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국세청 대선자금 모금사건인 이른바 '세풍' 사건에 대해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당선을 위해 한나라당 간부들과 국세청 고위간부들이 공모, 외환위기로 자금난을 겪던 기업들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돈을 끌어모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방탄국회로 구속 면했던 서상목 전의원 마침내 구속**
서울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황찬현 부장판사)는 18일 97년 대선을 앞두고 국세청을 동원, 이회창 당시 후보를 위한 대선 자금을 불법 모금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서상목 전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징역 1년6월을 선고, 법정구속했다. 서상목 전의원은 사건 발발 당시에는 '방탄국회'로 인해 구속을 면했으나 이번에 끝내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또 구속기소된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에 대해 징역 2년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동생 회성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5천만원을 각각 선고했으며 권영해 전 안기부장에 대해선 징역 10월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으나 나이와 지병 등을 감안,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임채주 전 국세청장에 대해서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주정중 전 국세청 조사국장에 대해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과 추징금 2천5백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김태원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은 벌금 2천만원, 박운서 전 한국중공업 사장은 벌금 1천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이들은 지난 97년 대선을 앞두고 국세청을 동원해 23개 기업으로부터 1백66억3천만원의 대선자금을 불법모금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부, "세풍사건 정치탄압 아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세풍'사건이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하나, 조세부과와 징수에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진 국세청이 기업들의 탈세가 큰 죄의식 없이 이뤄지는 현실에서 기업들에 부당한 자금을 요구한 것은 정치자금 관행을 왜곡하고 기업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것으로 그 중대성에 비춰 수사에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 해도 책임을 묻는 것이 형평과 정의에 맞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회성 피고인 등은 국세청 간부들의 모금 행위를 알고도 이를 제지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서로를 이용해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공동정범에 해당하며 서상목 피고인은 자금 모금의 가장 주도적 역할을 해 무거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추징액에 대해 "추징이란 본인에게서 부당한 이익을 박탈하는 것인데 자금이 대부분 한나라당으로 들어가 본인에게 추징할 수 없으므로 개인용도 사용 자금만 추징한다"고 밝혔다.
***여야 공방**
이같은 법원 판결에 대해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경위야 어찌됐든 과거 잘못된 관행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반성한다"며 "우리당은 이러한 반성을 토대로 후진적인 정치문화를 개선하고 투명한 정치자금의 정착 등 정치개혁을 앞당기는 데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변인은 그러나 "이번 재판을 계기로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모금비리, 민주당의 총선자금 등 정치자금을 둘러싼 모든 국민적 의혹이 낱낱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여권에 역공을 펼쳤다.
반면 민주당 문석호 대변인은 논평에서 "1천2백억원 안기부 자금과 2백30억원의 국민혈세를 선거자금으로 유용한 국기문란 범죄행위를 저지르고도 국민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정치공세만 일삼는 한나라당은 후안무치하다"며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과오부터 반성하고 국가예산을 즉각 국가에 반납하라"고 촉구했다.
문 대변인은 이어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잘못은 뉘우치지 않고 대통령주변 비리의혹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운운하는 등 국정발목잡기에만 열중한다면 국민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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