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13 총선당시 한나라당 공천헌금 의혹이 불거져 한나라당을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결과 사실로 밝혀질 경우 '친(親)이회창 계보'가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손씨, "전국구 공천 약속받고 2억원 줬다가 떼여"**
서울지검 공안1부(김영한 부장검사)는 지난 2000년 4.13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 과정에서 윤여준 의원과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측근 김모씨가 공천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됨에 따라 수사에 들어갔다고 10일 밝혔다.
고소인인 손모씨는 총선 당시 한나라당의 공천 후보자로서 공천 대가로 2억원을 김씨에게 전달했으나 공천에서 탈락했으며, 최근 전달한 돈 중 8천만원만 돌려받고 나머지를 돌려받지 못하자 윤 의원과 김씨를 사기 혐의로 지난 6월말 서울지검에 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1997년 대선당시 외곽조직이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에서 활동하던 이회창 전 총재의 측근으로, 대선 패배후 손씨가 헌금을 통해 전국구 의원이 되기를 희망하자 그를 이 전총재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손씨는 소장에서 "김씨를 통해 윤 의원을 소개받아 공천을 부탁했고, 김씨도 윤 의원을 통해 공천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최근 고소인 손씨와 피고소인 김씨를 소환 조사했으며, 검찰조사에서 김씨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며 "2억원은 주식투자 대금으로 빌린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손씨가 김씨에게 준 2억원 중 일부는 현금으로 건네고 나머지 일부 금액은 수표로 전달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김씨 등 관련자들의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아 이 돈의 전달경로를 추적 중이다. 검찰은 수표 추적 결과 윤 의원에 돈이 전달된 정황이 포착될 경우 윤 의원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윤여준, 이회창에게 공 떠넘기기**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김씨는 나의 측근이 아니라 이회창 전 총재와 가까웠던 인물이며, 손씨도 이 전 총재가 만나보라고 해서 한번 대면한 후 이 전 총재에게 `손씨가 국회의원 감은 아니다'라고 보고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윤 의원은 "손씨가 전국구 공천과 관련 당에 헌금한 사실은 없고 다만 이회창 전 총재의 주변 사람인 김모씨가 손씨와 주식투자를 함께 하면서 2억원을 빌린 사실은 알고 있다"면서 "김씨가 돈을 빌리면서 차용증을 써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그러나 "지난 99년 봄 이회창 전 총재의 부탁으로 자신이 사업가 손씨를 만났고 이 자리에서 전국구 공천 희망 의사를 확인했으며 그해 늦여름 다시 찾아와 공천헌금 액수 등을 묻기에 손씨를 하순봉 사무총장에게 소개시켜 주었고 당사에 있던 이회창총재에게도 인사시킨 사실은 있다"고 시인했다.
윤 의원은 또 2000년 3월 한나라당 전국구 공천에서 탈락하자 손씨가 "김씨에게 2억원을 건넨 사실을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하겠다"고 말해 이회창 전 총재가 손씨를 40여분간 만나 "그러면 지방선거에서라도 힘써 달라"고 부탁해 이를 약속하며 무마했으나, 지난해 지방선거 대구시의원 비례대표 공천에서 또다시 떨어지자 자신이 손씨를 만나 달랜 사실을 인정했다. 윤 의원은 이 전 총재까지 나서 손씨를 무마토록 한 데 대해선 "총선을 앞두고 당이 입을 데미지(damage: 타격)를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윤 의원은 또 "지난해 지방선거후 손씨가 또 찾아와서는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어떻게 보상하겠느냐'고 하길래 '당선이 되면 손씨가 뭘 월하는지 얘기하면 전달하는 것까지는 책임지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의혹과 관련, 민주당 장전형 부대변인은 10일 논평을 통해 "검찰은 돈 공천 의혹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구태정치를 발본색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부대변인은 "총선 당시 한나라당 주변에선 돈 공천의혹에 대해 리스트까지 나도는 등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며 "한나라당은 안기부 예산전용과 국세청 동원 선거자금 유용에 이어 국회의원선거 돈 공천의혹에 대해 국민앞에 낱낱이 고백해야 한다"고 밝혔다.
***친이회창 계보 타격 불가피**
한나라당에서는 이번 파문과 관련, 손씨가 전달한 액수가 '2억원'이라는 점에서 '전국국 헌금공천' 의혹으로까지 치달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실제로 전국구 헌금공헌이 이뤄졌다면 그 액수가 너무 적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역대총선에서 이뤄진 전국구 헌금공천의 경우 그 액수가 2억원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돈이 오간 점이 사실로 확인된 만큼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 이회창 전총재가 깊숙이 연루된 점을 주목하며, 그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설령 이 전총재 측근 김모씨가 중간에 돈을 빼돌린 것이라 할지라도 이 전총재가 김씨의 자금 수령 사실을 알고도 상당 기간 이를 은폐하려 했고, 더욱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보상'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대목은 이 전총재의 도덕성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과정에 이 전총재의 측근인 하순봉 전 사무총장, 윤여준 의원 등이 연루된 대목은 자칫 '친이회창 계보' 전체의 도덕성 논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가의 관측이어서, 향후 적잖은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 측근이 추진중인 '이회창 정계복귀' 시나리오에도 결정적 타격이 예상되는 등 일파만파의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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