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9일 정권 수립 기념일을 맞아 기념행사를 열고 다큐멘터리 등의 특집 방송을 방영했으나 그동안 주목돼 왔던 군사퍼레이드를 통한 장거리 신형 미사일 공개나 핵실험 및 핵무기보유 선언 등은 하지 않았다.
***북한, 돌출 조치 없어**
북한은 정권 창건 55주년 기념일인 9일 평양에서 오전 9시경 3백~4백명이 참가한 열병식을 거행했으나 미사일 등의 병기나 군사 장비를 동원한 군사 퍼레이드는 실시하지 않았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또한 9일 정오 현재, 건국기념일 행사에 관한 공식보도는 나오지 않았으며 북한 매체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나 기념행사 소식을 전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 6자회담 참여국들은 북한이 중대발언을 통해 상황악화 조치를 취한다면 2차 6자회담 성사가 어렵다고 보고 9.9절 행사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은 8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9.9절 행사를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전하며,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추가조치를 하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었다.
외교전문가들은 북한이 9.9절을 조용히 넘긴 것과 관련, 미국이 최근 "북핵 폐기 완료 이전이라도 미국은 상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 "부시 미 대통령이 단계적 대북 제재 완화에서 최종적으로는 북미 평화조약 체결 용의까지 밝혔다"는 유화적 내용이 잇따라 보도되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최근 이라크사태 장기화로 부시 정권이 코너에 몰리면서 이라크전 개전을 주장했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의 영향력이 급속히 약하되는 반면, 대북 대화를 중시해온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발언권이 강화된 대목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차기 6자회담 성사 가능성이 보다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관측이다.
한편 이날 건국기념일 행사는 열병식 이외에 1백만 명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민중 집회 및 콘서트 등 다양한 축제행사가 계획돼 있으며 밤에는 횃불 행진과 불꽃놀이도 김일성 광장에서 벌어질 예정이라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9일 평양발로 전했다.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 “핵문제 관련 미국과 협상 지속할 이유 없어”**
이처럼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외면상으로는 북한이 대미 압박공세를 계속 펼쳐 주목된다.
박의춘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가 8일 북한 건국 55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모스크바 소재 북한 대사관에서 가진 리셉션에서 “미국은 공존을 원하지 않고 우리를 완전 무장 해제하려 하고 있다”며 “북한은 핵문제를 놓고 미국과 더이상 협상을 계속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사는 지난 7월 베이징 6자회담을 북한이 동의한다는 메시지를 러시아를 통해 처음 밝히는 등 주요 사건이 있을 때마다 북한측 입장을 천명해 왔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8일 “지난 베이징 6자회담에서 평화조약까지 거론했다는 미국의 주장은 거짓”이라면서 “대미 협상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지난 베이징 6자회담에서 “미국이 경제 재재의 점진적 해제부터 최종적으로는 평화조약 체결까지 일련의 조치들을 취할 용의가 있다고 표명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이같은 강성 발언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북한이 9.9절 행사에서 우려되던 행동을 자제함으로써 추후 회담 전망은 밝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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