실패설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해 북의 내부 이상을 과신하고 급변사태에 필요 이상의 기대를 갖고 있는 것도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정세 인식의 연장선임을 부인할 수 없다.

결국 이명박 정부 2년을 맞으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북정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근본에서부터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은 원칙 있는 대북포용이 아님은 물론, 대북정책 자체에 대한 명확한 원칙도 없이 사안에 따른 다분히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단호한 원칙대응만 존재하는 주객전도의 대북 입장일 뿐이었다. 북이 순순히 굴복하고 있다는 평가 역시 자신의 단호함에 매몰된 채 주관적 기대만을 내세운 그리하여 완전히 굴복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자기정당화의 대북강경을 부추기는 허장성세의 자의적 정세판단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이명박 정부에게는 가장 이성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할 대북정책이 가장 감성적이고 자의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정반대의 따끔한 비판이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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