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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이 떠내려가고 있다"

[독자들의 소리] 주위의 '이민 신드럼'을 보고

요즘 들어 거세게 일고 있는 '이민 신드럼'의 일단을 소개한 8일자 "이제 '내 조국' 한국을 포기하고 싶다"는 기사가 나간 뒤 많은 독자글이 올라왔다.

국민들이 지금 아파트값 폭등에 의한 빈부격차 심화, 살인적 사교육비, 교육의 빈부격차 확산, 불안정한 미래상, 이공계 소외 등의 제반 모순으로 인해 내심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가를 드러낸 글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위정자들이 반드시 일독하기를 바라며 세 편의 글을 골라 싣는다. 편집자주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ID: 40대가장, 8일 오후 1:27:35)**

초등학교 6학년, 4학년 자녀를 기르고 있는 40대초반의 가장입니다.
마침 이런 기사가 났으니 여기에 솔직한 심정을 한번 토로해 보고자 합니다.

대학 다닐 때는 386세대의 기수로 민주화운동이나 정치참여에도 관심이 많은 그런 사람중의 하나였고, 그 시절에 대해 아직 자부심도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남들이 꽤 괜찮다고 하는 모국책은행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연봉도 그리 많지는 않지만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살아가는데 지장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그냥 살다 보니까, 어느날 갑자기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자녀교육이더군요.

이제 내년이면 큰아이가 중학교 입학하는데, 앞으로 지옥같은 한국의 중,고등학교 생활을 어떻게 견뎌낼까 하는 것과 엄청난 사교육비를 충당하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문제가 어느날 갑자기 현실로 맞딱드려 오더군요.

그렇게 해서라도 좋은 대학에 진학시킬 가능성만 있다면 얼마든지 참고 견디겠는데, 그렇게 해도 대학진학이 어려운 별 희망없는 이 사회에서 자녀를 키운다는 것이 부모로서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를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이런 것을 뻔히 눈뜨고 보면서도 이민을 갈래야 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모아놓은 돈도 없습니다, 그러나 돈때문만은 아닙니다.

나이는 좀 들었지만 20여년전 최전방 철책에서 보병으로 근무했던 대한남아의 호기로움이 아직은 남아있습니다. 외국에 나가 얼마든지 막노동이라도 할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민"이라는 것을 막연하게 생각하면서도 입밖에 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노모"가 살아계시기 때문입니다.

평생을 시골에서 곡물 보따리장사와 농사만 지으시고 말년에 겨우 도시생활에 적응하신 노모를 이제 와서 낮설고 물설은 외국땅으로 모시고 갈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다고 월급쟁이 주제에 외국과 국내의 두살림하는 것도 불가능하고요.

많은 사람들이 이민박람회에 모였다고 언론은 떠듭니다. 그러나 이 나라를 떠나겠다고 이미 행동에 옮기거나 관심이 있어 박람회장이라도 찾는 사람들은 그나마 나은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 벙어리 냉가슴 앓듯 "남들의 이민"을 바라보며 이 지옥같은 땅에서 마지못해 살아가야만 하는 더 많은 수의 가장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파트 가격을 잡아라(ID: 현실, 8일 오후 3:56:43)**

저는 이 모든 것이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가격의 급등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동산이 오르면
부동산 없는 사람은
그야말로 죽어납니다
생에 대한 의지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거지요

싱가포르에서는
일가구 일주택 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기는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자기 집외에 하나를 더 소유할 경우
세제상 견딜 수 없습니다

우리는 왜 그렇게 못합니까?
왜?
왜?
왜?
노무현 대통령은 아파트 가격만큼은 잡아주겠지하고
믿었습니다
부동산만 잡으면
우리나라 선진국 됩니다

***특권공화국-민심이 떠내려 가고 있다(ID: 국민을 승리자로, 8일 오후 4:23:56)**

이민 열풍의 근저에 많은 요소가 있겠지만 지난 대선결과에서 보이듯이 더이상 '특권공화국'을 감내하지 않겠다는 시민사회의 의식변화와 무관치 않다.

특권과 편중이 구조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교육과 주택문제는 서민들의 삶을 결정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IMF 이후 계층간의 괴리감이 심하고 세대간 갈등의 골도 깊어진 것을 더이상 방치하다가는 공동체의 근간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 자명하다.

이 나라를 떠나고자 마음먹은 분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면서 정치권을 위시한 위정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여와 야를 떠나 민심이 떠내려가는 상황을 바로 보아야 한다. 구성원의 다수가 실망을 넘어 무관심과 회피,이탈의 지경에 이른다면, 종국에는 공동체의 정체와 퇴보로 이어질 것이다.

굴곡의 현대사에서 권위주의 정권과 3김 시대의 지역대결을 극복하고 서민들의 지지와 성원에 의해 탄생한 참여정부, 그 탄생의 진정성은 무엇인가?

거창한 국정 아젠다, 시스템, 로드맵, 정치개혁... 옳은 얘기다.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약체정권으로서 덩치에 걸맞지 않는 의욕과잉은 경계대상 1호다.

어차피 침체기 경제상황에서 높은 기대치는 금물이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제시하고 인내를 요구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고 현실적으로 국민적 인기도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특권과 편중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타파하는 정책을 꿋꿋이 펴나간다면 민심은 반드시 따라오게 되어있다. 이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방향을 정확히 잡고 중단없이 전전한다는 확신만 줄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희망이요 현실을 인내할 수 있는 최선의 비책이다.

교육문제 해결, 대단히 어렵다.
주택문제 역시 명운을 걸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문제점이나 해결방안에 대해 국민적 합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와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이해관계에 얽힌 정권적 차원에서 실행하려는 의지가 없었고, 정치권도 구조적인 병폐를 애써 외면해왔던 것이다.

서민 대통령을 표방한 노대통령은 국정 6개월을 반추하고 이제부터라도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물론 10여 차례의 주택정책을 포함한 여러 정책들을 제시한 것이 사실이나 중요한 것은 명확한 정책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지금껏 보인 행보를 단적으로 지적하면 '허위의식'이다. 그것도 포장만 그럴싸하게 내놓으려는 정도이지 그 속에 진정성을 담지 못해 변죽만 울리고 있는 격이다.

대통령을 위시한 정책입안자들은 국민들이 모두 알고있고 명확한 해법이 제시된 정책을 실행에 옮기는 것만 남아있다. 정책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이다.

다수의 국민이 이민을 꿈꾸고 사회에 대해 마음을 닫아거는 현실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민심이 떠내려가고 있다.
더 늦기전에 국민들 마음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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