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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봉 절대보전지역 환경파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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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봉 절대보전지역 환경파괴 논란

“쪼개기 공사로 환경영향평가 회피의혹”

지질학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제주 당산봉의 붕괴위험지역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오름 원형이 훼손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회피하기 위해 쪼개기 공사를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붕괴위험지역을 정비한다는 이유로 90도인 경사면을 계단식으로 45도로 깎는 공사가 진행되면서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당산봉의 절대보전지역이 훼손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이번 사업은 제주시 한경면 당산봉 일대 고산리 3616-16번지와 산8번지 등에서 토석이 낙하하는 일이 발생하자 사고 예방을 위해 제주시가 관련 정비용역을 발주하면서 시작됐다.

90도인 경사면을 무려 45도로 깎게 되면서 약 14000㎥의 토공량이 발생해 원래의 지형과 경관이 상실됐고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당산봉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오고 있다.

당산봉은 뜨거운 마그마가 바닷물과 섞이는 과정에서 폭발하면서 만들어졌다. 외벽이 화산재가 쌓여서 굳은 응회암으로 이뤄져 있어 부서지기 쉽다.

정비구간에는 절대보전지역이 40%나 편입돼 있다. 그러나 환경영향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자문이 이뤄졌는지는 의문인 상황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12일 논평에서 "사업이 필요한 곳의 전체면적은 8137㎡에 이른다. 해당 지역은 절대보전지역, 경관보전지구, 보전녹지와 자연녹지 등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평가대상에는 보전관리지역이 5000㎡이상 포함될 경우 반드시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이행하도록 돼 있다. 똑같은 붕괴위험지역 D등급을 받은 지역 중 상당부분을 제외하고 약 4157㎡만 편입해 사업을 추진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며 "결국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이행하지 않기 위한 꼼수라는 분석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정비 공사과정에서 절대보전지역인 당산봉 공사구역은 완전히 파헤쳐졌고 경사면에는 철근 500개가 설치돼 시멘트로 고정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

또한 "이번 문제는 단순히 환경적인 측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며 "해당지역은 문화재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문화재보전영향 검토대상구역으로 지정돼 있다"며 "제주시는 매장문화재 표본조사를 진행하고 담당부서인 문화예술과와 협의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해당지역에서 연대를 특정할 수 없는 동물뼈가 공사중에 발견돼 발굴작업과 매장문화재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문제는 이 지역이 고산선사유적지가 분포하고 있고 아직도 주변지역에 많은 매장문화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이라는 점"이라며 "때문에 공사에 앞서 매장문화재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 상세한 조사가 필수적이었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 실시설계보고서에도 정밀조사가 필요한 부분이 있음을 거론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사를 진행하다가 동물뼈가 발굴되어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과연 해당지역의 문화재적 가치를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더 큰 문제는 정비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당산봉의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자문이 있었다는 점이다. 실시설계보고서에도 이런 우려를 고려해 펜스와 안전망을 활용한 방안을 제시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보고서에는 시설의 영구성, 보수공사 등에 따른 예산투입을 문제로 이를 배제한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과연 25억의 사업비를 들이면서 과도하게 당산봉 사면을 절취하는 비용보다 안전펜스와 안전망을 설치하는 것에 드는 비용과 그에 따른 보수비용이 더 큰지는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해당지역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펜스와 안전망 등을 설치하면 충분히 문제를 막을 수 있었으면서도 이를 배제한 것은 그만큼 환경보전에 대한 의지가 없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수려한 당산봉의 경관은 상당부분 훼손됐고, 지질학적 가치와 문화재적 가치 역시 파괴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경관파괴에 대한 우려가 도민사회를 넘어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올라 있다. 그만큼 자연환경과 경관보전에 힘써야 하는 것이 제주도가 직면한 과제"라며 "편의성과 경제성만 따지는 공사가 아닌 모두가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충분한 고민이 담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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