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간한 '2003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교육에 대한 민간부담률이 OECD 평균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을 사실상 국가가 전담하고 있는 선진국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학원 특구' 운운하면서 사교육을 부추길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공교육비중 민간부담률 OECD 평균보다 2~4배 높아**
OECD가 9월16일 발간한 '2003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공교육비중 민간부담률은 초ㆍ중등의 경우 17.5%로 OECD 평균(8.3%)보다 2배 정도 높고, 고등교육 단계에서의 부담률은 76%로 OECD 평균(20%)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 지출액은 OECD 평균이 5.5%인데 반해 한국은 7.1%로, 미국(7.0%), 영국(5.3%), 일본(4.6%)보다 높아 참가국 중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 등 민간의 부담을 통해 공교육비 지출도 세계 최고 수준인 셈이다. 교육 재정의 상당 부분을 학부모의 수업료에 의존해온 우리나라 공교육의 현실이 'OECD 교육지표'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여기에 공교육비에 거의 맞먹는 것으로 짐작되는 과외ㆍ학원비 등 사교육비 지출액까지 고려하면, 학부모 등 민간이 지출하는 교육비는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증가하게 된다.
이런 결과는 중학교 의무교육이 2002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초ㆍ중등 전면 의무교육이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서 늦어진 데다, 고등교육 기관의 70% 이상이 사립교육기관인 데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OECD 국가들은 고등교육의 경우 80% 이상을 국공립 교육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또 정부가 국방비 확대 등을 앞장서 추진하면서도, 교육 재정 확대는 늘 뒷전으로 미뤄두는 데도 큰 원인이 있다는 것이 교육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것은 각종 교육 환경 지표가 늘 '꼴찌'를 면하지 못하는 현실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학급당 학생수, 교원 1인당 학생수 "또 꼴찌"**
학급당 학생수는 2000년 기준으로 초등학교 36.3명 중학교 37.7명으로 OECD 평균(초등 22.0명ㆍ중등 24.0명)보다 10여명이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멕시코의 초등 20.9명ㆍ중등 30명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지난 2년간의 노력을 감안해 현재 학급당 학생수를 초등학교 33.9명, 중학교 34.8명으로 간주하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2002년 OECD 교육지표'에서도 OECD 국가 중 학급당 학생수가 가장 많은 나라로 지적된 적이 있다.
교원 1인당 학생수 역시 초등학교 32.1명, 중학교 21명, 고등학교 19.3명으로 OECD 평균(초등 17.0ㆍ중등 14.5ㆍ고등 13.8)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중ㆍ고등학교 교원 1인당 학생수가 각각 29.2ㆍ23.8인 멕시코보다는 낮은 수지만, 덴마크ㆍ독일ㆍ미국ㆍ일본ㆍ프랑스 등에 비해서는 훨씬 높은 것이다.
***학생들 능력은 우수한 것으로 밝혀져**
한편 낮은 수준의 교육 여건 속에서도 학생들의 학업성취 능력과 정보활용 능력 등은 매우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만15세 이상 학생의 학업성취는 읽기, 수학, 과학에서 매우 높은 반면 학교간ㆍ학생간ㆍ계층간 성적 격차는 OECD국가 중 가장 작게 나타나. 열악한 교육 여건 속에서도 수월성과 형평성 확보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OECD는 만15세(우리나라 중3 수준의 학력자) 학생 5천명을 각국별로 무작위 추출해 평가를 수행했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읽기, 수학, 과학 소양 등에서 OECD 평균을 훨씬 웃도는 높은 성취를 나타냈다. 단 읽기와는 달리 수학과 과학의 성(性)별 격차는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여학생의 수학ㆍ과학 교육에 대한 관심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또 학생들의 이메일 이용이나 인터넷을 통한 전자정보 활용 등 정보통신 능력도 OECD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 그래픽 프로그램을 사용한 그림 그리기나 컴퓨터 언어를 사용한 프로그램 작성 등은 OECD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
***"공교육 강화가 핵심"**
한편 일부 교육계 관계자들은 이런 학업성취 능력과 정보활용 능력이 높게 나타난 것에 대한 표피적인 해석을 경계했다. 이번 지표가 "우리나라 교육이 잘 되고 있다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란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창의력과 지적 모험심을 기르는 것 등 우리 교육이 결여하고 있는 것들에 오히려 주목해야 한다"면서 "미비한 공교육과 팽창한 사교육 속에서 '시험 기계'로 교육받는 아이들을 양산하는 교육 현장을 직시"할 것을 촉구했다. 공교육 강화를 위한 정부의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교육인적자원부 정봉근 정책국장은 "공교육에서 국가 부담을 늘려가는 등 공교육을 강화하는 가운데 수월성도 유지하고 창의력도 확보하는 교육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교육부의 의지를 밝혔다.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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