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가 일본을 한반도 유사시 전력 제공을 할 수 있는 이른바 '전력제공국'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국방부는 일본이 한국 전쟁에 참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은 6.25 전쟁 참전국이 아니기 때문에 전력제공국으로 활동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유엔사 전력제공국은 1950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제83호, 84호에 따라서 유엔사에 전력을 제공한 국가 중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반도 전쟁 재발 시 재참전을 결의한 전투부대 파견국"이라며 일본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엔사는 한국, 미국, 호주, 벨기에, 캐나다, 콜롬비아, 덴마크,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터키, 영국 등 18개 회원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이 유사시 병력과 장비를 지원하는 '유엔 전력제공국'으로 불리고 있다.
노 부대변인은 이외의 국가가 유엔사에 참여하려면 "전력 제공국이 아니라 참모 활동"을 해야 한다면서 "유엔사 요원으로 활동을 할 경우 당연히 우리 국방부와 협의해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참모 활동은 한국 정부가 동의하면 가능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일본의 참여는 논의된 바도, 검토한 바도 없다"고 답했다.
앞서 <연합뉴스>는 이날 복수의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한반도에서 유엔군사령부 역할 확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며 "이런 차원에서 유엔사 후방기지들이 있는 일본에 대해서도 유사시 한반도에 병력과 장비를 지원하는 '유엔 전력제공국'에 참여하기를 희망해왔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주한미군사령부가 이날 발간한 <주한미군 2019 전략 다이제스트>라는 제목의 공식 발간물에는 유엔사가 유사시에 일본과 협력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발간물에는 "유엔사는 위기시 필요한 일본과의 지원 및 전력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문구가 명시됐는데 주한미군사령부가 매년 발간하는 이 발간물에 이같은 내용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일본의 유엔사 참여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 다른 국가의 전력이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로 집결하기 때문에 일본의 유엔사 회원국 가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유엔사 회원국 가입이 추진될 경우 일본 식민지배의 경험이 있는 한국에서는 적잖은 반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에서도 반대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일본뿐만 독일에게도 유엔사의 문을 열어두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포착됐다. <한국일보>는 이날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 "5월 31일 ~ 6월 2일(현지 시각)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독일 국방부 고위 관료가 한국 측 국방부 고위 간부와 실무 협의 도중 유엔사에 독일군 연락장교를 보내는 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노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엔사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우리의 요청으로 우리의 자위권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것"이라며 "신규 파견을 위해서는 우리의 동의가 전제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사안은 우리 정부와의 사전 협의나 동의 없이 취해진 조치로, 당사국으로서는 수용할 수 없음을 (독일 측에) 강력하게 제기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유엔사에 일본과 독일 등을 끌어들이려 하는 배경이 무엇인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한국에 전환한 이후에도 독자적인 전작권을 행사하기 위해 유엔사를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국가들에게 기존보다 더 많은 분담금을 부담하라며 압박하고 있는 연장선에서 유엔사에 일본과 독일 등을 참여시켜 미국의 부담을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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