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개막식에서 '한반도기'를 흔들고 박수갈채 속에 동시입장한 남북한 선수들을 남다르게 바라보는 외국선수들이 있었다.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돼 있다가 지난 1990년 통일한 독일 선수들이 그들이다.
22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유니버시아드 여자축구 예선경기에서 북한이 독일을 6-0으로 대파했다는 소식을 듣고 난 후 선수촌 주변에서 독일 여자유도 선수들을 만났다.
<사진1> 선수촌주변에서 만난 독일 여자유도선수 베라마리아(左)와 세버린(右)
***"스포츠 이벤트가 남북간 화해에 기여하기 바란다"**
독일 여자유도 선수 쾨니히 베라마리아와 페쉬 세버린은 북한에게 진 사실에 개의치 않고, 남북한 선수들의 동시입장에 대한 소감을 묻고 질문에 대해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고 높게 평가했다.
여자유도 52Kg이하급에 출전하는 베라마리아는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1956년 멜버른 올림픽에서 동독과 서독이 단일팀을 구성했을 때 독일인들의 관심이 대단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며 "어려움이 있겠지만 한국도 독일처럼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진2> 개막식에서 동시입장하고 있는 남북한 선수들
슈투트가르트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있는 베라마리아는 "스포츠 이벤트가 정치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유니버시아드대회를 통해 남북한이 많이 가까워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베라마리아는 "통독전 동독선수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냐"는 질문에 "국제대회마다 동독을 열심히 응원했다. 특히 여자육상의 카트린 크라베나 수영의 크리스틴 오토등은 독일인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동독선수들이었다"고 회상했다.
베라마리아는 북한응원단에 대해 "독일에서는 북한응원단과 같이 조직적인 응원은 보기 힘들다. TV를 통해 본 북한응원단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고 언급했다.
***"경제 나빠졌지만 통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베라마리아와 같은 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세버린(여자유도 48Kg이하급)은 통독후 위기에 빠진 독일 경제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통독후 독일경제가 안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독일에게 통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큰 일이었다. 독일인들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통일에 따른 작금의 경제적 어려움은 능히 극복해나갈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읽을 수 있는 답변이었다.
베라마리아와 세버린은 "성적은 어느 정도 기대하냐"는 질문에 "워낙 강자가 많아 잘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다" 라고 대학생 선수다운 각오를 밝혔다.
유럽과는 달리 대구의 습도가 너무 높아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고 있다는 베라마리아와 세버린은 각각 27, 28일에 여자유도 예선전에 참가할 예정이다.
미국의 AP통신은 개막식의 남북선수 공동입장을 본 뒤 "운동장의 관객들이 거의 울려고 할 정도로 감격스러워 했고 기자도 이들과 하나가 됨을 느꼈다"고 전세계에 감동을 전했다.
U대회가 전세계에 전하는 또하나의 평화-반전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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