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가 13일 대북사업 지원 등 포괄적 지원을 대가로 현대측으로부터 비자금 2백억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돈이 전달된 경위등 이례적으로 영장에 포함될 내용까지 상세히 공개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권씨가 차용했다는 1백10억원에 대해서도 출처 및 사용용도를 조사하는 등 민주당 총선자금에 대한 수사방침까지 시사해 일파만파의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검찰, "권씨 돈받은 후 정회장에게 감사 인사도"**
검찰 발표에 따르면 권씨는 2000년 2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김영완씨와 함께 고 정몽헌 현대아산회장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만나 "총선자금을 도와달라"며 먼저 돈을 요구한 뒤 금강산 카지노 사업허가 등 대북사업과 현대에 대한 포괄적 지원을 대가로 김씨를 통해 현대비자금 2백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다.
권씨는 김씨를 통해 돈을 전달받은 뒤 정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돈 잘 받았다"고 답례인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현대측이 김씨와의 논의를 거쳐 같은해 3월 비자금 2백억원을 마련, 현금 3억∼4억원씩 담을 수 있는 서류상자 60여개에 포장한 뒤 한번에 15∼20상자씩 김씨가 지정한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주변 주차장에 옮기는 방법으로 돈을 권씨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같은 진술을 당시 돈을 옮긴 기사들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권씨가 98년 인사치레로 한차례 정 회장을 만났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확인결과, 98년부터 2000년 사이에 6∼7차례 만났고 그 자리에는 항상 김영완씨가 동석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현재 권씨가 현대비자금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그 대신 1백10억원을 차용해 사용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1백10억원의 출처 및 사용처를 확인키로 해, 민주당 총선자금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그러나 이와 관련, "권씨가 진술한 1백10억원에 대해서는 확인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권씨가 용처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는 데다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3년)도 지났기 때문에 총선자금 전반에 대해 수사할 계획은 없다"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14일 법원에 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동교동계, "빌린 돈 모두 당에 입금 돼"**
이같은 검찰 발표에 대해 동교동계의 민주당 김옥두 의원은 13일 "권노갑 전 고문이 지난 2000년 4.13총선 당시 빌려 당에 전달했다는 1백10억원은 통장으로 입금돼 지구당 지원금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당에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권 전 고문이 알고 지인들에게 일부는 차용증을 써주고, 일부는 차용증없이 돈을 빌려 당에 입금했다"며 "모든 것은 선거법 절차에 따라 처리됐고 선관위에 신고했으며, 관련 서류도 있다"고 주장했다.
권 전 고문의 변호인인 이석형 변호사도 "권 전 고문은 1백10억원을 빌려 모두 당에 전달했고, 이중 80%를 당에서 갚았으나 김영완씨 돈 10억원과 다른 20억원은 못 갚았다"고 주장했다.
***'김옥두 리스트' '권노갑 리스트'설 파다**
이같은 동교동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혐의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며 유사시 총선자금 수사의지까지 시사함에 따라 지금 민주당은 초긴장상태에 빠져들었다.
민주당내에서는 특히 권노갑 전고문이 검찰에서 총선자금 '1백10억원'을 거론한 대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총선자금을 거론한 이면에는 유사시 사용내역을 공개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사용내역은 신주류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동교동계는 이번 권노갑 체포의 이면에는 모종의 정치적 시나리오가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 안팎에서는 "총선자금을 지원받은 의원들의 명단을 담은 '김옥두 리스트' '권노갑 리스트'가 있다"는 설이 나돌면서 대단히 어수선한 분위기다. 민주당은 검찰과 권 전고문간 대립이 심화될 경우 총선자금 폭로라는 핵폭탄이 터지면서 정계가 예측불허의 일대 아노미 상태로 빠져들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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