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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서 '왕따'된 부시의 일방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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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서 '왕따'된 부시의 일방주의

권력이양 거부, 국제지원만 요구, 북한 봉쇄 유엔결의 촉구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라크 치안확보와 재건을 위한 국제사회의 부담을 촉구하고,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를 위한 새로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을 요구했다.

하지만 부시는 이라크로의 조기 권력이양을 반대하고 다국적군에 대한 미군지휘를 고수하는 등 일방주의적 태도를 고수, 연설동안 단 한차례 박수도 받지 못하는등 국제사회의 냉소적 반응을 얻었다.

특히 부시의 이날 WMD 확산 방지를 위한 새로운 결의안 채택 요구는 북한 및 이란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부시가 새로운 긴장을 초래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신속한 권력이양은 거부, 과거 대립은 잊고 이라크 재건 동참은 촉구**

부시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행한 기조연설에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지원 ▲대량살상무기 확산 차단 ▲국제인신매매 단속과 기아, 질병 퇴치 등 3가지를 국제사회가 당면한 현안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라크 문제와 관련, 프랑스와 독일 등이 주장해온 신속한 권력 이양은 거부하는 동시에 동맹국들과 유엔에 대해 “미국주도의 이라크전에 대한 날카로운 대립은 잊고서 이라크 재건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부시는 이날 연설에서 이라크전때 단행한 '선제공격'의 정당성을 옹호하며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은 상상할 수 없는 정도로 고통을 야기하는 만큼 전세계는 비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에 의한 공격을 막기 위한 선제공격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시는 또 이라크 주권반환 시기와 관련, “질서 있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이라크 주민이 스스로 통치하는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 우선 목표지만 이는 서둘러서도 늦춰서도 안되고 이 과정은 이라크인들의 필요에 따라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즉각적인 주권이양을 요구한 프랑스와 독일 등의 요구를 거부했다.

***“군대통제권은 미국이 보유해야”**

부시는 또 이라크 지원과 관련, “나는 미 의회에 2차대전 마셜플랜이후 최대의 해외 지원이 될 이라크 재건 비용 승인을 요청했다”면서 “다른 나라가 이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유엔은 이라크의 자치라는 대의명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고 미국은 이라크에서 유엔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새 결의안에 대해 논의중”이라고 밝히며 유엔의 역할은 “이라크인들이 헌법을 제정하는 것과 공무원 훈련을 돕고 선거 진행을 돕는 것”이라고 국한했다.

그는 이어 “이라크내 군대 통제권은 미국의 수중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다국적군에 대한 지휘권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프랑스-독일-유엔 반발**

부시의 이같은 연설은 즉각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부시 대통령에 이어 기조연설에 나선 시라크 대통령은 “이라크의 주권 이양은 현실적인 일정에 따라야 하고 유엔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면서 “이 기간은 3개월에서 9개월이 될 수 있지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밝혔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대통령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회담후 기자들과 만나 “이라크 주권회복은 몇 달 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밝혀 시라크 대통령과 행보를같이 했다. 슈뢰더 총리는 그동안 미국에 “가능한 한 조속한”주권이양을 촉구해 왔으나 '몇달 안'이라는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기란 이번이 처음이다.

아난 사무총장도 각국 대표들의 기조연설에 앞선 개막 연설에서 부시가 주장하는 선제 공격론과 관련, “아무리 불완전할지라도 세계 평화와 안전이 58년간 의지해왔던 원칙에 근본적으로 도전하는 처사”라며“선제공격론과 같은 원칙이 채택된다면 명분이 있건 없건 일방적이고 법에 의거하지 않은 무력사용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선례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부시, 북한-이란 겨냥한 WMD 확산방지 유엔결의 요구**

한편 부시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과 이란을 겨냥,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를 위한 새로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을 요구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무법 정권, 테러 네트워크와 WMD의 가공할 결합은 무시해선 안될 위협”이라고 지적하고 “유엔 안보리가 WMD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새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일부 동맹국들이 불법 WMD의 수송 차단을 위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시행해 오고 있다”면서 “무기 확산을 시도하는 자들은 자신들에게 열려 있는 어떤 경로도 활용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가장 광범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새 결의안이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WMD확산을 불법화할 것, 국제기준에 부합되도록 엄격한 WMD 관련 물질의 수출 통제를 입법화할 것, 각국내 민감한 물질에 대한 보안을 확보할 것 등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PSI의 국제규범화를 의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결의안 채택되면 한반도 긴장 고조**

부시가 제안한 이 결의안이 채택될 경우 그동안 관련국들의 국내법 테두리 내에서 시행돼온 PSI는 유엔 승인하의 국제규범으로 격상되며 미국은 다른 국가의 WMD 수출이 적발되면 일방적으로 또는 유엔의 이름으로 이를 응징할 근거를 확보하게 돼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즉 그가 ‘무법 정권’이라는 용어를 쓸 때 염두에 뒀음이 분명한 북한과 이란 등의 무기 수출이 유엔 결의 위반행위가 돼 결정적 타격을 받게 되고 결의안이 채택된 후 이를 위반하는 국가가 있을 경우 미국은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현재 미국 등 11개국은 PSI 훈련을 호주 근해에서 북한의 주적으로 설정해 지난달 1차례 실시하고 3차례에 걸쳐 회의를 개최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한 북한은 '도발행위'라고 강력반발했었다.

따라서 부시의 이날 제안은 북한 등의 강한 반발을 초래하며, 향후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등에도 암운을 드리울 전망이다. 미국 요구대로 우리나라가 이라크에 파병을 하더라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는 무관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설후 단 한차례의 짤막한 박수만 받아”**

부시의 이날 연설에 대해 국내외의 반응은 싸늘했다.

부시가 9.11 1주기 다음날이었던 지난 해 9월 12일, 이라크의 WMD와 테러 연계 등을 명분으로 유엔 총회에서 유엔의 ‘행동’을 촉구하는 연설을 했을 때와는 달리 “이번 연설에서는 부시는 단 한차례의 20여초간의 짤막한 박수만을 받았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위기를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들은 부시의 연설에 대해 새로운 것은 전혀 없고 자신들의 주요한 관심사인 귀국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날 연설은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는 텐트 막사 내에서 두 대의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됐으나 대다수 병사들은 이를 보는 대신에 미식축구 중계를 보거나 음식에만 집중하고 있었다”고 이라크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들도 잇따라 부시의 연설을 비판했다. 대슐 미 상원 원내총무는 "대통령은 국제사회 앞에서 왜 이라크 투입할 병력이 필요하고 자금이 필요한가를 (설득력 있게) 호소하지 못했다"며 "그는 기회를 잃었다"고 신랄히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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