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전 종료를 선언한지 1백일이 지난 현재, 이라크전 참전 미군에 대한 사망자와 부상자 집계는 매일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데 반해 이라크 민간인 사상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무관심속에 이렇게 민간인 사상자에 대한 집계가 나오고 있지 않는 가운데 한 민간단체가 이라크 민간인 사상자수 발표를 통해 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 “점령군은 민간인 부상자 치료비용을 부담할 도덕적, 인도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IBCP, 미영 무관심 비난하며 민간인 부상자에 대한 지원 촉구**
이라크 민간인사상자수집계단체(IBCP)에 따르면 “언론매체에서 보도한 이라크 민간인 사상자 자료와 전쟁관련 보고서 등을 통해 계산한 바에 따르면 적어도 2만명의 민간인이 부상당했으며 사망자는 최대 7천7백98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고 미국 정치전문 사이트인 ‘카운트펀치’가 지난 7일(현지시간) 전했다.
IBCP는 우선 사망자 숫자와 관련, “전쟁 지도부는 여러 차례 민간인 사망자를 정확하게 집계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며 "이는 어떤 사망자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탔으며 부식됐고, 이슬람 관습에 따라 공식적으로 보고되지 않은 채 바로 땅에 묻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IBCP는 부상자 숫자와 관련해선“부상 정도가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가 부재한 상태에서 이번 이라크전에서의 전체 부상자 집계를 발표하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쟁을 통한 인류의 희생에 부상자를 배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IBCP는 이어 “부상자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고통 받고 있으며 그들의 상태는 신속하게 치료한다면 나아질 수 있기에 오히려 부상자들을 조사하고 평가할 필요가 정말 시급하다”며 부상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IBCP는“부상자는 살아있으며 치료를 받으면 회복될 수 있다“면서 ”부상 원인, 본질, 정도 등은 (조사를 통해서) 의학적, 공식적 자료 등으로 나타날 것“라면서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내지 않고 있는 전쟁 당사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자신이 집계한 숫자는 2003년 7월6일까지의 3백여 언론매체자료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힌 IBCP측은 “지상전보다 전쟁초기 정밀폭격으로 훨씬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부상자 수는 사망자수의 3배에 이르는 최대 1만9천7백33명인데 이 수치는 오히려 낮추어 잡은 것이라고 밝혔다.
IBCP는“우리 자료는 7월6일까지의 언론이나 NGO 자료만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후 7월 17일 발표된 유니세프 자료 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유니세프 자료에서만도 1천명의 어린이들이 부상당했다고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또한 “사건현장에서 부상자는 빠르게 이송되므로 전쟁기간 부상자 집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민간인 부상자 참상 알려**
이들이 자료에서 밝히는 부상자 상황은 충격적이다.
2003년 4월 3일 인디펜던트지는 지방병원의 참상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10살난 마얌 나스르와 5살난 호다 자매의 참상을 묘사하는데 쓰일 수 있는 단어는 참혹함이란 단어밖에 없다. 마얌은 한쪽 눈에 안대를 하고 있는데 그 눈에는 파편쪼가리가 그대로 박혀 있으며 배와 다리에도 부상을 당했다. 호다는 얼핏 보기에 다쳤는지 알 수 없었으나 그녀의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아이를 덮고 있던 스카프와 긴 머리카락을 들어올리자 오른편 머리 귀 위로 깊은 상처구멍이 드러났다. 머리카락은 핏덩어리로 엉겨붙어있었으며 아직도 상처에선 피가 나고 있었다.”
폭격이 중단된 이후에 미영 연합군이 발사한 불량 폭탄으로 인해 더 많은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음을 지난 5월 3일 타임지도 밝히고 있다.
“카발라는 전형적인 곳이다. 4월 6일 이 도시가 함락된 이후에 알 후세인 병원에는 35명이 실려왔다. 병원 의사인 알리 이지즈 알리에 따르면 많은 이들은 폭탄 파편으로 신체일부를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외에 50명도 전형적인 무기로 인한 자상을 입었다. 카발라 민병대 대장인 압둘 카림 무산은 주요 공격지점이 아닌 메르 지역에서 하루에만 1천개의 클러스터 폭탄을 수거했다고 밝혔다.”
