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기자들이 성명서를 통해 지난 23일 위도 핵폐기물처리장 설치 반대시위 과정에 있었던 취재 기자들이 시위자들에게 폭행당한 사실에 대해서 대책위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같은 사과요구에 대한 주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시위대가 기자들을 적대시하게 된 것은 기자들 스스로 자초한 면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전북기자협회 등 공식사과 촉구**
전북기자협회(회장 강웅철)와 전북사진기자협회(회장 안봉주)는 25일 성명서를 통해 "일부 극렬 시위자들이 취재기자들을 집단 폭행한 것은 명백한 취재권 침해 행위"라며 행사를 주최한 '핵폐기장 백지화 전북도민 대책위'의 공식사과를 촉구했다.
전북기협과 사진기자협은 지난 23일 전주에서 있었던 주민들의 대규모 집회와 시위 과정에서 일부 시위자들이 취재기자 5명을 폭행하고 카메라를 빼앗아 내던져 파손시킨 것과 관련해, "정당한 취재 활동을 방해한 처사이며 도민들의 알권리를 짓밟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북기협 등은 대책위의 공식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약속, 치료비와 파손 카메라 보상, 경찰 수사 등을 요구했다. 전북사진기자협회는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핵폐기물처리장과 관련한 모든 시위의 취재를 거부하기로 했다.
주민들이 기자들을 적대시하며 충돌이 발생한 것은 이번 처음이 아니다.
집회와 시위 때마다 일부 중앙지와 지방 언론 기자들에 대한 주민들의 폭언과 취재 거부가 이어져 왔다. 지난 21일에는 주민들의 해상시위를 취재하던 10여명의 기자들이 탑승한 배를 주민들의 모터보트 10여대가 에워싸는 바람에 한동안 꼼짝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기자들 정부·한수원 지원으로 해외 취재 다녀와**
이유가 어찌됐듯 보도진에 대한 폭행 또는 취재거부 행위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주민들이 기자들을 적대시하게 된 데에는 기자들 스스로 초래한 책임도 적지 않다는 게 일반적 지적이다.
미디어오늘의 지난 20일 보도에 따르면, 산업자원부 산하 원자력문화재단은 지난 6월29일부터 7월2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환경부 기자단 20여명의 일본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 시찰을 지원했다. 이 시찰에는 조선, 중앙, 한겨레를 제외한 7개 중앙 일간지와 3개 경제지, 방송사 등 16개사 20여명의 기자가 참가했고, 경비를 자비로 낸 곳은 MBC뿐이었다.
또 이 시찰 과정에서 한국수력원자력(주)은 홍보 자료와 함께 3만엔(30만원 정도)이 든 봉투를 넣어 돌린 것도 확인되었다. 대부분의 환경부 기자들은 돌아오는 길에 촌지를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6월에는 한수원의 주선으로 원자력문화재단이 지원해 YTN, J-TV(전주방송), 문화일보 기자 등이 프랑스 로브의 핵폐기물처리장과 일본 로카쇼무라 취재를 다녀왔다. 이때 YTN과 J-TV는 한수원으로부터 취재비를 지원받았다.
이밖에도 5월에는 전북지역 언론인들이 원자력문화재단의 후원으로 3박4일 일정으로 일본에 다녀왔고, 일부 군산지역 언론인들도 7월초 일본에 다녀왔다. 원자력문화재단은 오는 8월27일부터 3박4일이나 4박5일 일정으로 산자부 기자단 20여명의 로카쇼무라 시찰도 주선할 예정이다.
이렇게 정부·한수원의 지원으로 해외 취재를 다녀온 기자들은 일본의 반핵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한 일부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부와 한수원 입장을 되풀이하는 기사를 쓴 것으로 확인되었다.
대한매일과 한국경제는 일본의 로카쇼무라 핵폐기물처리장을 모범 사례로 소개했고, 전북도민일보 등 전북지역 대부분의 언론들도 로카쇼무라의 긍정적 측면을 집중 부각시켰다. 한편 경향, 동아, 문화, 세계 등은 기사를 아예 출고하지 않아 "정부나 업체의 지원으로 다녀온 해외 취재를 외유로 여긴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주민들, "제발 있는 그대로만 써달라"**
이같은 보도 태도는 7월중순 이후, 정부와 지역 주민의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노골적으로 정부나 한수원쪽으로 기울었다.
일부 중앙 언론지와 전북지역 언론 대부분은 주민들이나 대책위의 입장보다는 정부와 한수원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편들었다. 특히 7월22일 부안군민들과 경찰 사이의 충돌이 있은 후에는, 일부 언론들이 부안군민들을 '폭도'로 취급해 주민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부안과 관련해서는 시위 소식 등을 단편적으로 전하거나, 해법을 제시하는 기획 기사도 대부분 "핵폐기물처리장이 필요하다"는 등 정부나 한수원 입장을 강변하는 데만 치중해 지역 주민들의 반대 행동을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붙였다는 것이 주민들의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이 기자들의 취재를 거부하거나, 기자들을 적대시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특히 전북지역 언론들은 그 정도가 심해 더욱더 주민들에게 밉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부안군민들의 한결같은 주문은 "제발 있는 그대로만 써 달라"는 것이다. 주민들의 기자들에 대한 반발은 이런 당연한 기대에도 못 미치는 기자들의 보도 행태에 있다는 것이 이번 성명서를 보는 다수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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