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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개발 주범은 다름아닌 공공기관"

환경부 조사, "적발건수 81%가 공공기관"

새만금 간척사업, 위도 핵폐기물처리장, 한탄강 댐 등 각종 환경 현안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로 대두되고 있는 지금, 공공기관이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하는 등 환경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무시, 공공기관이 81%**

환경부가 8월31일 한나라당 서병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 상반기,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평가 없이 사전 공사를 하다 적발된 21개 사업장 중 81%인 17개 사업의 주체가 공공기관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경북 원남-울진 국도 확ㆍ포장 공사, 경상남도가 주체인 경남 밀양-산외 도로 4차선 확장 공사, 울산지방해양수산청의 울산신항 건설사업, 한국수자원공사의 전남 탐진다목적댐 건설사업, 충청남도의 공구-동면 도로 확ㆍ포장 공사 등 공공기관이나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체인 사업들이 법이 규정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하고 난개발을 해온 것이다.

또 불법 사전공사를 한 민간사업 4건도 원주시가 승인한 석회석광산개발 사업, 전라남도가 승인한 골프장 건설사업 등이어서, 공공기관이 민간사업의 불법에 대한 감독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환경영향평가 협의사항 이행여부 조사대상 8백개 사업장(공공 619개, 민간 181개) 중 미이행 사업장도 광주시, 농업기반공사, 대한주택공사, 육군본부, 한국고속철도공단, 한국토지공사 등 공공기관이 2백10개로 집계됐다. 이는 점검 대상 공공기관의 33.9%를 차지해 민간 사업장의 미이행률 27.1%(49건)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근본적인 대응 마련 시급해**

공공기관이 앞장서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하는 이런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들이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식의 대응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도입 등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현재 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전환경성 검토나 환경영향평가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개발 계획을 수립한 뒤 실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개발 계획 시행이 확정된 상태에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데 주안점을 두기 때문에, 환경부가 각종 개발 사업의 들러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어 왔다. 각종 개발 사업을 둘러싼 환경갈등에 대해 환경부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제도적 한계 때문이란 지적이다.

이런 예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문제가 되었던 북한산 관통도로의 경우, 환경부는 국립공원 통과 노선 등 일부 노선에 대해서만 문제제기를 할 수 있어서, 수도권 난개발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개발 사업 자체의 환경영향평가는 손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사전환경성 검토가 진행 중인 김포ㆍ파주 신도시 건설의 경우에도 추진 주체인 건설교통부는 사실상 계획을 기정사실화하고 해당 지역을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하는 등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렇게 사전환경성 검토나 환경영향평가의 영향력이 비미한 상황에서, 공공기관들은 '사업의 시급성'이나 '평가로 인한 시간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을 핑계로 우선 개발을 시작하고 본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앞장서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하는 관행도 이런 법제도적 한계에서 비롯되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밀어붙이기식 개발 관행은 난개발을 부추기고 더 나아가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훼손으로 큰 피해를 안기기도 한다. 최근에는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발로 심각한 사회갈등을 낳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난개발과 환경을 둘러싼 사회갈등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 전략환경영향평가 제도를 조기에 도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제도는 신도시 개발 등 대규모 국책 사업이나 각종 개발 사업을 추진할 때, 정책 입안 단계부터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제도이다. 사업을 구상하고 입지를 선정할 때부터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문제가 될 경우 사업 자체를 백지화하는 방안이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난개발을 부추기는 상당수의 개발 계획이 정책입안 단계에서 수정ㆍ보완 또는 백지화될 수 있어 무리한 사업 시행에 따른 환경 훼손을 막을 수 있다. 또 정책입안 단계에서 갈등의 상당 부분이 해결되어, 막상 사업이 시작된 후에는 각종 갈등이 최소화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또 환경 훼손이 명백하게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투자비용 때문에 사업을 계속 추진해온 일부 계발 계획의 관행들도 시정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경부는 현행 환경영향평가를 보완해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도입하는 데 적극적이다. 하지만 관련 개발 부처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그 시행 여부가 미지수이다. 사후적인 갈등 관리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는 현정부의 지혜가 아쉬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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