주요 전투가 끝난 지금 미영 연합군은 아직도 게릴라 전투로 인해 계속해서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는 이라크 민간인들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이라크 민간인들은 아직도 미군과 영국군에 의해 공격당하고 부상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지는 이런 상황을 지난 6월26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전직 바트당 관료가 권총을 쏘기 시작했다. 그러자 영국군도 응사했다. 그 곳은 시장이라서 사람이 많았는데 유니스 씨는 땅에 엎드려 사람들에게 흩어져서 엎드리라고 소리쳤다. 약 5분간 사격이 계속됐고 사방으로 총탄이 발사됐다. 영국군은 자동권총으로 쏘고 있었다. 적어도 17명이 총에 맞았고 13살된 소녀도 어깨에 총상을 입었고 9살난 아이도 부상당했다. 부상자 가운데 5명이 죽었고 나머지 부상자들은 시장바닥에 누워있었지만 영국군은 차를 몰고 가버렸다.”
간혹 익명의 통계자료는 보다 더 끔직한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고 있다.
‘스타 온라인’사이트가 지난 4월 18일 전한 바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바그다드에서 가장 전투가 심하게 벌어질 때 ‘시내 병원은 꽉 차서 더 이상 부상자들이 들어갈 수 없었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한 구호단체에 따르면 바그다드 빈민촌에 있던 한 병원에서는 한 달 동안 100번 이상 아이들의 사지를 절단했다고 보고했다”
***IBCP, “부상을 가한 측에서 치료를 부담하는 것은 당연”**
IBCP는 이같은 참상과 관련, 미국과 영국 정부의 책임을 지적하며 직접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IBCP는“우리가 알기에 미국과 영국정부는 특별히 이라크 민간인 부상자를 치료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 않다. 전쟁으로 인해 훼손되고 있는 인류애와 보건 문제는 단순히 구호단체에만 맡겨져 있다. 그나마 이들 활동을 미국은 방해 하고 있다. 유엔은 미국의 일방적 결정으로 인해 비효율적인 모습을 보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IBCP 측은 “부상을 가한 측에서 그들을 치료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그럴 힘이 있다면 말이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워싱턴포스트지가 지난 5월 31일 지적한 바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전후 부상자 치료에 나설 뜻이 없으며 점령군이 이라크인을 보살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보상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밝혔다.
미군의 포탄에 한 쪽 다리를 잃은 디나 샤르한(21)은 미영연합군에게 단지 의족만이라도 구해달라고 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상부에 건의해야 한다”며 거절당할 뿐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상부’는 다른 문제에만 관심이 있다“고 IBCP는 주장했다.
로스엔젤레스타임스도 8월 4일 ”미 국방부는 5월 1일 이전 전투에서 발생한 부상자들에 대한 보상은 배제하고 ‘전후 점령기’때 미군 병사들의 명백한 실수와 잘못으로 드러날 때만 보상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디나 양은 자신을 다치게 한 병사를 용서했지만 “부시는 이 전쟁이 정당한 전쟁이라고 말했다. 정말로 이게 정당한 전쟁이란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미국과 영국은 부상자 치료를 지원할 도덕적, 인도적 의무가 있어“**
IBCP는 "지금 미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보상금 액수"라고 주장한다.
“아마도 2백만 명 정도의 이라크 인들이 재정적 물질적 손해에 대해서 각각 1만 달러 보상을 원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비용은 2백억 달러에 달해 이라크 주둔 미군이 매달 사용하는 40억달러의 5배에 달하게 된다”고 포브스지가 지난 7월15일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IBCP 측은 “미군이 그 보상을 부상자 2만 명에 한정한다면 보상액은 2억 달러에 불과하며 이는 미군이 이틀 사용하는 금액에 불과하다“며 미국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했다.
IBCP 측은 그러나 “절대적으로 보상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선의를 배푸는 기회를 미국은 놓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과 영국은 이 도덕적, 인도덕 의무를 담당할 의지가 결여되어있지 않길 바란다. 만일 결여됐다면 그 국가 국민들이 권력자들이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