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김현준 제23대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후보자보다 오히려 '뷔페식 등원' 결정에 따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참석한 첫 청문회라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의원들은 정쟁에만 몰두하느라 청문회 준비는 못했는지 '해묵은 재탕 질문'을 넘어선 신선한 질문을 듣기는 어려웠다.
김 후보자는 청와대 파견 근무를 두 차례나 했지만,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라는 성격이 전혀 다른 정권에서 청와대 근무를 한 것에서 보듯 국세청 안팎에서 전문가형 관료로 평가를 받아온 인물이다. 따라서 정권과의 연줄로 국세청장 후보로 지명됐다는 식의 정치적 시비는 한국당도 제기하지 못했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은닉재산 추적중"
물론 국세청 내에서도 청와대 파견 근무 경력 자체가 출세 코스라는 인식은 뿌리깊다. 이와 관련해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세청 직원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 파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국세청은 부처별 공조 등을 위해 매년 정기적으로 사무관과 주무관을 청와대, 국무조정실, 법원 등에 파견하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국세청장 6명 중 4명이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에서 근무했고, 김 후보자가 국세청장이 되면 5명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주성 15대 국세청장은 국무조정실, 전군표 16대 국세청장과 김덕중 20대 국세청장은 각각 청와대 민정수석 파견 경험이 있고, 김 후보자도 노무현 정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인사검증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현재 국세청은 직원 9명을 청와대 각 비서관실에 파견하고 있으며, 이 중 7명이 민정수석비서관실에 있다. 민정수석비서관실은 정부 사정기능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9명의 직원이 청와대에 파견갔는데, 이 중 민정수석실에 7명이 가 있어 민정수석실 업무를 위해서 세무조사를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민정수석실 국세청 파견을 없애고 차라리 경제수석실에 한 두 명 파견 가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김 의원은 "후보자가 국세청장이 되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 대한 국세청 직원 파견제도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생각이 없는가"라고 질문하며 답변을 요구하자 김 후보자는 "경제수석실에 가서 업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국세청장에 임명되면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고액 체납자 명단에서 1위를 지켜온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국내 은닉재산 환수 문제도 거론됐다.
김 후보자는 "정 전 회장과 넷째 아들 정한근 씨의 체납액을 받아낼 수 있느냐"는 민주당 유승희 의원의 질의에 대해 "은닉재산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 국내 재산을 철저하게 찾으려 한다"고 답변했다.
정 전 회장은 2225억여 원의 세금을 체납했으며, 정한근 씨는 293억8800만 원, 셋째 아들 정보근 전 한보철강공업 대표는 644억6700만 원의 국세를 체납한 상태다.
현재 검찰은 정한근 씨가 1997년 스위스 비밀계좌로 빼돌린 회사 자금 3270만 달러(당시 한화 320억 원)을 비롯해 정 전 회장 일가의 은닉재산을 추적하고 있다.
지난해 에콰도르에서 만성신부전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정 전 회장이 최종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 2225억여 원의 국세 환수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은닉재산을 찾아낼 경우 몰수로 일부 체납액 환수는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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