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이 최근 이라크 원유를 이스라엘 정제시설로 수송하는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대량살상무기와 테러집단과의 연계’라는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던 미국이 이제는 석유로 논공행상을 벌이는 듯한 행태에 범 아랍권이 반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송유관은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을 적극 지지한데 대한 보너스”**
미국 국방부 고위관리가 지난 주 이스라엘 외무장관 앞으로 보낸 전문에서 “이라크 키르쿠크 유전지대 원유를 이스라엘 하이파 지역에 있는 원유 정제시설로 수송하는 계획에 대한 가능성 검토를 요청했다”고 이스라엘 일간지 하아레츠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미국 측 반응은 이스라엘 총리실 측이 미국에게 공식전문을 통해 요청한 후 이루어진 것으로, “이스라엘 총리실은 하이파 정제시설과 이라크 유전지대를 연결하는 송유관 건설을 미국 주도의 이라크 침공에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데 대한 ‘보너스‘로 여기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이라크 석유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키르쿠크 유전지대 원유는 새로운 송유관을 통해 이라크 모술과 요르단을 거쳐 이스라엘로 운송되는데, 미국측은 전문에서 “1948년 이전에 사용되던 모술-하이파간 파이프라인을 수리하는데 얼마의 비용이 들어가는지 이스라엘 측에 평가를 요청”하고 있다.
1948년 이스라엘 독립전쟁 이전에 이라크는 이스라엘 하이파로의 석유 운송을 중단함으로써 이 파이프라인은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상태다.
이스라엘 국가건설부에 따르면 새로 건설될 가능성이 있는 송유관 지름은 42인치로 1km당 40만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모술과 하이파를 연결했던 이전 송유관 지름은 8인치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크기의 송유관이 검토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스라엘 요셉 페리츠키 국가건설부 장관도 24일 “하이파 지역의 항구는 이라크 원유를 운송할 수 있는 매력적인 종착점”이라면서 “다음달 미국 방문 기간 중에 미국 에너지 장관과 이 문제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관건은 송유관이 통과하는 요르단의 동의“라고 말하면서 ”요르단은 송유관 통과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통과를 허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스라엘의 정통한 소식통도 “미국이 요르단을 경유해 이스라엘로 향하는 새로운 송유관 건설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밝혀 논의가 상당히 진행된 듯 하다.
***범 아랍권 반발로 송유관 건설 계획은 쉽지만은 않을 듯**
하지만 이라크 원유를 이스라엘 정제시설로 운송하는 계획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우선 현재 악화일로에 있는 아랍권의 대이스라엘 감정이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요셉 페리츠키 장관도 “범아랍권의 우려로 인해 요르단이 이스라엘로 향하는 송유관 통과를 허용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정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내 아랍계 무장단체의 반응은 상당히 격한 모습이다. 지난 15일에는 미국이 이라크 재건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려고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 유전지대에서 터키로 연결한 송유관을 무장단체가 공격해 원유 수송이 중단된 상태다.
신문은 또 터키의 위협도 새로운 파이프라인 건설에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이라크 원유는 터키를 거쳐 지중해 항구로 운송되고 있는데 터키는 이 통과세를 세수의 중요 수입원으로 삼고 있다. 터키 측은 새로운 파이프라인 건설 소식에 “터키와 이스라엘 관계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이스라엘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 가운데 하나로서 하루 2백50만 배럴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라크는 1991년 걸프전으로 석유 수출이 금지되었으나 식량과 의료품 수입을 위해 하루 1백 50만 배럴의 제한된 양의 수출만이 허용됐었다. 현재는 하루에 수십만 배럴만을 수출하고 있는데 하지만 이마저도 전후 논공행상에 휘둘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미국 주도의 전후 복구에 다시 한번 비난이 크게 제기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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